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아날로그 기도 영성을 스마트 시스템에 탑재해 영향력 확산하라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코로나19와 오미크론의 확산을 경험한 인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가치의 문제이다. 교회적으로 볼 때에는 소그룹으로 모여서 함께 교제하는 것이나 대그룹으로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 단순한 모임을 떠나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하나의 본질적 행위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가치에 대한 재해석은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현상에 대한 바른 이해와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밟아야 하는 판단의 단계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치에 대한 재해석을 잘못할 경우 엄청난 혼란을 맞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12월에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질병관리청에서는 다양한 통계수치들을 제시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발표하였다. 대표적인 통계 수치는 확진자 증감 수치이고, 다음으로는 당일 사망자와 누적 사망자 수이며, 마지막으로 치명률이다. 확진자 수는 PCR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수를 말하고, 사망자는 코로나19가 사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수를 말한다. 그리고 치명률이란 총사망자 수를 총확진자 수로 나눈 통계 수치이다. 그런데 어떤 통계 수치에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국가가 지향하게 되는 정책이 전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작년 말에 정부는 독감 치명률(0.04~0.08%)을 감염 질병에 대한 기준으로 삼고 치명률이 0.3%로 유지되면 ‘위드 코로나’를 선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제 사망자 수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반대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단 하나의 통계 수치만을 가지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통계 수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무지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통계의 오류에 빠져 가치판단에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그들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가치에 대한 규명과 재해석을 내리는 것이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비일상적 상황 속에서 우리 모두가 왜곡된 숫자의 속임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의 일상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수정하여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제 새롭게 펼쳐지는 새로운 일상에 필요한 가치판단의 올바른 기준으로써 ‘스말로그적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스말로그’(smalogue)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환경(smart)과 전통적인 대면 방식의 아날로그 교육(analogue)이 어우러진 교육 환경을 일컫는 단어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스말로그적 가치를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특별히 2021년 한국교총에서 스말로그적 교육의 혁신을 제시하면서 그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그중에서 첫 번째 특징은 교실 내에서 학생들은 컴퓨터 워크 스테이션을 활용하여 소그룹 활동을 하거나, AI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의 개별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특징은 교실 밖에서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다양한 동아리 활동, 체험 활동, 멘토링 교육, 혹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공간적 차원에서 아날로그적 교육의 벽을 허문 확장성 있는 교육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교회교육의 현장도 두 가지 가치가 혼재하면서 각각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활용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스말로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영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스마트한 환경 속에서 아날로그적 영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단어가 바로 ‘홀로섬’(solitude)이다. 이는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 혼자 외로이 있으면서 느끼게 되는 고독이나 내적 공허와는 달리 마음과 정신의 자유함 가운데 혼자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해 침묵과 기도로 고요함에 집중하는 영적 훈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홀로섬’이란, 사물인터넷으로 가득 찬 유비쿼터스한 공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고요함이라는 아날로그적 공간에 이끌고 들어가는 행위인 동시에 마음속에 운행하는 순전한 영을 성경 말씀에 따라 올바르게 분별하여 내적 충만을 체험하는 영적 훈련의 시간이다.

이를 위하여 리처드 포스터는 몇 가지 제안을 한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짧은 시간 홀로 있기를 실천하라고 권면한다. 홀로 있기 위해 설계된 고유한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스마트적 환경 속에서 한순간도 인적·물적 네트워킹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리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영적 방편이다. 다음으로 하루종일 한마디의 말도 없이 생활하기를 시도하거나, 일 년에 네 차례 정도 삶을 돌아보고 재정비하기 위해 3~4시간 동안 홀로 있기를 실천하라고 권면한다. 이는 홀로만의 시간을 통해 휴식, 산책, 독서, 감상, 생각, 묵상, 기록 등과 같은 아날로그적 활동에 몰입하면서 자기 반추의 시간(opportunity for reflection)을 갖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스마트 환경 속에서 아날로그적 공간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일상 속에서 하나님께서 추구하시는 본래적 의도와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실례로 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교과목 중에서 ‘창의적체험활동과 청소년캠프 운영’이라는 수업에서 실시한 ‘솔로타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선정한 장소에서 최소한 8시간 이상 홀로 있는 시간을 실시하고, 그에 대한 경험을 중간보고서로 제출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 선정한 물리적인 시공간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섬이라는 활동을 하는데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고, 더 나아가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나아가 내적 충만을 누리는 시간이었다고 기술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고요함을 파괴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혀를 다스리기 위한 다양한 실천방식을 작성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스마트한 환경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영성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고, 그에 상응하는 활동을 실천할 필요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으로 아날로그적 교육에서 실천하지 못했던 스마트적 영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단어가 바로 ‘글로컬’(glocal)이다. 이는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을 함께 아우르는 합성어로써,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특별히 아날로그적 교육에서는 지역과 국가라는 명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2010년에 벤 넬슨에 의해 설립된 미네르바 스쿨은 아날로그적인 캠퍼스도 없고, 오직 기숙사만 7개 있는 새로운 학습공동체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모든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여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하게 하였다. 이처럼 스마트한 환경에 아날로그적 지성을 탑재함으로써 글로컬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새로운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스마트적 학습공동체는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글로컬한 영성을 경험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 준다. 마치 개교회 중심으로 아날로그적 교육만을 지향하던 지역교회의 프로그램들이 스마트적 학습공동체를 통하여 개교회를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킹을 구축하게 되고, 이를 활용하여 개교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전세계적 관점에서 글로컬적 영성을 추구하는 교육과 사역을 시도하게 되었다.

일례로 오륜교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니엘 기도운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기도회는 아날로그적 차원에서 개교회에서 진행되어 오던 세이레기도회였다. 그러던 것이 2013부터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기도회’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과 시간을 뛰어넘어 아날로그적 기도의 영성을 스마트적 시스템에 탑재하여 새로운 형식의 기도연합운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은 열방을 품고 함께 기도하는 기도운동으로 확장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드러나는 스마트적 영성의 특징은 개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함께함’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어우러지면서 교회가 동행하는 ‘함께함’의 영성을 발전시켜 나간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코로나19와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해 개인과 개인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공동체성은 파괴되고 있는 상황 속에 살고 있다. 그때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스말로그적 영성은 홀로섬과 함께함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영적 운동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영성의 추구는 이미 우리 교단에서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프레어 어게인’과 ‘은혜로운 동행기도운동’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아날로그적 영성인 홀로섬을 추구하기 위하여 ‘프레어 어게인’에서는 표준매뉴얼을 제공하여 개인으로 하여금 홀로 강단에 나아가 기도하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은혜로운 동행기도운동’에서는 개별 노회들과 지역별 연락망을 통해 네크워킹을 구축하고, 공동기도문을 사용하여 기도회를 확산시켜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163개 노회별 기도회에서는 스마트적 영성인 ‘함께함’을 추구하고자 유튜브를 활용하여 노회 연합기도회의 예배실황을 송출함과 동시에 줌(zoom)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해외선교사들과 함께 글로컬적 기도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바라기는 오는 4월에 있을 전국기도회를 통해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홀로선 기도자들이 글로컬적인 비전을 품고 함께함으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건강한 회복과 참된 부흥을 맛보게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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