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회 총회서 ‘생계 목적 등 예외적 허용’ 규칙 개정 … 정작 현장은 변화 움직임 없어
암울한 현실에 목회자 정체성 혼란 극심 … ‘교회개척 선교사’로 가치 인정하고 도와야

이중직 목회자 ‘자긍심’ 회복 응원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는 지난 103회 총회에서 목사의 이중직 및 겸직에 대한 규칙을 개정했다. 총회규칙 제9장 제30조를 신설해 ‘목사의 이중직을 금하며, 지교회의 담임목사직과 겸하여 다른 직업(공무원, 사업체 대표, 전임교원, 정규직 직원 등)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만 ‘생계, 자비량 목회 등의 사유로 소속 노회의 특별한 허락을 받은 자’ 등, 이중직을 허용하는 예외 사항을 두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공식적으로 ‘목회이중직’을 허용한 것이다.
총회가 이중직을 허용하면서 목회현장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하는 사실을 숨겨왔던 목회자들이 이젠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노회에 알리고, 노회 차원에서 이중직 목회자들을 파악해 대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총회가 목회이중직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이런 긍정적인 일들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 최대 보수교단에서 이중직을 허용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는데, 왜 목회현장에 작은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가. 목회이중직 통해 총회와 한국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목회이중직: 나는 교회개척 선교사’란 주제로 연속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 주>


정치적 의미만 부각시킨 ‘이중직’
그동안 총회는 다른 교단이 잇따라 ‘목회이중직’을 허용해도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총회와 노회는 많은 목회자들이 이중직 금지법을 어기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모른 척 한 것이다. 작년 9월 총회에서 규칙부는 이런 현실을 적극 반영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중직을 갖는 것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정신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ㅅ노회 소속인 문OO 목사는 103회 총회에서 ‘생계를 위한 이중직을 허용’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총회 이후 가을 정기회에 참석했지만, 이에 대한 보고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 목사뿐만이 아니었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들 역시 “법적으로 이중직을 금지하기에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지난 총회에서 이중직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총회는 지난 103회 총회에서 신조처럼 고수했던 ‘목회이중직 금지’를 수정했다. 목회현실을 반영해서 ‘생계를 위한 이중직’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2010년 이후 목회이중직 논의가 활발했다. 10년 만에 보수적인 합동 교단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목회이중직을 허용하면서, 이제 목회이중직 논의는 ‘목회와 생업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최근 목회자들이 주목하는 이중직은 장애인 활동보조도우미이다. 사진은 한 장애인단체에서 활동보조도우미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총회는 지난 103회 총회에서 신조처럼 고수했던 ‘목회이중직 금지’를 수정했다. 목회현실을 반영해서 ‘생계를 위한 이중직’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2010년 이후 목회이중직 논의가 활발했다. 10년 만에 보수적인 합동 교단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목회이중직을 허용하면서, 이제 목회이중직 논의는 ‘목회와 생업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최근 목회자들이 주목하는 이중직은 장애인 활동보조도우미이다. 사진은 한 장애인단체에서 활동보조도우미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ㅅ노회 임원에게 103회 총회에서 결의한 이중직 허용을 노회원들에게 보고했는지 질의했다. 임원은 “작년 10월 노회에서 ‘총회보고’ 사항으로 보고했다. 다들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동안 총회에서 목회이중직은 주로 ‘정치적 문제’와 연관해 다루었다. ‘신학교 전임교원이 이중직이냐 아니냐’가 주요 논점이었다. 정치적 문제에 밀려 목회적 의미가 잊힌 것이다. 그 결과 정기노회를 3주 앞둔 ㅅ노회에 이중직을 하겠다고 노회의 허락을 요청한 목회자는 단 1명도 없다. ㅂ노회 ㄷ노회 등 수도권의 다른 노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목회자들
ㅅ노회 소속 문OO 목사는 17년 부목사 생활을 하고 2013년 ㅈ교회를 개척했다. 부교역자 14년 동안 문 목사는 사례비를 최저 9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받았다고 했다. 14년 동안 4인가족 최저생계비에 한참 미달하는 사례비를 계속 받으면서, 사모가 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40대 후반에 청빙을 받지 못하고 개척을 했을 때, 가진 돈은 2000만원이 전부였다. 개척을 한 후에도 사모는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고, 결국 문 목사도 이중직을 시작했다.

“아는 목사님의 소개로 장애아동을 돌보는 활동도우미를 하고 있다. 지체부자유 아동을 2년 동안 돌보다가 지금 성인 자폐인을 돌보고 있다. 오전 8시 30분에 2시간 정도 돌봄일을 하고, 오후 3시부터 3~4시간 정도 일을 한다. 그래도 4대보험이 되고 영혼을 긍휼이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에, 다른 일보다 의미가 있다.” 

문 목사는 이중직의 가장 큰 어려움을 ‘목회자로서 정체성 혼란(자괴감)’과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정체성 혼란이 있다. 나는 목사지만, 일하는 곳에서는 선생님이고 아저씨이고 그냥 문씨이다. 목회에 전념하고 싶은데 답답하다. 자괴감을 느낀다.”

문 목사는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지원을 받아서 개척하는 목사들을 보면, 자신의 현실과 미래가 더욱 암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통합교단에서 목회하는 형님이 있다. 통합은 교단 차원에서 실제적인 교회개척 교육을 진행하고,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교회는 분립개척을 시켜줬다. 개척 2년 만에 벌써 성도가 100명이 넘었다. 너무 비교되지 않나?”

정죄하지 말고 ‘가치’ 알려라
문 목사를 비롯해 현재 이중직을 하는 3명의 목회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목회자들의 상황은 비슷했다. 10~20년 가까이 부교역자 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 소모품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단독 목회를 준비할 수 있는 조언과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목사 시절은 쥐어짜이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어렵게 개척한 후에도 노회와 선배 목회자들에게 지원 및 권면을 받지 못했다. “노회에 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자립 교회인가 아닌가로 목사는 구분된다. 이중직을 하는 목사를 향해서 목회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정죄하는 분위기가 더욱 힘들다.”

총신대 라은성 교수는 ‘목회이중직’을 생계의 문제만으로 규정한 것이 이런 문제들을 야기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라 교수는 “총회에서 목회이중직을 허용한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지만, “오늘의 시대와 목회상황에서 이중직을 ‘생계’로만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목회이중직에 대한 가치와 의미까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은성 교수는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를 ‘교회개척 선교사’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척교회 목회자,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들은 지금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선교를 통해서 교회를 이뤄가고 있는 개척자들이다. 총회의 이중직 허용은 사도 바울처럼 직업을 갖고 교회를 개척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시대에 개척에 나선 목회자들을 인정하고 응원해야 한다.”

“보다 명확한 기준 필요하다”

라은성 교수 “미조직교회 목회자 대상으로 해야”

제103회 총회에서 목회이중직을 일부 허용하는 규칙개정을 했다. 이중직을 강하게 반대했던 총회가 원칙을 수정한 것이다. 목회이중직을 일부 허용한 이유에 대해, 규칙부는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중직을 갖는 것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정신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생계 문제’라는 상황 때문에 총회가 목회의 중요한 원칙을 변경한 것이다.

총회가 목회에 대한 중요한 원칙을 수정했다면, 성경과 신학적으로 타당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이중직 허용의 기준으로 제시한 ‘생계’의 수준도 모호하다. 정부에서 제시한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목회자는 누구나 이중직을 해도 되나.

이런 질문에 라은성 교수(사진)는 “총회가 목회이중직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총회가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 사역을 인정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총회는 이중직 대상자를 ‘미자립 교회 목회자’로 이해하고 있다. 미자립 교회는 통상 ‘담임목사의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는 교회’로 여긴다. 라은성 교수는 “미자립이 아니라 총회 공식 용어인 미조직 교회, 세례교인 25명에 미치지 못하는 미조직 교회의 목회자를 이중직 허용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미조직 교회 목회자는 법적으로 온전한 조직 교회를 만들어가는 목회자다. 선교적 소명이 강한 목회자로서, 다른 직업을 갖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세례교인 25명 이상 조직 교회가 된다면, 전임 목사로서 목회에 전념하도록 원칙을 세우는 것이 타당하다.”  

라은성 교수는 9년 전 서울 노원구에 교회를 개척했다. 라 목사는 “나도 아직 미조직 교
회 목사다. 이 시대에 개척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라며 웃었다. “과거와 달리 2000년 이후 목회자가 교회를 개척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았다. 목회자가 직업을 갖고 교회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중직하는 목사는 ‘교회개척 선교사’로 이해해야 한다.”

라은성 교수는 성경과 개혁신학 입장에서 목회이중직의 의미를 고찰한 짧은 글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중직 목회자들이 정체성 혼란에서 벗어나 자긍심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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