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

기존 전통 무너뜨려야 하는 ‘여직찬’(여성 직분 찬성) 논의자체부터 문제

 

1. 들어가며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

네덜란드 개혁교회(De Gereformeerde Kerken in Nederland, vrijgemaakt, art. 31, 이하 GKv)가 2017년 메펄(Meppel) 총회에서 여성에게 교회의 모든 직분을 개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2020년 후스(Goes) 총회는 그것을 최종 확인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 GKv는 보수적 개혁신앙을 파수해 왔다고 자타가 공인했다. 이번 GKv 여성 직분 개방 결정은 자매 교회나 자기 교회 내부에도 충격이 크다. 교단 분열의 위험도 있다.

특히 한국의 예장고신은 네덜란드 개혁교회 GKv와 1969년 이후 자매관계를 맺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장고신은 1965년부터 네덜란드 개혁교회 GKv와 자매관계를 맺기 위해 대표단을 파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1946년 결성된 ‘개혁교회 에큐메니컬 협의회’(REC/RES: Reformed Ecumenical Council/Synod)에 가입하려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장고신의 REC 가입 시도가 네덜란드 개혁교회 GKv과의 자매관계 결정에 걸림돌이었다. GKv는 예장고신의 개혁교회 에큐메니컬 협의회 REC 가입을 예민하게 반대했다. 그 이유는 REC는 GKv를 축출한 네덜란드 개혁교회(GKN:De Gereformeerde Kerken in Nederland, 이하 ‘GKN’)가 발기해 세운 연합체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GKN은 1965년 여성 직분 개방을 결정했고 WCC 가입을 추진 중이었다. REC에서도 교회 여성 직분 개방 문제를 연구 중이었다. 1968년 암스테르담 REC는 여성 목자와 장로직 허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GKN은 REC의 결정을 무시하고 1969년 여성 직분 개방을 최종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후 GKN는 WCC에도 가입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 때문에 GKv는 예장고신이 1968년 REC에 가입하면 자매관계를 할 수 없다고 천명했던 것이다. 예장고신은 REC를 탈퇴하고 1969년 GKv와 자매 관계를 시작했다.

그런 역사를 거쳐왔던 네덜란드 개혁교회 GKv가 2017년 메펄(Meppel) 총회와 2020년 후스(Goes) 총회에서 여성에게 교회의 모든 직분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7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개혁교회협의회’(ICRC:International Council of Reformed Churches)는 초대 발기 교회였던 GKv의 회원권 정지를 결정했다. 4년 후에 열리는 2021년 ICRC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회원권은 최종 종료되고 위원회의 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 외에도 미국 정통장로교회(OPC), 캐나다 개혁교회(Canadian Reformed Church), 호주 개혁교회 등도 GKv와의 자매관계를 끊었다.

본 연구는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변화 속에 연관된 ‘네덜란드 개혁교회 GKN’와 ‘개혁교회 에큐케니컬 협의회 REC’, 그리고 ‘네덜란드 개혁교회 GKv’에서 여성 직분 개방과 관련해 논의된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 특징을 정리한다.

2. GKN 여성 직분 논의와 개방 결정

GKN은 1944년 GKv의 축출 이후 신학과 신앙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GKN은 1952년 교회에서 여성 선거권을 인정하고, 1965년에는 여성 피선거권을 결정하고, 1969년 최종 확인하고 시행했다. GKN은 동시에 WCC에 가입하고 1979년 동성애를 합법화 했다. 여성 피선거권(여성 직분 개방)을 결정하게 된 논의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헌법 개정을 위한 노회 수의가 필요 없는 특징이 여성 직분 개방을 위한 빠른 결정으로 이끌었다. 둘째, 29년(1923~1952)에 걸친 여성 선거권 논의를 위한 세 개의 연구 보고서가 여성 피선거권 결정에 기초 역할을 했다. 셋째, 여성 사역자의 현실적 필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가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넷째, 성경적 논점에서는 강조점의 이동이 돋보였다. ‘절대적인 것 => 상대적인 것’, ‘남녀의 차이 => 남녀의 동등’, ‘여성 직분 허용 결정적 근거 부족 => 여성 직분 허용 결정적 반대 부족’, ‘직분의 다스림 측면 => 직분의 섬김 측면’으로 이동했다. 다섯째, 여러 새로운 성경 해석학적 방법이 대두되면서 절대적 여성 직분 반대를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여섯째, 직분의 하나 됨(De eenheid van de ambten) 개념이 ‘집사 => 장로 => 목사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여성을 모든 직분에 바로 개방하는 근거가 되었다.

3. REC 여성 직분 논의와 개방 반대

‘개혁교회 에큐메니컬 협의회’(REC)는 GKN이 발기해 세워진 연합체이다. 1953년 여성 선거권 관련 논의를 한 후 찬성 입장을 선언했다. 1958년 REC는 GKN의 요청에 의해 여성 피선거권 관련 연구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1963년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 다시 연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1968년 연구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연구 보고서는 여성에게 집사 직분을 개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장로와 목사 직분은 불가함을 선언했다. 1965년 여성 직분 개방을 결정하고 기다리던 GKN은 1968년 REC의 여성 직분 개방 불가 결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갔다.

1972년 REC에 제출된 연구 보고서 <Office in the New Testament>는 직분 개념과 성경에 나타난 여성의 사역을 근원적으로 연구했다. 이 보고서는 직분에 대한 종교 개혁적 입장을 확인했고 개혁주의 신약 신학자 헤르만 리델보스(H. Ridderbos)의 입장을 수용했다. 특히 1963년 REC이 연구 위원회에 수여한 임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회의 다양한 직분으로부터 여성을 제외하는 종교 개혁적 실제”를 연구하라는 임무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고 편협한 전제이며 ‘argumentum e silentio’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1972년 REC은 여성 직분 개방 지지자들이 ‘성경이 여성 직분 불가에 대해 침묵한다’는 불합리한 논리를 사용한다며 여성 직분 개방을 전면 거부했다.

4. GKv 여성 직분 논의와 개방 결정

GKv에서 여성 직분 개방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67년 분리해 나간 ‘네덜란드 개혁교회’(NGK: Nederlandse Gereformeerde Kerken)와의 합동 논의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왜냐하면 NGK는 1994년 여성에게 집사직분을 개방했고 2004년 모든 직분을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GKv는 2005년 연구 위원회를 구성했고, 2008년 <교회에서의 여성>(Vrouwen in de kerk)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다. 2011년 총회는 좀 더 세밀한 연구 위원회를 구성했다. 한편 2011년 <여성으로서 말씀한다>(Als vrouwen het Woord doen)라는 책이 캄펀 신학교 여성 교수(Myriam Klinker-De Klerck)에 의해 출판되기도 했다. 2014년 <복음의 봉사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Mannnen en vrouwen in dienst van het evangelie)이라는 다수 보고서가 제출되었는데, 여성 직분 개방을 지지했다. 소수 보고서는 반대 입장이었다. 논의는 여성 직분 개방에 긍정적이었지만, 또 새로운 연구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 해 GKv의 유명한 윤리학자 다우마(J. Douma) 교수가 교단의 급격한 변화에 실망하고 탈퇴를 선언했다. 2017년 GKv 총회는 <함께 섬김>(Samen dienen)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여성 직분 전면 개방을 결정했다. 2020년 GKv 총회는 마지막 연구 보고서 <서로 진심으로 섬김>(Elkaar van harte dienen)을 받고 최종 여성 직분 개방을 결정했다. GKv의 여성 직분 개방에 결정적 역할을 한 논지들은 GKN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첫째, 남녀 관계는 창조로부터(vanuit) 불평등을 끌어낼 것이 아니라, 평등했던 창조로 돌아가야 한다(terug naar)고 보았다. 둘째, 직분은 권위가 아닌 섬김의 요소만 있을 뿐이라고 보았다. 셋째, 사회의 발전이 교회의 규범과 전통을 바꿀 수 있다고 보았다. 넷째, 여성 직분 개방 관련해 교회 내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교회 일치가 더 중요함을 천명했다. 다섯째, 주해의 자유(Vrijheid van exegese)를 주장했다. 여섯째, 신약 본문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일곱째, 바울의 시대 종속적 입장(Tijdgebondenheid)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5. 나가며

‘여성 직분 찬성’(여직찬)과 ‘여성 직분 반대’(여직반)는 각 논점에서 자신의 논지를 주장, 혹은 강조함으로 정반대 입장을 취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남녀관계’ 논지이다. ‘여직찬’은 남녀의 ‘동등’을, ‘여직반’은 ‘차이’를 강조함으로 정반대 입장에 선다.

둘째, ‘직분’ 논지이다. ‘여직찬’은 ‘직분은 권위 행사가 아니라, 섬김이다’라고 함으로 여성이 교회의 모든 직분에 개방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여직반’은 위임된 권위이지만, 직분에 부여된 하나님의 권위를 직시함으로 반대한다.

셋째, ‘해석학’ 논지이다. ‘여직찬’은 성령의 인도를 받는 새로운 성경해석과 자유를 강조한다. ‘여직반’은 성령의 사역이 말씀을 떠나지 않는 ‘규정적 원리’를 분명히 한다.

넷째, ‘상황과 현실’ 논지이다. ‘여직찬’은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복음전파를 위한 현실을 직시함으로 여성 직분 개방을 이끈다. 하지만, ‘여직반’은 진리를 희생하는 상황논리와 복음전파 논지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고 위험을 지닌다고 본다. 그 예로 ‘일부다처제’, ‘동성애’, ‘동성결혼’, ‘혼전계약동거’ 등이 있다.

다섯째, ‘논의와 결정의 과정’에 나타난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여직찬’의 입장에서는 기존 전통을 무너뜨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논지를 끌어와 활용하려 한다. 논지의 극대화, 과장, 일반화의 오류들이 여기저기 발견된다. ‘여직반’의 입장은 기존 전통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굳이 설명하고 반박할 이유를 찾지 못하여 침묵하기 일쑤다. 그럴 경우 ‘여직찬’은 ‘묵증’(argumentum e silentio)의 입장을 취한다. 성경에 여성 직분 개방에 대한 명확한 반대가 없는 것만으로도 허용할 수 있다고 논지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정황은 여성 직분 개방을 논의하는 자체부터가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원리가 실제를 설명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실제가 원리를 규정하고 바꾸는 역현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교회 현장 사역의 현실은 원리적 여성 직분 개방을 이끌어내었다. 결정은 결국 교회 총회의 투표에 달려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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