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모로코 '대홍수' 리비아
양국 더해 사상자 3만명 넘어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월 8일 오후 11시경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72km 지역에서 발생한 6.8 규모의 강진으로 현재(13일)까지 2946명이 사망하고 5674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인 리비아에는 태풍으로 댐이 무너지는 바람에 대홍수가 발생해 현재(15일)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1만1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는 그 이상으로 희생자가 2만명이 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튀르키예 지진 당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이재민 구호·구제 및 재해 복구 활동에 나섰던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사랑의 마음으로 어려움에 빠진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한기봉, 11일 긴급구호팀 파송…이재민 위로 및 구호품 전달

11일 한국을 떠나 모로코로 향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조현삼 목사, 이하 한기봉) 긴급구호팀(팀장:성백철 목사)은 12일 오전(현지시각)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긴급구호팀은 이어지는 여진의 피해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라케시 시내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72km로 떨어진 알하우즈 주(州)를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했다.

모로코 중심부를 꿰뚫는 아틀라스 산맥 인근에 위치한 알하우즈 주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워 1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현지시각 11일 기준)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특별히 집들이 대부분 진흙이나 벽돌로 허술하게 지어져 지진에 취약했다. 무너진 건물과 금이 간 벽, 손상된 도로 등 폐허로 변한 마을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나선 주민들과 실종된 가족을 찾아 헤매는 이들,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슬퍼하는 유가족들로 뒤엉켜있었고, 긴급구호팀은 갑자기 닥친 재앙에 망연자실해 하는 모로코 국민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사역의 시작을 알렸다.

첫날 답사를 마친 긴급구호팀은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마라케시 시내 대형마트에서 긴급구호품을 확보해 피해지역으로 옮겼다. 13일 알하우즈 주의 이즈각(ijjoukak) 지역 차르가 마을과 라흐닌 마을 등을 찾았고, 14일에는 아미즈미즈(Amizmiz) 지역 이미은탈라, 아두즈, 두운마르, 케투 마을 등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이 중 이미은탈라 마을은 지진 이후 연달아 일어난 산사태로 인해 전체 200여 주민 중 절반이 넘게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지진 당시 상황과 피해 현황, 필요 등을 확인한 긴급구호팀은 이들에 물과 밀가루, 파스타면, 콩, 설탕, 식용유, 차, 어린이용 비스킷 등이 담긴 구호품(세트당 50유로 상당, 총 700세트)을 나눴다. 상심에 빠진 사람들을 위안하는 것도 물론 구호팀의 몫이었다. 먼 나라에서 온 이들이 재난당한 자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현지인들도 함께 봉사에 참여해 구호품 분배 작업을 도왔고, 절망에 빠져있던 이재민들은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긴급구호팀장 성백철 목사(서울광염교회)는 “이번 사역 가운데 붙들고 있는 ‘그 사람을 만나게 하소서’라는 기도 제목대로 한국을 떠난 직후부터 하나님께서는 그날마다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하셨고, 그들을 통해 이루시는 은혜를 경험했다”며 “절망에 빠진 모로코 땅에 주의 선하신 뜻을 이루시고 아름다운 일을 진행해가심을 본다. 한국교회의 사랑이 이들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기봉은 인접국인 리비아 홍수 이재민들을 위한 긴급구호 활동도 검토했으나 현재 리비아가 외교부에서 입국 국가로 지정돼 있어 향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모로코 지진 긴급구호팀은 19일 귀국 예정이다.

한교봉, 추석 전 20여 명 파견 계획…모로코·리비아 이재민 돕기 모금도

한국교회봉사단(이사장:오정현 목사, 이하 한교봉)도 국제 재난지역 긴급 인도주의 활동 지원을 위해 협력을 맺은 글로벌호프와 프로보노국제협력단 재난담당 국장과 전문가 3인을 피해 지역에 우선 파견했다. 한교봉은 이들을 통해 현지 지원을 위한 긴급 물품을 구입, 전달하도록 하고 추석을 전후로 실무담당자 및 현장 지원 구호 활동에 참여할 청년 대사 20여 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교봉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사장:이규현 목사) 등과 함께 10월 5일까지 한국교회를 상대로 후원 모금을 진행한다. 이번 모금은 모로코 주민들과 더불어 홍수 피해를 입은 인접국 리비아 이재민들을 돕는 데 사용된다.

한교봉 관계자는 “이번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와 모금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

한교총, 한국교회 기도 당부 및 회원 교단에 모금 운동 전개 요청

한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이영훈 목사, 이하 한교총)은 12일 대표회장 명의의 목회서신을 통해 모로코를 위한 기도를 당부하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회원 교단과 전국교회의 후원 참여를 요청했다.

한교총은 “한국교회는 지난 140년간 너른 사랑으로 아픔과 고통, 상처가 가득한 곳을 찾아다니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죽음이 만연한 땅일지라도 십자가의 사랑과 섬김으로 하나님의 생명을 심었다”면서 한국교회가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가족과 이웃, 삶의 터전을 잃은 모로코의 친구가 돼줄 것을 제안했다. 서신에는 또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기억하며 모로코 땅과 그 안에 살아가는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각별히 기도해 줄 것과 더불어 회원 교단별로 모금 운동을 전개해 달라는 주문도 담았다.

글로벌케어, 기독 의료인 현지 파견…응급 및 의료사각지대 이동진료

이외에도 기독 의료인들이 중심이 돼 설립된 국제보건의료 NGO 글로벌케어(이사장:김병수)도 강진 직후 모로코 현지 의사면허를 가진 박세업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중심으로 1차 긴급구호팀을 현장으로 급파해 피해자 응급치료와 함께 기초 식량 및 식수 배분을 실시했으며, 12일에는 백은성 상임대표를 비롯한 의사와 한의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2차 구호팀을 파견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지진 피해 상황을 조사하는 한편 지진으로 병원이나 의료시설이 붕괴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조사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이동진료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 수요에 따라 식량과 위생, 의료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박용준 회장은 “글로벌케어는 모로코에서 지난 13년간 결핵 치료 역량 강화를 비롯한 모자보건 서비스 제공 역량 강화 등 KOICA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강진으로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케어는 지진 피해 지역에 초동 대응과 조사를 위해 초기에 1만 달러를 투입하고, 지진 피해자를 위한 응급치료 및 긴급 구호 물품 제공을 위해 추가 9만 달러를 계획하는 등 총 10만달러 규모의 지원 방안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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