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친밀감은 정보 축적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돌봄으로 형성된다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새봄이 찾아오면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묵상하게 된다. 특별히 사순절 절기를 지키는 교회들은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면서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십자가의 열정(passion)을 묵상한다. 그리고 고난 주간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비일상적 상황 속에서 창조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지난 두 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부활절을 맞이하는 교회의 풍속도가 많이 변했다. 특히 성례식과 더불어 주님의 살과 피를 기념하며 거행하던 거룩한 성찬식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교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부활절을 의미있게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비일상적인 역사 속에서 구원의 역사를 드러내고자 노력하고 있는 지역교회들은 유형교회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몸인 무형 교회를 세상 속에 나타내고자 지속적으로 그 사명을 감당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교회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로써 눈에 보이는 곳에 함께 모여 오프라인 공동체를 형성하여 주의 성찬을 거행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함께 모이는 것이 어려운 비일상적 상황 속에서 성도들은 “각처에서 우리의 주 곧 그들과 우리의 주 되신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고전1:2)로서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온라인 상으로 접속하여 함께 소통하는 유기적 네크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위드코로나 상황에 놓여 있는 교회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성찬을 거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새로운 일상을 위한 영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성찬식은 과거에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것을 재현함으로 주님의 살과 피를 바로 여기에 현재화하는 신령한 예식인 동시에 미래에 하늘나라에서 예수님과 성도들이 함께 먹고 마실 사건을 지금 이곳에 끌어당겨 현재화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이러한 성찬식이 기존에는 오프라인 환경 속에서 교회에 모인 성도들이 집례자의 안내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거행되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성도들이 교회에 모이지 못하면서 성찬식을 거행하지 못하는 교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에 적극적으로는 형식을 바꿔 개인용 성찬 세트를 각 가정으로 분배하여 온라인 성찬식을 거행하는 교회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정해 놓으신 성찬의 본질과 형식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찬식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최후의 만찬을 드시면서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새언약을 세우시면서 제정되었다. 그때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눅22:19)라는 명령에 따라 시대마다 다른 형식에 따라 교회가 성찬식을 거행하고 있다. 특별히 헬라어 “아남네시스”(기념)와 연관하여 주님의 십자가 사역을 오늘이라는 시간에 다시 재현하고, 이를 통해 부활의 열매를 맛보고, 새하늘과 새땅에 대한 소망을 바라보는 신비적인 영적 사건으로 거행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념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사건을 기억하고 회상하고 경험하는 차원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중세교회에서 화체설에 근거하여 거행되던 성찬은 주님이 제정하신 성찬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이며, 더 나아가 비일상적 상황에서 언약을 재정립하기 위해 세우신 성찬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루터는 공재설을, 쯔빙글리는 기념설을, 그리고 칼빈은 영적임재설을 주장하였고, 그 신학적 입장에 따라 교회는 다양한 형식의 성찬식을 거행했다. 다시 말해 성찬은 상징과 기념을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신비적 요소를 가지고 구원역사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교육적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교회는 온·오프라인에서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증거하는 구원공동체로서 어떻게 성찬을 거행할 것인가?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시대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이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들 중에 하나는 우리 삶의 배경이 되어버린 유비쿼터스 환경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 사물인터넷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어의적으로 ‘어디에나 있는’이라는 장소적 의미를 나타내는 형용사이다. 여기에 ‘언제든지’라는 시간적 의미가 추가되고, 동시에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가 가미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네트워크 서비스와 기술’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한편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제조업 등의 물리적인 영역이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기술이다. 특별히 사물에 각종 센서와 통신 장비를 내장하고, 이를 통해 취합한 정보가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사물에 전송되고, 그 정보가 교환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창출되는 기술을 말한다. 오늘날 교회는 유비쿼터스 환경 속에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정보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온·오프라인 성찬에 참여 중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일상에 합당한 영적 친밀성과 물리적 즉각성을 형성하기 위한 교육적 분별력이 필요하다.

먼저 오프라인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친밀성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요즘 사물인터넷이 증가하면서 생활 구석구석에 주파수를 사용하여 신원을 식별하는 전자태그 기술(RFID,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물인터넷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계적 친밀성의 개념을 흔들어 놓았다. 왜냐하면 RFID 기술을 사용할 경우 가족이나 친구보다도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점원이 나의 취향이나 특성을 더 정확하게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품에 부착되어 있는 전자태그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그 매장에 연결된 정보시스템에 축적되고, 새롭게 가공된 정보가 점원에게 제공될 경우, 구매자인 나의 성향과 선호를 나의 지인들보다 점원이 더 정확하게 알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초연결 사회에서 형성된 지식은 인간의 친밀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상황에서 성도들 간에 영적 친밀감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으로 형성되는 관계는 아니다. 왜냐하면 오프라인에서 거행하는 성찬을 통해 성도가 경험하게 되는 영적 친밀성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치 오프라인 현장에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서 영적인 교통함을 담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코로나 시기에 힘들게 마련된 성찬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개인용 성찬 세트를 사용하고, 물리적 연결이 단절됨에도 불구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적 내적 교제를 체험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교회에서 성령 하나님의 개입하심을 통해 성도 간의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함께 모이는 예배 공동체 안에서 성도들 간의 상호 관심과 돌봄 그리고 친교와 교제를 위한 매개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찬식은 주님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치 주님께서 유월절의 식탁을 사용하셔서 비일상적 상황 속에서 피의 언약을 세우신 것처럼, 성찬의 다양한 형식을 영적 친밀감을 경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끊임없는 형식의 변화를 통해 성찬의 본질을 올바르게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형식을 고수하는 것이 성찬의 목적이 아니라 구원역사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성찬을 거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가 전제될 때, 성령의 내적 역사를 통해 형성되는 성도 간의 영적 친밀감과 교회의 공동체성이 회복될 것이다.

다음으로 온라인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물리적 즉각성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인간과 사물은 유비쿼터스 상황 속에 존재하면서 전자통신기술의 도움을 받아 각각의 IP주소를 부여받은 존재가 되었다. 특별히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현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상호쌍방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맹점은 보안의 문제이다. 만일 해커가 IPv6가 탑재된 컴퓨터를 해킹하여 홈네트워크에 부착된 카메라를 조작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초연결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 간의 즉각적 반응을 물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성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나의 떡을 한 자리에서 함께 먹으면서 성도의 교제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성찬의 요소를 유비쿼터스 상황 속에서 사물인터넷이란 매개를 사용한 의사소통방식을 통해 성도의 교제가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은 새로운 일상 가운데서 온전한 성도의 교제를 실제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마치 ZOOM과 같은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과거에 주님이 베푸신 성만찬을 온라인 속에서 서로를 보며 실시간적으로 함께 경험할 수도 있고, 유튜브와 같은 일방적 송출에 대해 댓글을 올리면서 미래에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나눌 영적 식탁을 눈앞에 보이는 현실로 가상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성찬식을 거행할 때 시·공간을 뛰어넘어 개별적인 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역동성을 형성할 수도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교리적이면서도 교훈적인 교육이 진행될 수도 있다.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통해 성찬의 4중 행위라 할 수 있는 취하고, 축사하시고, 떼고, 나누시는 주님의 행위가 다각적인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교회와 가정에서 올바르게 거행된다면 교육적인 효과가 실제적일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성찬의 형식이 가지고 있는 미신적 요소가 사라지고 오히려 신비적인 요소가 살아나면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추구해야 하는 참된 영성이 물리적인 온라인 공간 속에서 현실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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