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대법원 동성결혼 판결이 합헌으로 판결났다.

미 대법원은 26일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며 동성 커플은 미국 어느 곳에서나 결혼할 권리를 갖는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미국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세계 21번째 국가가 됐다.

당초 캐스팅 보트 역할을 기대했던 보수 성향의 앤서니 캐네디 대법관이 찬성 쪽으로 기울면서 5대 4로 판가름 났다.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2년 전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의 결합”을 혼인으로 규정한 1996년 결혼보호법(DOMA)을 위헌으로 결정 내린 바 있어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역시나로 끝났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판결로 동성 결혼자들은 세금감면과 건강보험 등 다방면에서 혜택과 권리를 누리게 됐으며 법적으로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았던 14개 주의 300여만 명이 결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합헌판결 결정문을 쓴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수정헌법 14조(평등권)를 들어 “각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결혼이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소수 의견에 그친 4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도 “대법원이 각 주의 결혼법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며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반대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미 국민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각 지역 주요 정치인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종교계를 비롯한 보수층은 대법원 결정을 비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미국 사회가 한바탕 파문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평소 동성 커플의 결혼을 지지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평등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며 “미국민의 승리”라고 축하 메세지를 전했지만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마크 허커비나 같은 당 릭 샌토럼 후보는 "이번 결정은 비헌법적인 사법 독재의 통제 불능 행동", "비선출직 법관들이 미국사회의 기본 구성 요소를 재정의 했다"며 비난하고 나서 향후 정치권의 반향이 주목된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성결혼을 인정하게 된 주에서도 어떤 방법으로 든 반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이 우선이지만 세부 사안에 따라서는 주법으로 제한적인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주 등에서는 입양 관련 법안을 만들거나 결혼증명서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동성결혼 합법화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종교생활, 학교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서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우선 아버지, 어머니, 남편, 부인이란 호칭부터 입양 문제 등 가족 구성에 대한 재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교회의 경우 설교 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인신공격 발언은 곧 법적 소송문제에 휘말리지 않는 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기독교 학교들은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신앙 정체성 문제도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교회를 비롯한 직장에서는 동성애자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혼란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동성결혼 판결에서 반대 입장에 섰던 존 로버츠 대법관조차도 “기독교 대학에서 동성결혼 커플을 인정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한인교회들은 차별 소송에 대한 대응이나 지침이 부족한 교회가 대부분이어서 피해를 당할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동성결혼을 강력히 반대하며 기도운동을 벌여 온 한인교계는 실망을 느끼기에 앞서 대책 마련에 고민금치 못하고 있다.

한인교회들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층과 미국교회와의 연합을 통해 지속적인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교회 내 정관이나 내규를 법에 맞게 변경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인 2세들에 대한 각별한 교육과 지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 LA=이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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