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 12시, 교사들이 주일학교 사역에 돌입하는 시간이다. 교사들은 주말 오후에 진행되는 반목장 모임에 앞서 한 시간 가량의 기도회를 갖는다. 정오에 시작하는 예배에 참석하려면 적어도 한두 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상 주말의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는 것이다.

▲ 토요기도회에 나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거창중앙교회 주일학교 교사들.
점심식사는 기도회가 끝난 후 반목장 모임에 나오는 아이들과 함께 한다. 반목장은 어른들의 구역예배와 같은 개념의 모임이다. 지난 주일에 배운 성품교육의 내용을 복습하고, 체험활동 등으로 학습을 더욱 확장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업 도중 반드시 한 번 이상은 구원의 확신을 점검하고, ‘너희는 세상을 비추는 아이들이 될거야’라는 격려를 잊지 않는다. 불꽃목자들을 따로 격려하고 사명을 일깨우는 역할도 해야 하고, 아이들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갖는 등 교사들이 챙길 일은 한둘이 아니다.

당초 거창중앙교회는 ‘JJ토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특기적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성품교육의 집중과 내실화에 집중하고자 반목장 형식의 모임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사역의 몫이 더욱 커진 것이다.

주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12시간가량을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내는 교사들이 토요일까지 시간을 바쳐 섬기는 일이 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교사들은 매일 저녁 8시부터 교회당에 나와 두 시간 여 동안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학년제에다 중고등부에 진학할 때까지 무한책임제로 주일학교를 운영하다보니 한 번이라도 출석한 아이들은 끝까지 담임교사의 책임으로 남는다. 때문에 한 반의 재적이 수십 명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고, 아이들을 일일이 챙기고 날마다 위해서 기도하는 교사들은 거의 목회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거창중앙교회 교사들의 표정에는 버거워하거나, 지쳐 고갈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을 하는 교사들은 아예 토요일부터 가게 문을 닫고 섬길 정도로 개개인 열정의 강도가 뜨겁다. 사명감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일꾼들이 계속해서 교사로 세워지며 장기적으로 헌신하는 이들의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거창중앙교회에서 주일학교 사역이 본격화 된 2002년부터 무려 13년 동안 이 같은 강행군을 펼치고 있음에도 대오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 기적에 가깝다.

“10년 전만해도 교회에 아이들의 숫자는 5~6명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이병렬 목사님 부임 후 매일기도회를 통해 교사들의 가슴에 불이 붙자, 불과 2년 만에 재적 1000명 규모의 주일학교로 성장했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불모의 땅에서 숲을 이룬 셈이지요.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체험한 후부터는 모두가 확신 속에서 교사직분을 감당하게 됐죠.”

주일학교 실무를 총괄하는 박덕열 집사는 스스로가 주일학교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경험한 산 증인이다. 주일학교에 먼저 다니기 시작한 자녀들로 인해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평신도와 교사시절을 거쳐 현재는 주일학교 부장직을 맡고 있다. 큰 아들 민수는 교회의 파송을 받고, 현재 필리핀에서 선교사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중이다.

박 집사의 경우처럼 거창중앙교회에서 주일학교 사역은 종종 가정 전체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매개체가 된다. 한 아이를 5~6년가량 지도하다보면 부모조차 알지 못하던 아이의 고민이나 습관 같은 것을 교사가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이의 가족들과 접촉점을 만들고 전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교사들이 이처럼 든든한 사역자로 서게 된 데는 담임목사의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솔선하는 리더십도 큰 몫을 한다. 이병렬 목사는 강단에 설 때마다 ‘다음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불타는 가슴을 우리도 품자’ ‘우리는 하나님 앞에 한국교회의 시범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끊임없이 교사들의 심장박동 수를 상승시킨다.

동시에 어떤 교사들보다도 열심히 기도하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본을 보인다. 결코 부교역자나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맡기거나, 일방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는다.

예배시간마다 아이들이 담임목사와 흡사한 억양과 단어들로 기도하고, 똑같은 몸짓으로 찬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퍽 흥미로운 일이다. 담임목사 교사 학생으로 이어지는 신앙적인 모델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증거라 하겠다.

초창기에 주일학생이었던 인물 중에서는 벌써 장성해, 주일학교 교역자나 부장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대를 이어서 그 다음세대를 키우고, 주일학교를 세우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거창중앙교회는 더욱 든든한 공동체로 서가는 중이다.

한 성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주일학교가 부흥하면서 저처럼 나이든 교인들도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꿈을 가지니 교회가 더욱 밝아지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만 세우는 것이 아니다. 교회를 세우고, 나아가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첨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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