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장회의, 교회협 동참 보고 받아
의료계 사태 성명 발표 논의 끝 무산

12년 만에 보수와 진보 교계가 한 자리에 모여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이하 교단장회의)가 서울 세종로 코리아나호텔에서 2024-1차 정례모임을 가졌다. 교단장회의는 1년에 세 차례 회원교단이 돌아가며 주관해 정례모임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이철 목사, 이하 기감) 초청으로 열렸다.

회의에 앞서 드린 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기감 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힘써야 할 것은 신앙의 성숙이다. 믿음으로 시작한 신앙의 방향이 사랑으로 가야 한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더 깊이 알고 열매를 맺는 길”이라며 한국교회가 조직 정비도 필요하고 외적인 도전을 풀어가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께서 본질적으로 주신 해법은 신앙의 성숙임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현재 안팎의 위기를 성숙의 기회로 삼기를 권면하며, 무엇보다 영적으로 깊이 성숙하는 한 해가 되길 축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달 말 열릴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등 교회연합기관 실무자들을 통해 한국교회 현안 및 사업계획을 청취하는 순서를 가졌다.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3월 31일 부활주일 오후 4시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부활, 생명의 복음 민족의 희망‘을 주제로 열린다. 특별히 올해 연합예배는 2012년 이후 별도로 예배를 드렸던 교회협도 함께하기로 했다.

이날 교회협 강석훈 교회일치협력국장은 “교회협은 미 군정시절부터 부활절연합예배를 한국교회 일치의 가시적 상징으로 귀하게 여기고 활동을 해왔다”라며 “올해 100주년을 맞은 교회협도 따로 예배하지 않고, 연합예배에 회원교단들이 함께 참여하기로 결의했다”라고 전했다.

1947년 부활절 한국기독교연합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신)가 남산에서 예배한 것을 뿌리로 하는 부활절연합예배는 반세기가 넘은 역사를 지나오며 수차례 분열과 연합의 부침을 겪었다. 가장 최근인 2006년, 당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교회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교회협이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라는 이름으로 모여 다시 양 기관이 한 해씩 번갈아 가며 주관했으나 2012년 한기총 파행으로 다시 나눠진 뒤에는 10년 넘게 따로 예배를 드려왔다.

한교총 보고자로 나선 신평식 사무총장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투표 독려 캠페인을 전개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대,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한 목회서신 발신 등 한국교회를 둘러싼 현안에 적극 대응하고 있음을 밝히고, 내년도 한국기독교140주년 기념예배 및 사업 준비와 더불어 교회연합기관 통합도 지속 추진 중임을 알렸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교단장들 중 최연장자인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백석 대표총회장 장종현 목사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와 관련해 한국교단장회의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안했으나 최종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교단장들은 의료계 사태에 대해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나 의사와 국민 모두의 상처를 위로하며 화합점을 찾는 내용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논의했다. 그러나 교단 직영으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예장고신 김홍석 총회장이 “내용을 떠나 이 시점에 성명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함에 따라 교단별로 자체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장종현 대표총회장은 영화 <건국전쟁>으로 촉발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여론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역시 회의를 주재한 기감 이철 감독회장이 먼저 기감 장로였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의 평가가 분분한 사안임을 염두, 공동의 입장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힘으로써 직접 논의에서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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