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S 구호팀은 나의 가족!”  사만다그 구호기지 책임자인 요셉이 GMS 박재신 이사장과 대화하며 GMS 구호팀을 칭찬하고 있다.
“GMS 구호팀은 나의 가족!” 사만다그 구호기지 책임자인 요셉이 GMS 박재신 이사장과 대화하며 GMS 구호팀을 칭찬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아다나 선교기지를 찾던 아이들도, 교회에 모이던 성도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총회 TF팀이 방문한 3월 21일, 선교사들은 철거를 앞둔 한국문화센터에서 쓸만한 물건을 빼내 이사를 하고 있었다. 현재 선교사들만 모여 예배를 드리는 추크로바 개신교회는 구호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교회에 마련한 구호물품 보관 창고에는 구호텐트와 생필품 등이 한가득 쌓여 있다.

이른 아침, 교회에 모이는 GMS 구호팀은 긴급구호차량에 구호텐트와 구호품을 싣는다. 또한 장에스겔 선교사의 아내 남요게벳 선교사가 싸준 도시락을 챙긴 후 시동을 건다. 이들의 행선지는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튀르키예 동남부. 매일 왕복 6시간을 이동해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재민들 곁으로 간다.

GMS 구호팀이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머물 구호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과거 초대교회의 도시였으나 대지진으로 초토화된 안타키아의 모습.

무너진 초대교회의 도시

아다나에서 100km 떨어진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이 첫 번째 정착지다. 이스켄데룬은 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을 결정한 튀르키예는 이스켄데룬항구를 통해 군대를 보내며 형제애를 더욱 굳건히 다졌다. 그러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이곳도 대지진 앞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도시 안에 들어서자 온전한 건물을 찾기 어려웠다. 수없이 많은 건물이 파괴됐고,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물들도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게다가 지진 여파로 항구에서 대형 화재까지 발생해 주민들의 눈물이 마를 틈이 없었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이스켄데룬의 건물.
대지진으로 무너진 이스켄데룬의 건물.

이스켄데룬은 18년 전 튀르키예에 정착한 김성경 선교사와 전하라 선교사의 첫 사역지였다. 그래서 지인도 많고 애착이 큰 도시다. 대지진이 동남부를 강타했을 당시 김 선교사 부부는 이스켄데룬의 지인들에게 피해가 없길 바라며 기도했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김성경 선교사는 “이스켄데룬에서 사역하던 리더의 동생 부부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한 예전에 교제했던 성도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하타이주의 주도 안타키아로 들어갔다. 2000년 전 바울과 바나바가 세운 초대 안디옥교회가 존재했던 도시 또한 처참하게 무너졌다. 진도 7.8 규모의 강진을 비롯한 수차례 여진은 초대교회의 땅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폭삭 주저앉았고 종잇장처럼 휘어진 건물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마을 전체가 송두리째 무너진 곳도 있었다. 수도 가스 전기도 차단된 상태. 간간이 복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손쓸 방법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재민들은 구호텐트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총회 TF팀도 잿더미가 된 안타키아를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GMS 이사장 박재신 목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특히 초대교회의 도시가 허망하게 무너진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스켄데룬, 안타키아, 사만다그 등이 GMS 구호팀의 주 활동무대다. 아울러 아다나 동쪽에 위치한 카흐라만마라쉬주, 말라티아주, 아디야만주로도 넘어가 구호텐트를 설치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GMS 구호팀은 지난 40일 동안 구호텐트 300동을 설치하고, 어린이 구호물품 1000박스 여성 구호물품 1000박스 식료품 1300박스를 전달했다.

GMS 구호팀이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머물 구호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GMS 구호팀이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머물 구호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흩어진 성도들 다시 품을 날 기다리며

안타키아를 거쳐 사만다그 외곽 해발 250m에 위치한 교제네 마을로 이동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마을 입구에 구호차량이 도착하자 순식간에 주민 수백명이 둘러쌌다. GMS 구호팀과 총회 TF팀은 구호품을 나눠주며 대지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을 위로했다.

구호품을 챙긴 14세 소년 나임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지진 이후 학교가 문을 닫아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나임은 “구호활동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사만다그 구호기지도 방문했다. GMS 구호팀은 현지 자원봉사자가 주축인 사만다그 구호기지와 협력하고 있다.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사만다그 구호기지에서 요청하면 GMS 구호팀이 해당 지역으로 달려가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사만다그 구호기지 책임자 요셉은 “튀르키예에 큰 힘이 되어 주어 고맙지만, 도움이 계속 필요하다. 이재민들이 먹고 마시고 잘 곳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그는 GMS 구호팀에 대해 “고마운 친구들이고 많은 것을 배운다. 정말 정확하게 구호활동을 해내는 이들은 나의 가족과 다름없다”며 칭찬했다.

사만다그 교제네 마을을 찾은 GMS 구호팀과 총회 TF팀이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만다그 교제네 마을을 찾은 GMS 구호팀과 총회 TF팀이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아다나로 복귀하는 길목에 어둠이 찾아왔다. GMS 구호팀은 40일 넘게 이어진 구호활동으로 몸이 녹초가 됐지만,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먼저는 “삶의 모든 것을 잃고 아파하는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목표는 무너진 도시에 하나님 나라의 기초를 세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GMS 구호팀은 “우리가 하는 사역을 단순히 보면 구호텐트를 세우는 일인 것 같지만, 이 땅에 임하실 하나님 나라의 기초를 세우고 있음을 믿는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할 그날을 기다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곧 부활절이 다가온다. GMS 구호팀은 부활절을 맞아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 흩어진 성도들과 아이들이 다시 모이길 기도하고 있다.

김성경 선교사는 “4월부터는 무너진 선교기지를 다시 세우고, 흩어진 성도들을 모아 예배를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면서,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가 필요하다. 99%가 무슬림인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을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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