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리 스트로벨은 시카고 트리뷴지 최연소 입사 기자다. 입사 때부터 트리뷴지 사고(社告)에 실릴 만큼 전도유망한 무신론자인 이 청년의 삶은 그의 아내 레슬리와 딸아이 앨리슨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밝아 보인다. 저널리스트로서 승승장구하던 리가 업계 최고의 상을 받던 날, 저녁을 먹으러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어느 레스토랑을 찾기 전까지는.

리 스트로벨은 지금은 미국 일리노이주 윌로우크릭교회와 새들백교회 목사이자 기독교 변증가로서 그의 아내 레슬리와 함께 저술활동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세상엔 이 영화의 원작인 <예수는 역사다(The Case for Christ)>와 <특종! 믿음 사건(The Case for faith)> 등과 같은 ‘사건’시리즈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부부는 그날 밤 레스토랑에서 사랑스러운 딸 앨리슨이 사탕을 먹다가 기도가 막히는 사건을 경험하고, “주님의 이끌림에 여기 이 레스토랑으로 왔다”는 간호사 앨피 덕에 딸이 목숨을 건지며 변화의 기로에 선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딸아이를 보며 알 수 없는 내일에 불안함을 느낀 리의 아내 레슬리가 간호사 앨피와 교회를 찾은 것은 어쩌면 필연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이는’ 것과 ‘만져지는’ 사실(fact)만 철저하게 좇는 무신론자 저널리스트인 리는 아내가 앨피를 좇아 점점 크리스천이 되어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마치 사랑하는 아내를 뺏긴 기분이다. 신문기자로 쌓아온 그의 경력과 취재 방법을 모조리 동원하여 ‘차라리 내가 기독교는 허구라는 것을 파헤쳐 내 아내를 지키리라’라고 결심한 후,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영화 <예수는 역사다>는 이러한 리 스트로벨의 실제 이야기를 기독교영화 전문 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브라이언 버드가 시나리오로 옮기고 <단델리온 더스트, 2012>, <신을 믿습니까? 2016>로 알려진, 역시 기독교영화 전문 연출가인 존 건 감독이 관객에게 전한다. 최근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기독교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예수 부활 ‘사건’을 추적하는 로마 호민관 클라우스(조셉 파인즈)의 시선으로 그려 낸 <부활>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질환을 앓던 소녀가 집 앞 나무에 오르다가 추락한 사고를 당한 뒤 기적처럼 병이 나은 ‘애나’의 실제 이야기 <미라클 프롬 헤븐>, 또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70년대 미국 버밍햄 우드론 고등학교 미식축구부의 ‘믿음’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킨 실제 이야기를 그린, 2016년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소개된 <우드론>이 그러하다.

이는 믿음 혹은 기적이라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실체적인 화면과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에게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예수는 역사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플롯은 이러한 검증된 이야기 소재와 더불어 장르적인 특성으로 기독교영화가 가진 요소와 일반적인 극 구성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미국 기독교영화는 세계 영화시장을 주도하는 할리우드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그 이면에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예술적 가치를 지향하는 영화에 비해 극적 완성도와 이야기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기독교영화를 생산한 창작자들은 이제 어느 정도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음을 이 영화 <예수는 역사다>를 통해서 보여주는듯 하여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특히나 이 영화는 초신자들이나 기독교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과 함께 보기를 권하고 싶다.
<필름포럼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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