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동성애 대응전략 수정 필요하다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추세 속 혐오와 죄악 기초한 대응은 역효과
과학적 언어로 설득력 높여가며 시민운동으로 확산, 위험성 알려야


#장면1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7월 5일 동성로 일대. 퀴어 행사에 맞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2000여 명의 성도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벌였다. 한 상인은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저게 뭐냐? 퀴어축제라고? 동성애축제라고? 교회 행사 아니었나?”

#장면2 퀴어퍼레이드에 대항하기 위해 대한문 앞에 1만 명의 성도가 모였다. 서울특별시의회 앞부터 시청역까지, 인도가 성도들로 넘쳐났다. 대한문 앞에 마련한 단상 확성기는 귀를 찢을 듯한 찬송과 기도와 구호 소리가 울렸다. 여기에 일반 시민의 동참은 보기 힘들었다.

#장면3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열린 6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성도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그 성도 앞에 한 청년이 맞서서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 말씀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그 뒤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 2015년 퀴어문화축제 핵심 행사인 퀴어퍼레이드가 7월 5일 대구 중심부인 동성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교회는 과격한 반대를 자제하면서 시민들에게 동성애의 문제점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올해도 퀴어문화축제의 가장 강력한 반대자는 한국교회였다. 하지만 이런 ‘대결구도’가 과연 한국교회와 동성애 확산 저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까?

이경직 교수(백석대)는 “어쩌면 성소수자들이 교회를 반대 세력으로 끌어들였는지도 모른다”며 한국교회는 주의 깊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교이념이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는 금기어이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90% 이상의 시민들이 동성애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퀴어문화축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시민들이 많다. 퀴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은 ‘한국교회의 대대적인 반대운동’에 힘입어 자신들을 마음껏 드러냈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교회로부터 핍박을 받는 존재로 인식시켰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바로 교회의 결집이다. 서울과 대구에서 반대운동을 펼친 관계자들은 “퀴어에 대한 위기감을 성도들에게 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교회를 결집시켰다는 점”을 이번 행사의 중요한 성과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는 한국교회가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외 언론까지 취재에 뛰어들었다며, “교회의 과격한 행동은 한국을 성소수자 인권탄압 국가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오히려 ‘동성애차별금지법’을 만드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퀴어 반대 집회는 한국교회에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바로 ‘소통의 부족’이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축제’라는 이름으로 퀴어와 문화를 결합시켰다. 그래서 동성애자보다 재미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교회는 동성애를 거부하는 사람들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동성애 반대집회를 ‘교회만의 행사’로 축소시켰다.

‘시민들과 소통하며 동성애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도 한계를 드러냈다. 퀴어축제에서 교회는 두 가지 논리로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하나는 소돔과 고모라 같이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한 것이다. 둘째는 국내 에이즈 환자들의 상당수가 동성애자라며 동성애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회의 논리에 퀴어 참가자들은 성경으로 대항했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예수님은 세리와 창기도 사랑하셨는데, 왜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냐”고 외쳤다.

동성애가 에이즈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 동성애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의학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에이즈 환자들의 인권 등을 고려해 에이즈 발병 이유와 치료 및 대책 방안 등을 공지하지 않는 상황이다.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교회가 사회 나아가 동성애자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과학이 그들을 이해시키는 중요한 소통의 매개체이다. 교회는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에이즈의 실태와 감염경로를 밝히도록 관계당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퀴어문화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참석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동성애 문제를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로 인식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교회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동성애의 폐단을 공유할 수 있는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병국 박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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