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안 온다. 한 달이 다 돼가지만 문자 회신도 없다. 그렇다고 자꾸 연락하기도 어렵다.

“우리 피해자들의 어떤 소리를 듣고 싶으신지요?”

그렇게 겨우 말을 텄지만 불편함이 여실하다. 그만큼 교회에서 당한 성폭행의 고통은 막급하다.

김다현(개명 전 김다정) 목사의 성폭행 피해자들은 5년 넘게 2차 피해에 시달려 온 것으로 보인다. 실형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인 가해자(김다현)를 서인천노회는 총회 인사의 말만 듣고 면직이 아닌 사직 처리를 했다. 즉결처리를 명시한 총회 헌법 권징조례(7장 8절)를 기막히게 무시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법원이 파견한 임시당회장과 함께 교회로 향했다. 하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한 달 전 교회가 가입한 경기중부노회 전권위원회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교회 문 앞 실랑이는 반복됐고 피해자들은 급기야 떡대 좋은 용역들까지 상대해야 했다. “그 사람들은 피해자가 아니다. 피해 가족이 한 명도 없다.” 경기중부노회 전권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런 말은 진정한 사과를 기대했던 피해자들에게 여지없이 2차 가해가 됐을 것이다. 전권위원장에게 물어봤다. 그럼 피해 여성도들은 어디 있고 그들을 위해 노회와 교회는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파악 중이고 이제 하려고 한다. 위로회부터…….”

이번에도 총회 산하 교회 성폭력의 공식은 정확하게 작동했다. 철저한 ‘피해자 외면.’ 이 콘크리트 같은 철벽을 무엇으로 깰 것인가. 바로 이것이 총회 대사회문제대응위원회가 마련한 〈교회 성윤리 예방 및 지침서〉 ‘채택’에 기대를 갖는 이유다. 다행히 총회의 첫 성폭력 매뉴얼은 지극히 ‘피해자 우선’, ‘피해자 중심’으로 작성돼 있다. 모쪼록 총회 임원회가 예정된 대응위와의 연석회의를 통해 원안대로 매뉴얼을 채택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성폭행 사례를 복기해 보면 쟁점과 해법은 철저히 가해자(목회자) 중심이었다. 가해 목사를 살려보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정치꾼들의 작태에 우리는 익숙하다. 그 꼼수의 10분의 1만 피해자를 위해 썼다면, 그들의 눈물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