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에도 굴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며 청지기교회는 아이들에게 늘 최고의 선물로 응원한다. 군산여행길에서 근대문화유적지들을 답사하는 청지기교회 아이들.

“기죽지마 아이들아, 너희 꿈을 응원해”
정기적 여행·음악 활동 통해 영세지역 자녀 인성교육 진력 … “늘 최고의 선물을”


“기죽지마 애들아, 우리가 너희 편이다!”

가난한 동네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도 많지 않고, 아이들이 기대하는 것 또한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여행’이나 ‘음악’ 같은 단어들은 마치 유리벽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광주 청지기교회(홍요한 목사) 아이들에게는 그게 낯선 단어들이 아니다. 여행쯤이야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떠나는 익숙한 일상처럼 되었고, 음악이란 곁에 가까이 두고 즐기는 친구나 놀이처럼 여긴다.

이번 겨울에도 아이들은 전북 무주까지 찾아가 2박 3일간의 스키캠프를 즐기고 돌아왔다. 설원을 누비며 활강하는 짜릿함은 어지간해서 누리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방학이 끝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추억거리 하나가 제대로 생긴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아이들은 용인 에버랜드, 군산 근대역사 골목, 여수 아쿠아리움, 대전 오월드 등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여름에는 제주도에까지 찾아가 색다른 풍광을 경험하기도 했다.

음악에 대해서라면 아이들에게는 할 말이 더욱 많다. 가정형편이 어떻든지 간에 아이들은 각자 악기 하나 둘씩은 다룰 줄 안다. 매주 토요일 교회에서 마련하는 문화교실 덕택에 전문강사들로부터 피아노 플루트 드럼 같은 악기들을 연주하는 법을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작은 교회 안에 학생들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고, 어린 연주단원들은 새로운 재능으로 열심히 주일예배를 섬길 뿐 아니라 마을 공원이나 지하철 역사 등 넓은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아름다운 선율을 이웃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청지기교회가 자리 잡은 도산동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광주광역시에 속해 있지만,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외곽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 평동공단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식구들과 비좁은 영세민 아파트나 소형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면 더 조건이 나은 동네로 떠나버리는 등 인구유동도 잦다.

“생계에 급급한 어른들 사이에서 치이거나 방치되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뭔가 힘이 될 만한 응원을 해주고 싶어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게 여행과 음악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며,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홍요한 목사에게 아이들은 사역의 의지를 불타오르게 하는 원동력이다. 슬하에 현재 초등학생 자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4년 전 청지기교회를 개척할 당시부터 아이들은 유난히 눈에 밟히는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공부방을 열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고 챙겨 먹이는 일을 시작했고, 이게 입소문이 나 아이들이 모이고 주변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지역아동센터와 푸드뱅크 운영으로 확대됐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는 40여 명의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

사실 교회가 큰 힘이 있어서 이런 사역들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동네의 개척교회가 가진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심은 필요를 발견하는 눈을 열어주고, 필요는 해결책을 찾도록 길을 이끌어준다.

뭐든지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것으로 베풀고 싶다는 홍 목사와 교우들의 마음은 교회당 인근에 6000권이나 되는 장서를 보유한 작은도서관을 만들어냈고,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과 문화예술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지혜도 발휘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청지기교회 다음세대 구성은 탄탄해졌다. 교회에서 후원하는 도산초등학교 축구팀 멤버들까지 출석하는 날이면 주일학교 인원이 60여 명에 이른다. 장년 성도가 100여 명 수준인 교회 규모를 생각할 때 결코 만만치 않은 수치이다.

형편이 아직 넉넉지 않음에도 주일학교 전담 교역자를 따로 둘만큼 청지기교회는 다음세대 사역에 열심을 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나 간식 같은 것들도 누가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수준으로 정성껏 챙겨준다.

아이들도 다행히 어른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교회 일이라면 어느 때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의 노방전도나, 정기적으로 지하철역에서 펼쳐지는 봉사활동에도 아이들은 연주로 한몫을 하든 잔심부름을 하든 열심히 거들고 나서 맹활약을 보여준다.

홍요한 목사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통해 아이들을 키우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장차 본인의 인생 뿐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변화시키는 재목들로 자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홍요한 목사

▲처음부터 다음세대 사역에 관심을 가지셨던 것은 아니라면서요.
=도산동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가난하고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다가 노인대학을 열고,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배달 사업을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시니어월드라는 이름으로 사회적기업을 세워 주간보호센터나 전용식당 등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역들을 진행하면서 점차 인간관계 등에 한계를 느꼈고, 주변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을 한다는 오해까지 받게 되자 자칫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겠다는 두려움에 결국 스스로 많은 부분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과도기에서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됐고, 사역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교회 바깥의 아이들에 대한 사역에도 열정이 많으시다하던 데요.
=복음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바깥에도 널리 전파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역아동센터에도 불신자 가정 아이들이 비중이 크고, 역사문화탐방을 할 때는 교회 아이들 뿐 아니라 광주시내 전역의 저소득층 아이들까지 모아서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이 교회나 기독교에 대해 친숙해지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한 저희 교회는 해외 극빈층 아이들에 대해서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굿네이버스와 동역해 제3세계 결식아동들을 돕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하나 둘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5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로 커져버렸습니다. 본당에 아이들 사진을 붙여놓고 온 교우들이 기도로도 늘 후원하는 중이지요.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떠나는 목적이 따로 있으십니까.
=기본적으로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소중한 체험의 기회와 당당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여행을 가지만, 내심 다른 의도도 있지요. 주로 선택하는 여행지들이 고대 문화유적지보다는 여수나 군산처럼 근대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지역에는 초창기 선교사들이 이 땅에 들어와 남긴 교회 학교 병원 등의 문화유산들이 적잖이 남아있고, 크리스천 독립운동가나 순교자들의 자취도 적지 않아요. 이런 흔적들을 둘러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조국에 얼마나 많은 복과 은혜를 내려주셨는지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세대 사역에도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으실 텐데요.
=인구이동이 잦은 지역이다 보니 열심히 키운 아이들이 이사나 진학으로 훌쩍 떠나는 일을 자주 경험해요. 앞으로도 그런 현상이 반복될 것을 생각하면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키운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든 하나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작은 교회 힘 합치니 길이 보인다

 

“작은 교회들은 못한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청지교회가 꿈꾸는 내일 중 하나는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들이 함께 활기찬 사역의 장에 나서는 것이다. 전도도, 교육도 힘을 합하면 얼마든지 괜찮은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하게 배어있기에 가능한 꿈이다.

청지기교회는 매년 여름 도산역에서 개최하는 ‘열대어축제’를 통해 작은 교회의 힘만으로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나눔 사역이나 문화콘텐츠들을 개발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3월에 정식으로 발족할 ‘품앗이전도단’은 그 꿈이 현실화되는 시작이다. 이미 광주시내 50여 교회들이 규합되어, 연합으로 전도 사역부터 시작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공동으로 바자회나 음악회 같은 대규모 행사들도 개최할 열 예정이다.

홍요한 목사는 품앗이전도단이 결국에는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육공동체로 발돋움하기를 소망한다. 각 교회가 지닌 자원들을 조금씩 모아서 악기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설하고, 작은 음악회나 문학의 밤같은 행사들을 열어서 아이들의 달란트를 찾아내고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혼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길도 여럿이 함께 하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서로 힘을 합해 아이들도 잘 키우고, 지역사회를 문화적으로 이끌어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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