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필요 채우며 살리는 ‘총회 플랫폼’ 구축 힘쓰라

코로나 시대 교단산하 교회 지원방식, 획기적 변화 불가피
총회 홈페이지 강화, 목회현장 돕는 다양한 정보 제공해야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끼친 한 가지 긍정적인 요인을 찾는다면, 공교회성을 인식하고, 부족하나마 공교회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우리 교단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가교회 임대료 지원 캠페인,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20억원 지원, 그 외 여러 단체와 개교회 차원에서의 지원 등 작은 교회 살리기에 힘썼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은 언택트 시대에 맞게 목회자들의 미디어 활용 역량을 함양시키는 노력도 기울였다. 권역별로 목회자 역량강화 세미나를 개최해 스마트폰으로 설교 영상을 찍어 송출하는 방법, 프레지를 활용한 설교 작성법 등을 소개했으며, 미래자립교회들에 스마트폰 전용 유선마이크와 삼각대 등 영상예배 장비도 지원했다.

현재 총회 홈페이지는 지역 교회들이 필요로 하는 목회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현재 총회 홈페이지는 지역 교회들이 필요로 하는 목회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이 같은 재정 지원과 미디어 교육 등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와 더불어 급변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총회의 지교회 지원 방법 역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지교회들이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감당하지 못하는 콘텐츠들을 총회가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와 전도, 교육 등 교회의 필수 사역들을 총회가 영상이나 텍스트 등의 콘텐츠로 제작하거나 공유해, 총회 홈페이지나 기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지교회에 제공하는, 이른바 플랫폼 역할을 총회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교육 전문가인 권진하 교수(숭실대)는 “교회교육에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주일학교 교육을 위한 인프라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교사확충, 재정확보 등의 어려움 때문에 주일학교 운영을 축소하거나 통합하는 교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총회는 ‘말씀과 다음세대’ ‘교사와 교사’ ‘교회와 다음세대’, 더 나아가 ‘교회와 가정’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총회 홈페이지는 이 같은 필요성에 부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총회 홈페이지에는 ‘총회역사’ ‘총회조직’ ‘본부안내’ ‘총회헌법’ ‘노회안내’ 등 조직 안내와 소개 카테고리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있는 ‘총회자료실’ 카테고리에는 보고서 양식, 수년 전 총회와 목사장로기도회 영상자료, 각종 행사 사진자료 등이 수록돼 있다. 지교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목회와 전도, 교육 콘텐츠가 전무하다.

총회 사무총장 이은철 목사는 “교육 자료는 총회교육개발원 홈페이지에 잘 갖춰져 있다. 교육전도사가 없는 교회를 위해 설교영상을 만들어 제공하고, 편집도 가능하도록 했다. 주일에 실시간으로 온라인 예배도 드리고 있다. 이런 자료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하고, “총회 홈페이지가 지교회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홈페이지 강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교단 콘텐츠 무궁무진, 활용하라”
효율적으로 모아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해야

김태훈 목사는 총회의 플랫폼 역할을 기대했다.
김태훈 목사는 총회의 플랫폼 역할을 기대했다.

인터뷰/ 김태훈 목사

“총회헌법 제12장 총회의 직무에 ‘산하 각 교회 간에 서로 연락하며 교통하며 신뢰하게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지금 총회는 지 교회들과 잘 교통하고 있습니까? 소수의 총회총대들과만 소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미디어 사역 전문가인 김태훈 목사(한주교회)의 애정 어린 통찰이 날카롭다. 김 목사는 사회적 소통 양식이 하루하루 급변하는 메타버스2.0 시대에 총회 역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튜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콘텐츠를 흐르게 하듯, 총회 역시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회가 모든 것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개교회 역량들이 더 탁월합니다. 총회는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매스미디어가 되려하지 말고,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개교회가 살고, 개교회가 살아야 총회도 살 수 있습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예장합동은 교회 규모에서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만2000교회에 300만 성도면 빅데이터와 콘텐츠가 무궁무진한데, 그것을 한데 수집하지 못하고, 맞춤식 제공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교계에서 괜찮게 사역하는 교회라고 하면 대다수가 우리 예장합동 교회예요. 총회가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산하 교회들의 콘텐츠를 다 모으면,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가 주목하는 공간이 될 겁니다.”

한 예로 김 목사가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소요리문답 동영상은 현재 타 교단 교회들에서도 교육 교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의 플랫폼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일로, 김 목사는 일 년에 한 걸음씩이라도 길을 내자고 제안했다. 교단 내 집단 지성들을 활용해 한 교회에 한 분야씩 콘텐츠를 맡겨 그것을 총회가 한 데 모으고, 해마다 필요한 절기자료들을 제공하는 등 간단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플랫폼을 구축해가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는 오히려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재정이 크게 드는 일도 아닙니다. 총회가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한 걸음씩이라도 시도해가길 바랍니다.”

 ‘메타버스’ 교회교육 제안한다

최근 IT 분야에서 핫 키워드는 단연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Meta’(메타)와 현실세계의 ‘Universe’(유니버스)의 합성어로, 아바타나 부캐와 같은 가상의 ‘나’가 현실세계와 같이 누릴 수 있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권진하 교수가 메타버스 환경에서 진행한 강북구청 ‘모두의 학교’ 수료식 장면.
권진하 교수가 메타버스 환경에서 진행한 강북구청 ‘모두의 학교’ 수료식 장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은 현재의 줌(ZOOM)을 이용한 일방적인 비대면 강의식 교육의 대안으로 효과적이다. 메타버스 교육은 이미 몇몇 선교단체, 교회,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26일에 실시된 총신대 기독교교육학과 학우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진로특강에서 권진하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진로, 성경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아울러 강북구청 ‘모두의 학교’에서도 비대면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강의를 진행했다. 이 강의 역시 권진하 교수가 직접 메타버스 환경을 제작해 강의를 진행했다. 메타버스 강의는 수강생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서로 대화 및 발표를 하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어 학습자들의 강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진하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의 장점으로, △다양한 감각적인 정보 제공을 통한 ‘실제적 경험’ △아바타를 통해 사용자의 존재가 시각적으로 구체화되는 ‘현존감’ △다른 사용자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그들과 교류하는 ‘경험의 공유’를 들었다.

권 교수는 특별히 코로나19 이전 대비 교회 내 소그룹 사역이 가장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교육은 소그룹을 회복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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