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팀, 튀르키예 구호금 4억 전달...GMS 구호팀 지진 진앙지 구호활동 전개
"전국교회가 최단기간 최고로 모아준 구호금 생명수 처럼 귀하게 쓰일 것"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 설립 5억 투입 전격결정...성금 투명사용 서약

바울의 선교사역 시작점이자 튀르키예 5대 도시 중 하나인 아다나도 대지진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월 6일 새벽, 도시를 뒤흔든 대지진으로 아파트가 붕괴되면서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울러 계속해서 여진이 발생하면서 고층건물의 2차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 정부는 5월까지 아다나에서만 2000동 이상의 파손된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GMS 김성경 선교사와 최바나바 선교사의 선교기지인 한국문화센터가 자리한 마도아파트상가다. 외벽 곳곳에 균열이 생긴 마도아파트상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지진 피해로 철거를 앞둔 아다나 선교기지 한국문화센터의 모습.
지진 피해로 철거를 앞둔 아다나 선교기지 한국문화센터의 모습.

한국문화센터 내부도 참담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주 200~300명의 아다나 청소년과 청년들이 한국문화를 통해 복음을 접했던 공간마저 벽이 무너지고 기물이 파손되면서 생긴 잔해가 그대로 흩어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더 큰 피해가 발생한 하타이, 말라티아, 이스켄데룬, 사만다그 등 튀르키예 동남부의 지진 진앙지를 찾아다니며 구호활동 중인 선교사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손님이 방문했다.

 

구호금 전달로 끝나지 않은 만남

김성경 선교사를 위로하며 기도하는 총회 TF팀.
김성경 선교사를 위로하며 기도하는 총회 TF팀.

튀르키예-시리아 샬롬부흥을 위한 TF팀(팀장:권순웅 목사, 이하 TF팀)과 GMS 전철영 사무총장 및 김정한 위기관리원장,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사역 중인 GMS 선교사들이 3월 21일 아다나 한국문화센터를 방문했다.

총회장 권순웅 목사, GMS 이사장 박재신 목사와 총무 서정수 목사, 구제부장 황남길 목사 등은 무너져내린 한국문화센터를 둘러보며 현지 선교사들의 손을 부여잡고 위로하며 함께 기도했다.

황남길 구제부장은 “현장에 와보니 정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더구나 자신들이 오랜 시간 일군 센터를 뒤로하고 척박한 무슬림의 땅에서 복음을 들고 구호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토로하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TF팀은 애초에 계획한 대로 전국교회의 온정이 담긴 현지 구호금 4억원을 튀르키예 1지부와 2지부에 각각 2억원씩 전달했다.

권순웅 총회장은 구호금을 전하며 “지진 피해 현장의 처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도시가 무너지고 선교현장도 무너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 우리 선교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전국교회가 최단기간 최고로 모아준 구호금이 사막에 생명수를 공급하듯 귀하게 쓰임 받을 것이다. 곧 부활절을 맞이하는데, 절망이 소망으로 변하고 승리와 회복의 역사가 이곳에 나타나 생명을 살리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줄 믿는다”고 격려했다.

대지진 진앙지로 이동 중이 컨테이너 숙소. 카타르가 월드컵 때 사용했던 컨테이너 숙소 전체를 튀르키예로 보내고 있다.
대지진 진앙지로 이동 중이 컨테이너 숙소. 카타르가 월드컵 때 사용했던 컨테이너 숙소 전체를 튀르키예로 보내고 있다.

튀르키예 2지부는 구호금 2억원으로 컨테이너 숙소 20여 개를 마련하고 난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1지부는 연일 구호 활동을 전개 중이라서 아직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1지부 김성경 선교사는 “외진 곳에 있는 저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총회와 GMS, 전국교회의 성원이 큰 격려와 위로가 된다”며, “귀한 구호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전국교회의 물질과 사랑을 가장 필요한 곳에 또한 가장 투명하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선교사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구호금 전달식을 마치고 김성경 선교사와 최바나바 선교사의 사역보고가 이어졌는데, 기존에 듣던 사역보고와 확연히 달랐다. 대지진 발생 후 그들이 한 달 반 동안 전개한 구호 사역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TF팀은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회의를 끝내고 나온 권순웅 총회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2차로 지원할 구호금은 난민 치유와 다음세대 교육을 위한 센터 설립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아다나에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3억원, 이스탄불에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긴급구호헌금 총액은 16억 7394여 만원. 이중 10억원은 이날 현지 구호금으로 4억원을 전달했고, 한교총과 한교봉에 각각 5억원과 1억원을 보냈다. 나머지 긴급구호헌금은 GMS에 맡겨 2차 구호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5억원을 아다나와 이스탄불에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권순웅 총회장은 “사역보고를 들으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한 목적을 알았다”고 말했고, 다른 TF팀원과 GMS 전철영 사무총장과 김정한 위기관리원장도 공감했다.

왜 현장에 모인 이들 전원이 권순웅 총회장의 긴급 성명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는지 GMS 튀르키예 구호팀의 사역보고를 들여다보자.

 

더 아픈 이웃에게 다가간 섬김

대지진 진앙지로 들어가 구호활동을 펼치는 GMS 구호팀.
대지진 진앙지로 들어가 구호활동을 펼치는 GMS 구호팀.

2월 6일 새벽 4시 17분, 아파트 11층에 거주하던 김성경 선교사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집이 흔들리자 가족들과 함께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왔다. 그 시각, 김성경 선교사와 동역하는 최바나바 선교사 가족과 단기선교 중인 총신신대원생 조수하 선교사 가족도 급하게 대피했다.

지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진이 이어지자 건물이 없는 개활지에 모인 선교사들은 아다나에 계속 있을지 아니면 떠날지를 놓고 논의했다. 그 결과, 일단 안전한 앙카라로 피신한 후 상황을 봐서 아다나로 돌아오기로 의견을 모았다.

2월 10일 아내와 아들을 한국으로 보낸 김성경 최바나바 조수하 선교사 등은 구호활동을 전개하기로 하고 아다나로 다시 들어갔다. 때마침 한국에서 구호물품을 싣고 온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조현삼 목사가 GMS 선교사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구호물품을 인계받은 GMS 구호팀은 죽음을 각오하고 대지진의 진앙지이자 강한 여진이 끊임없는 튀르키예 동남부로 향했다. 여기에 이즈미르에서 합류한 GMS 황디모데 선교사, 한국에서 온 장에스겔 선교사도 동행했다.

GMS 구호팀은 폐허로 변한 하타이, 말라티아, 이스켄데룬, 사만다그 등에서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전해주고, 구호텐트를 설치했다. 특히 이들의 사역은 도시에만 머물지 않았다. 다른 구호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농촌과 산간 지역까지 달려가 구호활동을 펼쳤다.

다만 정작 자신들의 선교터전이 무너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3일 만에 아다나로 복귀한 선교사들은 벽이 뚫리고 균열이 생긴 한국문화센터를 마주했다.

김성경 선교사는 “아내와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센터가 무너진 것을 보고 마음이 먹먹하고 처음엔 많이 울었다”면서, “그래도 우리 견딜 만하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재산을 잃은 우리 이웃을 떠날 수 없었다. 그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다시 동남부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GMS 구호팀은 무너진 선교지를 제쳐두고 지금껏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내일은 사만다그의 학교 등 피해 현장에서 구호텐트 설치가 예정돼 있다.

GMS 구호팀의 사역보고를 받고 있는 방문단.
GMS 구호팀의 사역보고를 받고 있는 방문단.

 

지속적인 치유와 교육 위한 결단

권순웅 총회장이 TF팀을 대표해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권순웅 총회장이 TF팀을 대표해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TF팀은 무너진 한국문화센터를 대신해 다음세대 교육을 지속하고 난민 치유 사역을 병행하기 위해 아다나와 이스탄불에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권순웅 총회장은 “김성경 최바나바 황디모데 조수하 장에스겔 선교사는 선교의 본질을 바로 알고 섬기는 선교사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가장 고통받는 곳으로 뛰어들어갔다”며, “전국교회에서 보낸 구호헌금을 가장 아름답게 집행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를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순웅 총회장의 긴급 성명을 눈앞에서 들은 김성경 선교사와 최바나바 선교사는 한동안 고개를 떨구며 흐느꼈다.

김성경 선교사는 “가족과 다름없는 우리 이웃들을 지속적으로 섬길 수 있는 센터가 다시 생긴다니, 정말 감사드린다. 튀르키예 곳곳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가 세워지고, 교회가 세워지고, 주님의 뜻이 세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섬기고 끝까지 우리 이웃들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바나바 선교사는 “한국문화센터에 왔던 아이들 대부분은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이다. 총회장님의 말씀대로 아다나의 젊은이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겠다. 앞으로 월세를 내지 못해 이사 안 가도 될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감격했다.

이스탄불 난민 및 다음세대 선교센터 설립에 참여할 이시몬 선교사는 “이 모든 일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TF팀의 결정은 GMS 선교사역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튀르키예에 새로운 선교의 역사가 쓰여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긴급성명 발표 직후 권순웅 총회장과 김성경 선교사가 포옹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시몬 선교사(중간 사진)와, 긴급성명을 듣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최바나바 선교사.(오른쪽 사진)
긴급성명 발표 직후 권순웅 총회장과 김성경 선교사가 포옹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시몬 선교사(중간 사진)와, 긴급성명을 듣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최바나바 선교사.(오른쪽 사진)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이시몬 선교사와 김성경 선교사.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이시몬 선교사와 김성경 선교사.

김성경 선교사와 이시몬 선교사는 튀르키예 1지부와 2지부를 대표해 긴급구호헌금을 오로지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사용하겠다며 서약서를 작성했다.

그 누구보다 튀르키예 선교사들을 위로하며 보듬던 박재신 이사장은 “선교기지가 무너졌지만 무너진 게 아니다. 외형상의 건물은 무너졌지만 하나님 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하나님께서 다시금 선교기지를 세우는 일을 이끄시고 역사하셨다”면서, “난민 및 다음세대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GMS가 감당할 몫인데, 이 일을 위해 전국교회가 ‘만만만 운동’에 더욱 큰 힘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TF팀과 GMS 구호팀은 만남의 기쁨을 뒤로하고, 22일 튀르키예 동남부 대지진 진앙지로 이동한다.

아나다 시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의 두려움으로 아파트를 나와 공원에 천막을 설치해 생활하고 있다.
아나다 시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의 두려움으로 아파트를 나와 공원에 천막을 설치해 생활하고 있다.

튀르키예=송상원 기자 knox@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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