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는 대지진의 여파로 아직까지 신음하고 있다.  튀르키예를 방문한 총회TF팀 권순웅 총회장이 튀르키예 1지부와 2지부에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현지 구호금을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TF팀은 긴급회의를 통해 아다나와 이스탄불에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5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인구 200만명에 달하는 아다나는 튀르키예 5대 도시 중 하나다. 특히 아다나는 바울의 고향 타르수스(다소)와 불과 40km 거리로 바울 전도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바울이 안타키아(안디옥)로 갈 때 넘었던 토로스 산맥이 아다나를 둘러싸고 있다. 아다나 공항에서 보이는 눈 덮인 토로스 산맥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13년 전, GMS 김성경 선교사와 아내 전하라 선교사는 이곳 아나다에 정착했다. 바울이 그랬듯이 아다나를 통한 튀르키예 복음화의 소망을 품었다. 그래서 마련한 선교기지가 한국문화센터다.

2000년 6월에 문을 연 한국문화센터는 튀르키예 청소년과 청년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2010년대 들어 K-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문화센터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센터 등록 회원 수는 4000명이 넘었고, 매주 200~300명의 아이들이 센터를 방문한다. 한국문화센터는 한국문화와 더불어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자리잡았다.

한국문화센터에서 복음을 접한 튀르키예 다음세대들은 김성경 선교사와 최바나바 선교사가 동역 중인 추크로바 아다나 개신교회로 향한다. 적잖은 무슬림의 자녀들이 추크로바 아다나 개신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두 달 전만 해도 선교사들은 교회에서 30여 명의 튀르키예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나눴다.

마냥 행복했다. 선교사역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다만 대자연의 분노는 그들의 계획 가운데 존재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뒤흔든 지진...GMS 구호팀 결성
2월 6일 새벽 4시 17분, 진도 7.8 규모의 대지진이 튀르키예를 강타했다. 아파트 11층에 거주하던 김성경 선교사 가족은 걷지도 못할 정도로 집이 흔들리자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왔다. 그 시각, 최바나바 선교사 가족과 단기선교 중인 조수하 선교사 가족도 급하게 대피했다.

지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진이 수차례 이어지자, 김성경 최바나바 조수하 선교사 등은 아다나에 남을지 아니면 떠날지를 놓고 논의했다. 결과는 일단 안전한 앙카라로 피신하고 상황을 봐서 아다나로 돌아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앙카라에서 TV를 통해 본 지진 피해 현장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자 선교사들은 2월 10일 여자 선교사들과 아이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다시 아다나로 들어갔다. 때마침 한국에서 구호물자를 싣고 온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조현삼 목사가 합동 측 선교사들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한국문화센터가 자리한 마도아파트상가는 벽면 곳곳에 균열이 생겨 철거가 확정된 상태다.

100톤의 구호물자를 인계받은 선교사들은 GMS 구호팀을 결성했다. 아다나의 김성경 최바나바 조수하 윤○○ 박○○선교사와 더불어 이즈미르에서 사역하던 GMS 튀르키예 1지부 총무 황디모데 선교사, 한국에서 합류한 장에스겔 선교사가 한 팀을 이뤘다.

GMS 구호팀은 죽음을 각오하고 대지진의 진앙지 튀르키예 동남부지역으로 향했다. 초토화된 안타키아, 말라티아, 이스켄데룬, 사만다그 등에서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텐트를 설치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이들의 구호활동은 도시에만 머물지 않았다. 다른 구호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농촌과 산간지역에도 달려가 구호활동을 전개했다.

최바나바 선교사는 “농촌과 특히 산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논과 밭, 가축을 버리고 피신할 수 없다. 지진 피해 도시에서도 가까우면 1시간 멀면 3시간씩 이동해 구호텐트를 쳐주고 구호물품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꼬박 23일간 쉬지 않고 구호활동을 펼쳤다. GMS 구호팀은 잠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아다나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다린 건 달콤한 휴식이 아니라 무너진 선교기지였다.

지진 잔해가 흘러내린 한국문화센터 입구. 

지진 트라우마 안고도 더 아픈 이웃 곁으로
안타키아 사만다그 등 동남부지역보단 피해가 적었지만 아다나도 대지진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대형 아파트가 붕괴되면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계속된 여진으로 고층건물의 2차 붕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아다나에서만 5월 말까지 파손된 건물 2000동을 철거할 계획이다.

한국문화센터가 자리한 마도아파트상가도 철거 대상 중 하나다. 마도아파트상가는 벽면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상가 2층에 위치한 한국문화센터도 온전치 못했다. 계단과 입구부터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내부 또한 벽이 뚫리고 수많은 균열이 생겨 위태로워 보였다.

아다나 복귀 직후 무너진 선교기지를 마주한 김성경 선교사는 망연자실했다. 김 선교사는 “아내와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튀르키예 아이들과 교제했던 센터가 무너진 것을 보고 마음이 먹먹했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GMS 선교사들은 구호팀을 결성해 동남부 대지진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족과 재산을 잃은 이재민을 위해 구호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모습.

아울러 GMS 구호팀 전원은 지진 후유증을 앓으며 구호활동에 나선다. 무엇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해 고역이다. 최바나바 선교사는 “팀원 모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조금이라도 기척이 있으면 일어나고 만다. 얼마 전 아다나를 벗어나 잠깐 이스탄불에 갔는데, 거기서도 못 자고 새벽에 깼다”고 토로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나서는 구호활동은 정말 힘들었다. 황디모데 선교사는 무거운 짐을 나르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결국 GMS 구호팀은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았다. 또한 팀원들은 하나같이 휴대가방을 매고 있는데, 거기에는 여권, 지갑, 비상약, 칫솔 등이 담겨 있다.

임시거주 콘테이너

조수하 선교사는 “지난번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피하면서 여권을 챙기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또한 지갑과 식량을 가지러 다시 들어갔다가 여진이 발생해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꼭 필요한 물품을 이렇게 24시간 내내 휴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다나의 시민들도 지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 주변 공원이나 공터에 천막촌이 형성돼 있다. 아파트 고층에 사는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다나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안타키아, 사만다그, 말라티아 등 튀르키예 동남부 도시는 초토화됐고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GMS 구호팀은 무너진 선교기지를 제쳐두고 매일같이 차량으로 3시간 가까이 이동해 동남부에서 구호활동을 펼친다.

김성경 선교사는 “그래도 우린 견딜 만하다. 아다나보다 상황이 급박한 곳이 동남부 피해현장이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집을 잃은 우리 이웃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확인하고 채워주는 게 우리 구호팀이 하는 일”이라며, 구호활동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튀르키예 방문 3일째, GMS 구호팀과 함께 대지진 진앙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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