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전문위’ 구성, 선제적 연구로 일관성 유지하라

‘신학 정체성 수호’ 중요성 불구, 상황 따라 결의 번복 논란
잦은 번복은 권위 훼손과 갈등 증폭, 상시 연구 구조 중요


예장합동(총회장:소강석 목사)은 신학적 정체성을 생명과 같이 여기는 교단이다. 교단의 선배들이 이야기해온 것처럼 1959년 예장통합과 WCC 찬반문제 때문에 분립하면서 유무형의 재산과 자료를 포기하는 대신 신앙의 순수성을 지켰기 때문이다. 교단 분립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최대 교단으로 성장한 것은 개혁신앙의 전통에 굳건히 뿌리박고 복음을 전했던 목회자와 성도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은 신학적 문제, 특히 자유주의 신학이나 이단 문제 처리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가장 엄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단이 이러한 진중한 태도를 취하므로 한국교회가 보수적인 신앙을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 세계 제2의 선교대국으로 성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많지 않다. 오늘날도 교단 총회 보고서를 보면 해마다 신학과 이단문제와 관련된 연구논문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교단의 신학적 관심이 지대함을 알 수 있다.

최근 교단 내 신학 논쟁이 격화되면서 건강한 신학 정체성 수호를 위해서는 신학 연구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WEA연구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 모습.
최근 교단 내 신학 논쟁이 격화되면서 건강한 신학 정체성 수호를 위해서는 신학 연구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WEA연구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 모습.


신학 정체성 수호 지대한 관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 내 신학적 토론과 연구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다. 신학적 이슈에 대한 일관성 부족이란 한 회기동안 수고한 연구보고가 총회에서 받아들여져도 다음 회기나 추후에 같은 연구가 이뤄질 때 내용이 바뀌거나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 사례를 보자면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교류 단절 여부에 대한 연구와 결의가 있었다. 총대들이라면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제104회 총회는 팽팽한 긴장 속에 투표까지 진행하면서 WEA 교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의 이후 상정된 로마가톨릭 이교 여부 결정은 토론이 과열돼 신학부에서 의제를 철회했다. WEA 문제에 이어 다룰 경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장내를 사로잡았다.

WEA 교류 여부에 대한 결의는 감정적 얼룩을 남긴 채 결의됐으나 그 앙금을 씻지 못한 채 제105회 총회에서 또다시 헌의됐고, 총회는 이 문제를 두 가지 갈래로 처리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WEA의 신학을 연구해 달라는 헌의에 대해서는 신학부로 보내기로 가결했고, WEA와 교류를 금지하는 결의를 하자는 헌의의 건은 WEA연구위원을 선정하여 연구하기로 했다. 한 회기 동안 전자의 안을 수임한 신학부는 실행위원회에서 WEA와 교류단절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제104회 총회 결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후자의 헌의를 다룬 WEA연구위원회는 전국을 순회하며 교단적 관심 아래 3차례 공청회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총회보고서에 WEA에 가입하거나 교류해서는 안 된다는 안과 제104회 총회 결의(WEA와 교류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를 유지하되 WEA의 신학적 흐름에 대해 주시한다는 안을 함께 상정하기로 했다. 한 위원회 안에서 두가지 안을 상정하기로 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위원회가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비단 WEA 관련 헌의안 처리만이 아니다. 헌의안이 받아들여져 총회가 다루기로 결정하여 교단 신학교 교수들에게 연구용역을 맡기고 여러차례 회의를 해서 상정하고 결의한 중요한 이슈들이 다음 회기에 다시 상정되어 또다시 연구보고서가 만들어지는 일은 적지 않다.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은 교단이 신학적 문제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는 긍정적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국교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부끄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제104회 총회에서 WEA 관련 안건을 다루고 있는 장면.
제104회 총회에서 WEA 관련 안건을 다루고 있는 장면.


연구보고서 반복과 번복 아쉬워

총회 헌의안들은 사실 지역교회에서 문제가 되고 사건화된 이후 올라오는 일이 다반사다. 총회 헌의는 성격상 단순한 신학적 의문이나 관심으로 상정되기 보다 지역교회 안에서 이미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은 후 문의가 된다. 상정 당시부터 정치적인 입장을 띠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헌의를 올리는 노회들은 헌의안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처리되어 자신들의 사정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을 문서에 담는다. 따라서 신학적 문제 연구를 맡게 되는 신학부나 특별위원회, 또는 이단대책위원회나 총회 임원 등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의지를 표명할 수 밖에 없다.

신학부 서기 임종구 목사는 “우리 교단의 신학적 문제는 헌의안이 채택되어야 다뤄지는 구조인데 헌의안으로 상정될 정도면 이미 민감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다루기 곤란하고 다뤄도 파생적 문제가 생길 여지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목사는 “또 헌의안이 채택되면 한 회기 안에 연구해서 차기 총회에 보고해야 하는 구조여서 시간적으로 촉박한 감이 있으며 책임을 맡은 해당 부서의 성향에 따라 결론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단 관계자들은 교단 차원에서 이미 헌의된 신학적 이슈들을 깊이있게 처리하면서도 새로운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서창원 교수(총신대신대원)는 “교단에 신학전문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해결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제94회 총회에서 신학부장으로 한 회기 사업 보고를 하면서 신학전문위원회 구성을 청원했다. 서 교수는 “신학전문위원회를 운영할 때 헌의안을 처리하는 부서장의 신학적 색깔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거나 공감대가 부족한 보고가 나오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면서 “신학전문위원회에는 신학교 교수들이 고루 들어가고, 양식있는 현장 목회자들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병호 교수(총신대신대원)도 “교단에서 건강한 신학적 토론이 이뤄지려면 총회의 신학연구가 사안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신학전문위원회를 통해 상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교수는 “외국의 개혁교단들을 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주요한 흐름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장기간 충분히 숙고를 거치기 때문에 결의가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학논쟁으로 인한 갈등을 남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학전문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교단 내의 신학적 관심이 있는 이들은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신학전문위원회 구성이 정답
교단 총회는 최고의결기관이며 합동교단의 결정은 교단 내 뿐만 아니라 한국교계까지 커다란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교단의 신학적 결정은 권위가 있어야 하고 내용이 빈약해서도, 자주 바뀌어서도 안 된다. 충분히 논의되고 필요성을 공감하여 대다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갈등과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교단이 더욱 공고해지는 발전적인 열매를 맺어야 한다. 이제는 논란이 되고 문제화된 신학적 이슈를 수동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탈피해 시대를 선도하고 교회를 보호하는 선제적 연구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