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디지털 세계는 두려움 아닌 구별된 삶 드러내야 할 공간이다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성경이 말하는 ‘일상’(normal)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따라 운영되던 세상에서 피조물인 인간(created human)이 경험했던 삶이다. 반면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비일상’(abnormal)은 죄로 인해 타락한 인간(corrupted human)이 경험하는 세계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일상’(new normal)은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디지털 공간 속에서 색다른 존재인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 타락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일상에 효율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원리를 회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르는 올바른 정체성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찰해 보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교육적 분별력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우주,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에 ‘초월, 뛰어넘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메타’(meta)를 합성하여 현실 세계를 넘어 새롭게 펼쳐지는 디지털 가상 세계를 지칭하고자 만든 합성어이다. 특별히 2007년에 발표된 ‘메타버스 로드맵 개요’에서는 메타버스란 “가상적으로 향상된 물리적 실제와 물리적으로 지속되는 가상공간의 융합”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실제 같으면서도 가상의 것으로 존재하고, 동시에 가상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처럼 보이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실 속의 나’를 대체할 수 있는 가상의 존재가 필요한데, 그것을 가리켜 ‘디지털 미’(digital me) 혹은 ‘아바타’(avatar)라고 부른다. 이러한 디지털 휴먼은 비일상에서 활동하는 타락한 인간이 디지털 가상공간에 만들어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죄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의 특징을 통해 새로운 일상에서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하는 교육적 분별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핵심기술을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증강 기술과 시뮬레이션 기술’과 관련된 가상성(virtuality)의 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재적 기술과 내재적 기술’과 관련된 실재성(substantiality)의 축이다. 이 두 가지 축이 교차되면서 네 가지 유형의 메타버스가 형성되고 각각의 유형에서 디지털 휴먼의 특징이 나타난다.

첫 번째 유형은 ‘거울 세계’(mirror world)이다. 이것은 시뮬레이션 기술과 외재적 기술이 융합된 가상공간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구글어스’ ‘브이월드’ ‘다음지도’ ‘네이버지도’와 같은 것들로써,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도와주는 플랫폼들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특징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가장 유사하게 가상공간에 만들고, 그 결과물을 단지 가상공간에 남겨두거나 디지털 휴먼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의 나’라는 존재가 소비자가 되어서 정보를 활용하는 메타버스이다. 따라서 거울 세계에서의 디지털 휴먼은 ‘현실 속의 나’라는 존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안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휴먼은 실제와 동일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현실 속의 나’는 창조세계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정보를 올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디지털 휴먼으로부터 제공되는 정보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자기 결정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다. 이는 증강 기술과 내재적 기술이 합성되어 나타나는 생활형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들로써, 개인의 삶을 텍스트와 이미지 혹은 영상 등으로 기록하여 공유하는 메타버스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디지털 휴먼이 도전받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점은 ‘현실 속의 나’와 ‘디지털 속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다. 왜냐하면 소셜 미디어 안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휴먼이 형성하는 ‘허위적 자아’는 ‘현실 속의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한편 소셜 미디어 안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는 최근에 방탄소년단이 ‘포트나이트’ 플랫폼을 사용하여 가상 상영회를 공개하고, 이어서 ‘위버스’에서 가상 공연을 개최하면서 디지털 공연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메타버스의 양면성을 보면서 그곳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휴먼은 단순한 소비자나 자기과시의 대체물이 아니라 컨슈머로서 창의적 활동이 가능한 존재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속의 나’는 디지털 휴먼이 추구하는 자기자랑이나 자기도취에 빠져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조의 원리를 회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디지털 창조자로서의 자기반성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가상 세계’(virtual world)이다. 이 공간은 현실 세계와 유사하게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시뮬레이션 기술과 더불어 사용자가 시스템 안에서 상호역동성과 공간이동성을 가지고 있는 아바타를 구현하는 내재적 기술이 융합되어 만든 세상이다. 예를 통해 ‘게더타운’ ‘로불록스’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시뮬레이션 기술에 따라 가상공간을 실제처럼 구현하는 정도가 다르고, 내재적 기술에 따라 아바타가 ‘현실 속의 나’를 대행하는 차원이 결정된다. 특별히 최근에는 ‘제페토’ 플랫폼을 활용하여 사원연수와 회사업무를 시작한 회사도 있다. 이처럼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 속의 나’와 아바타가 실재성에 있어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비록 가상공간 속에 존재하는 아바타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현실 속의 나를 위한 대리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 속의 나’라는 존재가 아바타에 과몰입할 경우 문제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가상 세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메타버스 공간의 가능성에 비해 그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세컨드 라이프’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접속률과 이용률에 비해 구체적인 목적이 결여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현실 속의 나’라는 존재는 가상 세계가 가지고 있는 상호작용성과 공간이동성이라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육과 성장을 위한 학습공간으로 메타버시를 재창출하는 교육적 책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창조의 원리를 새롭게 지각할 때 타락한 인간이 자신의 목적성을 회복하듯이 디지털 휴먼인 아바타를 교육의 도구로써 새롭게 규정하는 교육적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이것은 물리적 공간과 물체들에 대한 빅데이터를 장착시키고, 유비쿼터스 상황 가운데서 정보처리를 실현하는 증강 기술과 웨어러블 기기들을 활용하여 사용자를 둘러싸고 있는 실제 세계에 증강 현실을 구현해 내는 융합 공간이다.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메타버스는 게임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포켓몬고’과 같은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스카이 가이드’라는 플랫폼도 있다. 그 외 의료, 교통, 국방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는 가상성과 실재성 사이에서 ‘현실 속의 나’와 정체성의 혼란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MBC에서 제작한 <너를 만났다>라는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IT기술이 총동원되어 만든 가상현실로써, 3년 전에 갑작스럽게 떠난 딸을 메타버스에서 재회한 프로그램이다. 이때 구현한 증강 현실은 기존에 구현했던 디지털 휴먼과는 달리 사용 주체와 객체인 사용 기기 간의 존재론적 구분이 무너졌다. 따라서 메타버스에서의 아바타와 ‘현실 속의 나’ 사이에서 인식론적 감지와 달리 존재론적 실체에 대한 혼재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증가하게 될 경우 ‘현실 속의 나’는 ‘가상’(virtual)과 ‘허상’(illusion)을 구분하는 존재론적 판단자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는 인식론적 인지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성급하게 다가온 디지털 공간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도전을 직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오그번(Ogburn)이 말하는 ‘문화지체현상’을 다른 모습으로 경험하고 있다. 특별히 IT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상상력이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구현되는 것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들의 도움을 받아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면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더 나아가 증강 현실이 실생활 속에 파고들면서 일어나게 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판단의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하는 올바른 삶의 자세는 단순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출적 자세이다. 마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적 차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투지를 표출하기 위해 영적인 차원에서 믿음의 전신갑주를 취하는 것과 같다. 바라기는 다양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현실 속의 나’를 그리스도인으로 표출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도모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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