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교수(총신대·기독교교육과 학과장)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의 연약함과 은혜의 필요성 깨닫게 한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좀체 끝날 줄 모르는 재앙이 확산되면서 종식을 바라는 교회의 기도도 깊어간다. 무엇보다 다음세대 교육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본보는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이종민 교수로부터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교육의 대안을 4회에 걸쳐 들어본다.<편집자 주>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변화를 ‘일상’(norm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버린 일상을 일컬어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의식하지 않고 항상 하던 일들이 코로나 감염이라는 위협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이 되었고, 오히려 이전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일들이 우리 생활에 성큼 찾아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일상’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성경이 말하고 있는 ‘일상’이란 하나님이 창조하신 에덴동산에서의 삶을 의미한다. 즉 하나님에 의해 세상이 창조되고, 그 원리에 따라 운영되던 세상 속에서 아담과 하와가 경작하고 관리하던 생활이 바로 일상적 삶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은 죄로 인해 파괴된 ‘비일상’(abnormal)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이 세상 속에서 무엇을 하든지 수고와 고통을 더할 수 밖에 없었고, 만물들은 끊임없이 진정한 일상의 회복을 위해 탄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비일상적 삶의 결과로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또 다른 일상’(another normal)으로 내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일컬어 ‘새로운 일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일상의 회복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해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일상의 회복을 위해 나아가야 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구약의 예를 사용하면 하나님께서 죄악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심판하시기 위해 사용하시는 ‘재앙’의 수단으로써 코로나19를 신이 내린 전염병으로 보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학적인 해석으로 인간의 탐욕과 그릇된 행동 양식이 야기시킨 ‘재난’으로써 인류가 직면하게 된 생태계 파괴 현상이라고 보는 해석이다. 그러나 참된 일상의 회복을 위한 관점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바라본다면, 이것은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를 통해서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그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용하신 하나의 ‘비유적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성경이나 문학에서 비유는 의사전달자가 청자에게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적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유를 담고 있는 형식과 그 안에 담긴 구성요소들은 의사전달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형식과 내용이 의사전달자와 청자 모두에게 익숙한 것들이 때문에 메시지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비유이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건이나 사물을 사용한 비유는 청자로 하여금 비유의 핵심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역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나의 비유적 사건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난과 고통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고난이나 고통이 ‘하나님의 위장된 축복’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 반드시 축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때로는 더 큰 고통으로 우리를 내몰 때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코로나 팬데믹처럼 지난 2년 동안 겪었던 단절과 소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이다. 한편 어떤 이들은 팬데믹 특수로 인해 남에게 말할 수조차 없는 호황을 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양극단을 바라보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실은 코로나19라는 현상이 단순히 하나님의 위장된 축복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고난과 고통의 실재성을 간과한 분석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비유로써의 코로나 팬데믹은 하나님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사건일까? 장기화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핵심 메시지는 “고통과 고난 때문에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간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하나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통과 고난은 타락한 인간이 죄악된 세상 속에서 반드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 문명이 점점 발달하면서 편안하고 안락한 세상을 영위하기 시작하였고, 이로 인해 어려움이 없는 유토피아를 고대하고, 비일상적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인류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더 많은 고통과 고난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죽음이 인류가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종착점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처한 현주소를 확인시켜줄 뿐 아니라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소망은 오직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뿐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기술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를 통해 아름다움과 선함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추함과 악함을 파생시키는 죄악된 존재임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에게는 참된 치유와 회복을 가능케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의 절대적인 부패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무궁하신 은혜가 필요함을 일깨워 주는 영적 메시지를 담은 하나님으로부터 선포된 비유적 사건임을 알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 현상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기마다 반복되는 비유적 사건임을 발견하게 된다. 인류는 19세기 말을 거치면서 근대문명의 발전을 경험하게 되었다. 즉 과학의 발달로 나타난 산업혁명과 더불어 시민혁명으로 형성된 인간의식의 발달은 인류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돌입하면서 인류는 서로를 향해 총과 칼을 겨누며 파멸의 길로 뛰어들었다. 1차 세계대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극심한 포악성과 잔인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급기야는 과학발전의 결집체인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20세기 초반을 마무리하였다. 이처럼 인류는 과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잔인한 공격성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경험하면서 20세기 절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홍역을 치렀다.
마찬가지로 21세기를 시작한 인류는 20세기 초와 유사한 ‘세기초 현상’을 직면하게 되었다. 2000년대를 시작하면서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빠른 과학기술의 발달을 힘입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만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들이 일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 나타난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은 인간의 나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 특별히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제를 배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이들과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이처럼 인류는 반복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다각도에 경험하게 되는 세기초 현상을 반복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20세기 초 사회현상은 인간의 전적인 파괴성을 드러내 보였다면, 21세기 초에 나타난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의 전적인 연약함을 깨닫게 해 주는 사회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사회적 현상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한순간도 온전하게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며,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적인 존재임을 각성하게 만드는 비유적 사회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유적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는 일상에 대한 재정의를 할 수 있다. 단순히 익숙했던 생활을 잃어버린 일상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참된 일상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새로운 일상’이 아니라 ‘비일상’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일상적 삶에 대한 각성에서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일상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상’을 향한 회복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옛것과 새것을 구별하면서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교육적 분별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삶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일 수도 있고,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일상의 회복을 위하여 앞으로 3주 동안 변화를 위한 교육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주는 가상공간 속에서 허구가 아닌 삶의 실재를 새롭게 만나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한 교육적 분별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둘째 주는 온라인 공간 속에서 참된 만남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그리스도인의 친밀성’과 관련된 교육적 통찰력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주는 스마트 공간 속에서 올바른 가치판단을 위한 아날로그적 영성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에 새로운 교육적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