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서 목회소명 감당’ 고민의 폭 넓어졌다
‘일터서 목회소명 감당’ 고민의 폭 넓어졌다
  • 박민균 기자
  • 승인 2019.03.1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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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목회 이중직’ - 나는 교회개척 선교사다] ② 일하는 목회자의 삶이 바뀐다

‘선교적 교회론’ 확산되고 공동체 의미 커지면서 이중직 목회자에 다양한 기회 제공
‘생활 위한 직업’ 선택은 목회자 결단이지만 가족과 성도의 이해와 협력이 보다 중요

 

“에어컨 설치하시는 분 계신가요?”

“의자가 있습니다. 필요한 일목 계신가요?”

회원 수 5000명에 육박하는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에서 이런 대화가 종종 올라온다. 일하면서 목회하는 회원들이 서로의 필요를 나누고, 전문성을 가진 목회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활밀착형 대화와 함께 신앙을 나누고 목회의 고난을 서로 위로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목회론, 일하는 목회를 체계화 할 신학이 필요하다”는 글들도 종종 올라온다. 이미 목회자들은 ‘이중직하는 목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일하는 목사로서 선교적 삶과 사역’을 고민하고 있다.

이중직, 5년 만에 큰 변화

2014년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교역자 904명을 대상으로 <목회자 이중직 의식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교회에 유의미한 목회이중직 조사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설문대상자 중 목회 외에 경제활동을 하는 교역자가 343명이었다. 4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이중직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하는 목회자’로 정체성을 갖고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하는 목회자들은 특히 선교적 교회에 관심을 갖고 목회와 직업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이중직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하는 목회자’로 정체성을 갖고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하는 목회자들은 특히 선교적 교회에 관심을 갖고 목회와 직업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중직을 하는 목사들은 목회 외에 직업을 갖고 있는 것에 81.9%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성도들은 목회자의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면서 다른 직업을 갖는 것에 불만(12.0%)을 갖고 있었다. 일과 목회를 병행하기에 시간의 부족(46.7%)했고, 목회자로서 정체성의 혼란(23.3%)을 겪고 있었다.

또한 현실적으로 목회자 이중직이 필요하다(73.9%)고 응답하면서도, 생활을 위해 직업을 선택하는 목회자는 38%에 그쳤다. 선택하는 직업도 야간택시 편의점 대리운전 택배상하차 등 극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년 전만 해도 침례교단을 제외하고 모든 교단들이 목회이중직을 금지할 때였다. 조성돈 교수는 “교단에서 이중직 금지를 명시하고 있기에 성도와 다른 목사의 눈을 피해 밤에 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5년이 흐른 현재, ‘목회이중직’은 많이 변했다. 먼저 목회자들의 직업이 달라졌다. 여전히 3D업종에서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지만, 극한 직업에서 벗어나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아졌다.

감리교단 소속인 김태영 목사는 타일시공 기술을 배워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단에서 목회이중직을 허용한 후 목회와 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기감은 2016년 1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 한해서 이중직업 허용’을 결의했다. 김 목사는 “이중직 허용 결의 전에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성도와 주위 목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했다. 결의 이후 보다 안정적이고 수익도 좋은 전문적인 일을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교단과 헌법(규칙)의 변화가 생활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목회와 일의 조화를 추구하다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을 운영하는 박종현 목사는 사회 구조적으로 “과거보다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쉬워졌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일례로 과거 일하는 목회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인 택배를 많이 했다. 최근 택배직종은 집하-분류-배송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일과 목회를 병행하기 위해 야간 직업에 매달렸던 목회자들이 이젠 새벽과 오전에 일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에 선교적 교회론이 확산되고, 사회에서 공동체운동이 대두한 상황 역시 일하는 목회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과거 극한 직업이 아닌 비영리단체나 선교단체에서 일하는 목회자는 소수였다. 지금은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소규모 카페와 도서관 등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에 관심을 갖고 지역활동가로 나서는 목회자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 전 <목회자 이중직 의식조사>를 할 당시, 이중직 목회자들을 위한 당면 과제는 ‘목회사역과 연관된 직업 찾기’였다. 목회자들이 극한 직업에서 벗어나 최소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했다. 현재 ‘일하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종현 목사는 “역시 목회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는 직종을 찾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어느 직종에서 일하든지 선교적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가고 있다. 결국 목회와 연관된 직업 찾기를 뛰어넘어 교회 밖 일을 통해서도 목회소명을 감당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교회공동체의 협의 중요

일하는 목회자들이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는 예상 외로 가정과 교회에서 많이 일어난다. 이중직 목회자들은 “생활을 위해서 직업을 갖는 것은 목회자의 결단이지만, 가족 그리고 성도들과 반드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재성 목사는 서울 구로구에서 2012년 개척했다. 개척 3년 만에 이중직을 결정했다. 장년 성도가 5명 출석했지만, 4인가족 기초생활비도 감당할 수 없었다. 성도들에게 야간에 일을 하겠다며 새벽예배 인도를 하지 못한다는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서 목사가 목회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성도 몇 명이 교회를 떠났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도들과 회의를 하고 교육을 했다.

“성도들과 목회자로서 소명과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했다. 선교적 교회를 일궈가기 위해 일하는 목회의 의미를 공유했다. 지금도 미자립 교회이지만, 지역의 노인들에게 반찬나눔 사역을 하면서 생존이 아닌 선교의식이 있는 교회로 변모했다.” 

SNS ‘일하는 목회자들’ 운영하는 박종현 목사

‘일하는 목회’ 더욱 확산될 것
‘이중직’이란 말로 목사의 사역 재단하지 말아야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을 운영하는 박종현 목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을 운영하는 박종현 목사.

박종현 목사는 2016년 SNS 페이스북에 ‘일하는 목회자들’을 만들었다. 한국교회에 통용하는 ‘목회이중직’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서구 교회에서 보편화한 단어 ‘워킹 패스터’(working pastor)에서 ‘일하는 목회자’를 가져왔다. 박종현 목사는 “목회이중직이란 단어가 한국교회의 현실과 개척하는 목회자의 의미를 표현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은 목사를 직분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현 목사는 ‘목회이중직’이라는 단어 안에는 목회를 직업으로 이해하는 의식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소명을 강조하는 많은 목사들이 목회는 직업이 아니라고 하지만, 목사를 청빙할 때 성도들에게 ‘목회자의 생활비를 책임지도록 한 것’은 엄밀하게 직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목회가 특별한 소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목회와 다른 일을 병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울 사도만 봐도 이중직을 금지한 성경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 오늘날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보면, ‘일하는 목회’는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박종현 목사는 신학교에 다니던 10년 전만 해도 신학생들 중에 일하면서 목회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목회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란 생각을 하는 목회자도 드물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신학생 때 ‘일하며 목회하는 시대’를 예상했다. 신학교를 다니면서 목회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서울 송파구에 함께심는교회를 개척하고, 상담사역인 생명나무마음치료센터와 마을공동체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스북도 교회개척과 함께 만든 것이다. 박종현 목사는 자신처럼 ‘일하는 목회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역이었다고 설명했다. “생활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하는 목회자들을 돕고 싶었다. 목회와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직종을 발굴해서 알려드리고,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불과 3년이 지난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은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활동하는 회원이 5000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회원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를 나누며 소통하고 있다.

일에 대한 것만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선교적 교회론과 일상의신학 등의 영향으로 일하는 목회자들은 ‘이중직’의 굴레에서 벗어나, ‘목회자로서 선교적 삶’의 관점에서 개척와 사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목신학’이란 용어까지 만들며 ‘일하는 목회’에 대한 신학적 성경적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

박종현 목사는 기존 교회들은 새로운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비기독교인에게 접근하기도 전도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전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교회의 출현, 그것이 교회개척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비판받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개척에 나선 목회자들은 일하면서 선교하고 있다. 교회를 세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회이중직’이란 말로 일하는 목사의 사역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일상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살면서 목회하는 개척자도 있고, 오직 목회에 매달려 교회공동체를 일구는 개척자도 있다.”

박종현 목사는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다양한 직종에서 전문성을 가진 목회자들과 교회 및 성도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박 목사는 “위치기반정보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자기 교회나 집 근처에서 일하는 목회자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교회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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