27년 전 개척, 어린이 전도로 부흥
제주동산교회, 미래자립교회 20년간 섬겨

서울 면적의 세 배가 되는 땅 제주도. 현재 이 섬에 있는 교단 산하 교회는 제주노회 소속 48개 교회 외 10여 곳에 달한다. 서울이란 공간에 불과 20곳이 채 안 되는 예장합동측 교회가 흩어져 있는 셈이다. 제주도 내 60여 개의 교회 중 자립을 이룬 교회는 30%에 불과. 그만큼 교단에게 제주도는 불모지까지는 아니라도 ‘준 선교지’에 가깝다.

제주도에 불과 15개의 교단 교회가 있던 27년 전 여름, 제주동산교회(김경태 목사·제주노회)가 개척되었다. 제주도에 첫 교회를 세우고자 했던 전국여전도연합회(회장:박소영 권사)가 개척 자금을 후원했다. 여러 목회자가 개척교회 청빙에 응했고 그 결과 놀랍게도 30대의 젊은 강도사가 이 교회의 목회자가 되었다.

“당시 꽤 유능한 목사님들께서 지원을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낙점된 것은 제주도 출신의 목회자였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란 곳이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니 제주도를 잘 아는 토박이를 개척교회 목회자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동산교회 담임 김경태 목사
제주동산교회 담임 김경태 목사

제주동산교회 담임 김경태 목사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제주도는 ‘괸당문화’, 즉 외지인에 대한 텃세와 경계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제주시가 고향이며 제주방언에 능한 김 목사는 나이가 어렸음에도 제주도 개척교회에 적격이었다. 하지만 김 목사는 교회 개척을 단 한 번도 염두하거나 계획한 적이 없었다. 젊은 시절, 목사로 불러 주시면 평생 제주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서원한 게 전부였다. 개척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와 아내, 세 자녀와 함께 교회를 시작했다. 그나마 전국여전도연합회가 약속한 3년의 생활비 지원과 전국 네트워크의 기도 후원은 김 목사가 개척을 시작할 수 있게 한 버팀목이 됐다. 제주노회도 소액이지만 교회를 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 개척교회의 현실은 암담했다. 개척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90년대, 목회자가 굶기까지 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쌀독에 쌀이 없는 경우가 잦았어요. 먹을거리가 없는 날이 많았고 급기야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조르기까지 했습니다. 끝내 사주지 못해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교회 개척에 대한 후회 속에서 아예 제주도를 떠나고픈 마음이 수없이 들곤 했죠.”

개척 후 반년이 지나도록 교인 수는 ‘0’이었다. 암담했다. 김 목사는 청년 시절, 주일학교 부장을 맡아 어린이 사역에 전념했던 시절을 생각했다. 아이들을 만나러 다시 교회 문을 나서기 시작한 김 목사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부 선수들을 전도해 오기도 했고 마을 곳곳에서 만난 어린이들에게 팥빙수와 간식을 대접하며 교회로 인도했다.
 

어린이를 찾아가 전도하는 김경태 목사. 제주동산교회는 어린이 전도에서 건강한 성장이 시작됐다.
어린이를 찾아가 전도하는 김경태 목사. 제주동산교회는 어린이 전도에서 건강한 성장이 시작됐다.


사실상 온 가족이 함께 어린이 사역에 진력했다. 이후 교회 개척 6개월 만에 거짓말처럼 두 가정이 등록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여덟 명의 새 등록 성도. 이때부터 김 목사는 본격적인 교회학교 사역을 집중적으로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교사 시절, 교육 관련 서적과 자료를 독파하며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치도 유용했다.

“저는 어린이 사역에 은사가 있다기보다는 열정이 강했습니다. 오직 열정으로 노회 주교련과 총회 교육 자료를 적극 활용해 어린이 전도와 교육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8월 18일 총회 평신도 하기 수련회에서 특주를 하고 있는 '글로리아 우쿨렐레 앙상블 연주단.' 제주동산교회는 다음세대 선교와 양육을 통해 준 선교지에 가까운 제주도 목회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8월 18일 총회 평신도 하기 수련회에서 특주를 하고 있는 '글로리아 우쿨렐레 앙상블 연주단.' 제주동산교회는 다음세대 선교와 양육을 통해 준 선교지에 가까운 제주도 목회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5년 전 새에덴교회에서 가진 제주동산교회 소년소녀합창단의 밤. 제주동산교회의 어린이 선교는 총회와 노회의 교육 지침에 따른 프로그램 참여와 개발로 빠르게 성장했다. 
5년 전 새에덴교회에서 가진 제주동산교회 소년소녀합창단의 밤. 제주동산교회의 어린이 선교는 총회와 노회의 교육 지침에 따른 프로그램 참여와 개발로 빠르게 성장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어린이 새 신자가 늘어 노회와 총회가 주최하는 성경고사 대회와 찬양대회 등에 출전해 연이어 우수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찬양팀의 경우 거의 모든 출석 어린이가 참여할 만큼 호응이 컸다. 또한 어린이의 손에 이끌려 부모와 가족이 교회를 찾아오는 귀한 결실도 자연스레 나타났다.

복음화율이 낮은 제주도에서 준비 없이 시작한 개척이었지만 어린이 전도를 통해 교회는 견고하게 자라났다. 어느새 자립 교회가 된 제주동산교회는 두 번째 비전 사역을 시작했다.

“교회 개척 후 7년부터 선교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선교는 보통 해외선교를 의미하지만, 우리 교회는 제주도에서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를 섬기는 사역을 선교로 정했습니다. 뭍에서 온 외지 목회자들에게 제주도는 웬만한 해외 선교지보다 어려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동산교회는 교회 개척 7년후부터 새로운 비전 사역을 시작했다. 제주 지역 미자립교회 섬김 사역으로 김경태 목사는 이를 '선교'라고 설명했다. 
제주동산교회는 교회 개척 7년후부터 새로운 비전 사역을 시작했다. 제주 지역 미자립교회 섬김 사역으로 김경태 목사는 이를 '선교'라고 설명했다. 

이에 제주동산교회는 20년 동안 매년 추석을 전후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부부 20쌍을 초대해 섬김의 시간을 갖는다. 위로와 축복의 시간이다. 매번 큰 비용이 소요되지만, 제주도 복음화를 위해 수고하는 사역자를 위한 장이기에 보람이 크다. 또한 10여 개의 제주도 미래자립교회에 소정의 사역비를 매월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동산교회의 두 가지 비전은 다음세대 선교와 미래자립교회의 섬김 사역이다. 김 목사는 “예수님처럼 한 영혼을 위해 희생하는 게 제주동산교회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나와 교회가 먼저 낮아지고 무너져야 타인을 부요케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제주동산교회는 14년 전 지하에서 지상으로 교회를 건축할 때도 하나님의 전적인 도움을 받았다. 전국여전도연합회가 1억 2천만 원의 건축비를 재차 후원하는 등 교회 개척 때처럼 하나님께서 돕는 자들을 세워 모든 걸 주관하셨다.
 

제주시 오라삼동에 위치한 제주동산교회. 김경태 목사는 27년 전 교회 개척에 이어 14년 전 교회당 건축도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한 영혼을 위해 비우고 낮아질 때 하나님께서 채워 주셨습니다."
제주시 오라삼동에 위치한 제주동산교회. 김경태 목사는 27년 전 교회 개척에 이어 14년 전 교회당 건축도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한 영혼을 위해 비우고 낮아질 때 하나님께서 채워 주셨습니다."

제주동산교회는 지금도 어린이 사역에 열정적이다. 총회 샬롬 전도를 어린이 사역에 적용해 값진 결실을 얻었고 지난 7월에는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선교팀과 1차 여름성경학교를 가진 데 이어 교회 자체적으로 2차 성경학교를 가질 만큼 다음세대 사역에 변함이 없다. 김경태 목사는 교회 개척 당시처럼 지금도 손수 차를 몰고 아이들을 돌보며 양육과 전도에 열심이다. 사모와 장성한 자녀들 역시 허드렛일부터 교육·찬양까지 사역자처럼 뛰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 다음세대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경태 목사에게 물었다. 만나는 것조차 어려워진 어린이 선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조건 한 영혼입니다. 어린이 전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 계속 연구하며 집중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시, 어린이를 향해 찾아가고 그들을 위한 설교와 전도, 심방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러한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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