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주일학교, 즐겁게 몸에 밴 성숙

주일아침 7시 교사 예배부터 활화산 … 400여 교인, 촘촘히 주일학교 사역 동참
성품교육에 집중한 설교, 반복 학습 통해 실천으로 연결…“사명자로 쑥쑥 큰다”

마치 활화산과 같다. 억제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분출하는 것이 멀리서부터 느껴진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도 전부터 아이들은, 교사들은 예배당을 가득 채우고 한껏 상기된 영혼으로 은총 가득한 하루를 맞이한다. 거창중앙교회(이병렬 목사)의 주일아침은 이렇게 열린다.

오전 7시. 주일 1부 예배이자, 주일학교 교사들의 예배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이미 예배실에 나와 맨 앞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교사직분을 맡은 엄마 아빠를 따라 눈 부비며 앉은 어린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스스로 원하여 예배에 참석하는 아이들이다.

▲ 거창중앙교회 유년주일학교에는 분출되는 역동성이 있다. 그 역동성은 이른 주일아침부터 깨어나 하루 종일 멈추지 않는다.

강단에서는 ‘울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는 시편의 말씀이, 다시 숨 가쁜 하루를 보내게 될 교사와 ‘불꽃목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며 울려 퍼진다.

부흥회를 방불케 하는 한 시간 동안의 예배를 마친 교사와 아이들은 일제히 식당 겸 교육관으로 사용 중인 1층으로 향한다. 이들은 주일아침과 점심을 늘 같은 식탁에서 맞이한다. 심심찮게 하루 세끼를 함께하기도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주일이면 언제고 시계초침이 더 빨리 돌아간다. 그 짧은 시간조차 아까워 후루룩 들이키듯 식사를 끝내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린다.

오전 8시. 숟가락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수송작전 돌입이다.  이 시간대에 교회정문 앞거리로 나가보면 흔치 않은 구경을 하게 된다. 쉴 새 없이 사방에서 차량이 다가와서는 아이들을 토하듯 쏟아내고, 금세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는 풍경이 파도치듯 거듭되는 것이다.

교회소유 차량이나 지입차량이 따로 없는 거창중앙교회에서는 모든 교사들의 차량이 수송에 동원된다. 수송은 각 부별, 목장별로 이루어진다. 특히 70여명의 ‘차량교사’들은 읍내 각지로 흩어져 아이들을 옮기는 일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한다.

주일학교 부서는 학령이 아니라 거창읍내 4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구분된다. 각 부서에는 학생들을 직접 담임하는 73명의 주교사 외에도 차량수송, 교통지도, 간식준비 등으로 보조하는 교사들이 두루 배치되어 있다. 그 숫자를 모두 합하면 무려 400여 명을 헤아린다. 한 마디로 온 교우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주일학교 사역에 동참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의 수송이 이루어지는 동안 주방에서는 간식교사들이 감자튀김을 준비하고, 중고등부 학생들인 보조교사들은 아기들을 업어주거나, 어린 동생들과 놀아주며 각자의 역할을 한다. 어린이부서를 총괄하는 김혜영 전도사는 “돕는 손길이 많기 때문에 담임교사들이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주일학교 사역 전체가 풍성해집니다”라고 말한다.

드디어 주일학교 예배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어느 순간 아이들로 가득 찬 예배당은 이병렬 목사의 표현마냥 ‘꿈동이들의 천국’으로 변해있다. 인도자의 신호에 따라 뛰고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에는 마지못해 따라하는 어설픔을 찾아볼 수 없다. 마냥 생기가 넘친다.

30여분 가량 찬양시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밀려드는 행렬은 멈출 줄 모른다. 통로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메워지면, 저학년 작은 아이들은 강단 위로 올라가 말씀을 듣기 위해 준비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북새통 속에서도 물 흐르듯 예배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아 담임목사의 설교를 위해 기도하는 아이들의 앙증맞은 중얼거림, 낯익은 얼굴이든 처음 만나는 얼굴이든 어른이면 일단 고개를 꾸벅이는 정중한 태도, 분반공부 시간에는 책상부터 활동도구까지 알아서 챙겨오고 정리하는 모습들 속에서 어른 못잖은 성숙함을 발견할 수 있다. 성품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병렬 목사의 주일학교 설교는 주로 아이들의 성품을 바르게 인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총 30개의 성품들 중 오늘의 테마는 23번째 항목인 ‘겸손’이다. 예수님의 겸손에 대한 가르침을 담임목사가 설교하는 동안, 아이들은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잔뜩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표정이다.

설교시간을 대화와 질문형태로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병렬 목사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쉴 새 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하나님은 왜 겸손한 사람을 사용하실까요?” “겸손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발표해 볼 친구?” 바로 이 순간이라는 듯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든다. 이미 대답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의 설교는 매주일 이어지는 분반공부시간을 통해 재학습이 이루어지고,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주일학교 2부 예배 시간에는 복습게임, 스킷드라마, 코스체험 등으로 다시 이를 심화하는 활동이 전개된다. 학교나 가정에 돌아가서도 매일 복습할 관련 암송구절과 실천과제들이 주어진다. 반복을 통해 아이들은 지혜와 습관을 형성한다. 예배 집중도도 따라서 높아진다.

오후 4시 반, 오늘도 폭풍 같았던 하루 일과를 마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공식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아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교사들과 함께 오후 5시에 시작하는 저녁예배까지 참여한다. 교회 다니는 게 재미있느냐는 물음에 초등학교 3학년 태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요!”라고 대답한다. 찬양부터 반별활동까지 즐겁지 않은 시간이 하나도 없단다. 겸손을 배우면서 자발적으로 이불개기를 시작해 부모님으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는다는 태호의 꿈은 선교사가 되는 것이다. 태호의 교회생활은 이제 고작 2년 차다.
예배자로, 사명자로 쑥쑥 크는 아이들. 또 한 주가 지나면 이 꼬마들은 다시 얼마나 자라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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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은 ‘불꽃목자’에서 나온다

모범적 활동 학생에 부여 교사도우미로 맹활약

▲ 토요일에 열리는 거창중앙교회 어린이들의 반목장 모임. 불꽃교사들이 선생님과 동생들을 섬기며 맹활약하는 기회이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보미는 ‘불꽃목자’로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목장모임이 열리는 토요일 오후 2시, 선생님을 도와 활동지를 준비하고 소란한 철부지 동생들을 따끔하게 야단치며 자리에 앉히는 보미의 분주한 몸놀림에 능숙함이 서려있다.

“담임교사인 제 몇 마디보다 맏언니인 보미의 한 마디가 더 잘 통할 때가 많아요. 주일 분반공부나 토요일 반목장모임을 하다보면 인원도 많고, 학년도 다양한 아이들 때문에 정신없을 때가 종종 있는데 우리 불꽃목자의 도움을 크게 받죠.” 김혜영 선생님의 칭찬은 끝이 없다.

보미의 영향력은 아래 학년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발휘된다. 같은 반 남동생인 노아는 선생님과 누나들 앞에서는 한 없이 어리광을 부리는 개구쟁이지만, 자진해서 저보다 나이어린 동생들을 어부바 해주며 형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함께 사는 형제나 가족이 많지 않은 요즘 세태에서도 거창중앙교회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질서 있고, 화기애애한 대가족을 경험한다.

거창중앙교회에는 보미처럼 불꽃목자와 중고등부 보조교사 시기를 거쳐, 나중에 정식 교사가 되는 젊은 교사들이 많다. 일종의 교사도우미라고 할 수 있는 ‘불꽃목자’의 자격은 주일학교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부여된다.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야 되고, 2명 이상을 전도해야 하며, 시험이라는 관문까지 통과해야 하니 아무나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주일학교 체제에서 불꽃목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평소 생활에서부터 동생들이나 새로 전도한 친구들에게 신앙적인 모범이 되어야 하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학습도구와 간식을 챙기는 등 할 일도 많다. 토요휴무제 등으로 교사들의 학교방문 전도가 어려워진 요즘에는 불꽃목자들이 또래들을 전도하는데 첨병역할을 한다.

주일학교 부장으로 섬기는 박덕열 집사는 “불꽃목자로 세워지는 아이들은 연말에 담임목사님이 직접 임명하여 파송하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별도의 수련회를 열어 사명감을 심어줍니다”라면서, 이 아이들이 장차 교회의 훌륭한 동역자로 자라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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