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은 교회 성폭력 문제 대응의 시작 “108회 총회보고서에 명시해야”

107회기 총회임원과 지도자들이 3월 14일 발표한 <샬롬부흥 클린개혁 성명서>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총회의 금권 선거 근절과 총회 본부의 원칙 운영, 그리고 교회 내 성범죄 예방과 대안이다. 특히 교회 성폭력 문제는 한국교회를 부정적으로 인식시킨 매우 큰 요인으로, 분석기관을 통해 여러 번 확인된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으로 볼 때 한국교회 안의 성폭력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교단 내 성윤리, 목회자 성폭력 문제는 전병욱 목사의 사건으로 크게 촉발된 바 있다. 교회의 초기 대응과 노회의 처리 과정에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드러났고 후유증만큼이나 큰 과제들이 교단 산하에 고스란히 남았다. 결국 삼일교회(송태근 목사)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내놓은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유일하다시피 한 대안 차원의 결과물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교회 성폭력 문제는 지난해 총회에서 헌의를 통해 수면 위에 올랐다. ‘성폭행 예방에 대한 지침을 교단에서 마련해 달라’는 교회 현장의 소리였다. 총회에서 채택된 헌의안은 대사회문제대응위원회(위원장:정중헌 목사·이하 대사회위원회)로 이관돼 〈교회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제작으로 급물살을 탔다.

“교단 산하 교회와 목회자가 성폭력 자체에 무지한 실정이다. 성폭력에 해당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문제 발생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정중헌 대사회위원장의 말처럼 문제의식에서 마련한 매뉴얼 초안은 지난 1월 총회 임원회에 전달돼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현재 초안은 최종안으로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총회임원회는 “신학적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 보완을 요청했다”며 교단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이 개혁신학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사회위원회의 입장은 다르다. 헌의안이 요구하는 것이 성폭력 윤리강령의 마련이라면 신학적으로 조심해야 하나 예방과 대응에 관한 지침·매뉴얼이므로 신학적으로 깊이 따질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매뉴얼의 최종 채택은 총회 임원회의 권한이 아니라 총회 현장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제108회 총회 보고서에 게재될 수 있도록 총회임원회에 이 같은 입장문을 다시 제출한 상태다.

현재 총회는 교단 차원에서 교회 성폭력에 관한 매뉴얼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방인성 박유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중 가장 많은 교회(15%)의 소속 교단이 예장합동 총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교단인 만큼 교회 수가 양적으로 많은 것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지금도, 여전히 피해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교단이 교회를 도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대안이 바로 지침서·매뉴얼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신원 실장의 말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각 교단은 성폭행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약 9개의 주요 교단이 ▲성폭력 신고·전담 상담기구 ▲지침서·매뉴얼 ▲성폭력 예방 의무 교육 ▲치리조항(헌법) 등 성폭력 관련 법내지 정책을 교단 안에 마련해 두고 있다. 이중 자체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교단이 4곳, 예방 교육을 시행 중인 교단은 3곳, 헌법에 치리조항을 명시한 교단은 예장고신과 백석 등 9개 교단에 이른다.

예장통합총회(총회장:이순창 목사)는 2년 전 교회성폭력예방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다음세대와 교사’를 위한 매뉴얼도 구축했다. 또한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의 재설치와 특별법 제정을 모색하고 있다, 30년 전부터 교회 성폭력 문제의 대안을 구축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이철 목사)는 5년 전부터 총회 직속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특별재판법’ 상정이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프라를 갖추고도 성폭력 문제를 보다 강력하게 해결하려는 교단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기감총회와 예장통합총회의 성폭력 대책 관계자는 예장합동총회의 매뉴얼 제작을 크게 환영하면서 다음과 같은 당부를 남겼다.

“교단의 성폭력과의 싸움은 매뉴얼 마련에서부터 시작된다. 매뉴얼을 속히 전국 교회에 보급해야 보다 실효적이고 강력한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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