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건강한 상생 모델 제시 (14)사회복지사역 통한 자립

▲ 공동체목회 실현으로 미자립교회가 자립교회로 변화된 안사교회와 안사공동체 전경.
 

안사교회, 사회적 약자 공동체사역 통해 자립
“순수성 지키기 위해 외부후원 안받아”



이번 특집의 주제는 ‘사회복지’다. 미자립교회의 사회복지 적용 사례 소개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 목회에 대한 분명한 신학과 철학, 여기에 높은 도덕성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자립의 도구로 사회복지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사회복지 활동은 교회의 본질적 사역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은 지역공동체에 속한 교회의 위치와 존재감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교회 자체적으로도 질적·양적 성장에 적잖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로 많은 교회들이 사회복지 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거 교회 자체적인 구제활동에 머물렀던 복지활동이 이제는 국가나 단체의 제도권으로부터 합법적으로 도움을 받아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제도권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여기에 교회가 갖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복지를 실천할 수 있는 길도 많이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악용이다. 교회가 사회복지를 비영리가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 많은 문제를 파생시킨다. 교회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전체 교회의 신뢰감 저하 및 사회복지 활동을 가로막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학습한 상태다. 특히 미자립교회가 교회의 자립 방편으로 사회복지를 오남용하면서 적잖은 폐해를 끼친 사례도 많다.

그런 측면에서 경북 의성군 안사면에 소재한 안사교회(홍영식 목사)는 좋은 사례가 되어 준다.
 

미자립교회에 사회복지를 접목하다

▲ 신학교 시절부터 공동체신학에 관심을 가졌던 홍영식 목사. 홍 목사는 순수성과 투명성이 복지목회의 중요한 목회적 자질이라 강조한다.

홍영식 목사는 지난 1993년도에 안사교회에 부임했다. 부임 당시 교인이 고작 6명에 불과한 악성 미자립교회였으며, 20년 역사에 자신이 벌써 열 번째 교역자였다. 안 목사는 신학교 시절부터 공동체 신학에 높은 관심을 가졌다. 동시에 어느 교회를 가든지 장기목회를 다짐하며 준비해 왔다. 특히 자신의 능력의 60%가 되는 교회에 가서 100%를 만들어 내는 교회에 부임하기를 기도했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안사교회에 부임한 것이다.

부임 후 홍영식 목사는 장기목회에 합당한 사역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흔한 농산물직거래 등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IMF 사태가 발생했다. 곳곳에서 가정이 해체되고, 노숙인도 전국 단위로 발생했다. 바로 이때 홍영식 목사는 복지목회에 눈을 뜨게 됐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가 무엇이라도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는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것은 인식하고, 신학교 시절 갈고 닦았던 공동체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홍영식 목사는 “복지도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시작하면 목회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교회건물이 아니라 ‘어느 곳’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하나님 나라를 찾고 사회적 약자를 돌본다는 마음이 있다면 목회할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라고 말한다.

1998년 3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역도, 사람도 가리지 말고 돕자는 마음으로 장애인과 독거노인, 노숙인 등을 모집해 복지목회를 시작했다. 초창기 알코올중독자와 노숙인들이 많이 찾았다.
 

미자립에서 자립으로 바뀌다.

점차 홍 목사의 사역이 알려지면서 지난 2006년부터는 노인과 장애인을 분리했다. 공동체 사역이 확산된 것이다. 현재 안사공동체에는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이 43명, 지적장애인이 30명, 직원 40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장기요양시설, 법인에 준하는 장애인시설, 장애인가정 공동체 등 시설도 제법 규모를 갖췄다. 20년 가까이 복지사역을 하면서 공동체를 거친 식구가 700명이나 된다. 그 중에 별세한 사람이 80여명이다.

현재 안사교회는 자립교회가 됐다. 공동체에 입소한 노인, 장애인, 직원들이 회심해 교회에 출석하면서 자립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선교비로 130만원을 지출할 정도로, 돕는 교회로 전환했다. 그중에 월 35만원을 총신대학교에 후원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하게 되면 흔히 후원제도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홍영식 목사는 이를 철저하게 지양했다. 그럼에도 자립을 일궜다. 여기서 홍 목사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교회가 어렵다고 상술로 후원받으려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를 함에 있어 재정에 투명해야 합니다. 자기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순수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껏 외부 후원제도를 일절하지 않고 있습니다. 후원을 받게 되면 진실성이 사라질 위험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복지목회의 유의점

지금의 안사교회가 복지목회로 안사공동체를 일구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주민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임 초기 1주일에 3개 마을을 계속 찾아다니며 농사, 도배, 축사 청소 등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했다. 어느 정도 관계성이 형성되었기에 복지사역을 시작할 당시 혐오시설이라는 거부감 없이 공동체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설과 사역이 확대되면서 이 일에 집중하다보니, 주민과의 관계에 틈이 생기면서 시설 확충을 반대하기도 했다. 홍영식 목사는 “저를 반면교사 삼아 복지목회에 있어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지속하는데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홍 목사는 지금도 가급적 마을 행사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나이도 이제 60이 되었다. 마지막 남은 목회여정에서 관심을 두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은퇴교역자 생활관이다. 이 시대의 가장 약자는 준비 없이 은퇴하는 교역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70세 전후로 오갈데 없는 목회자를 위해 독립된 생활관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역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홍 목사는 총 20세대의 은퇴교역자 생활관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목회자를 위해 장기요양제도와 연결시켜 방문요양과 시설입소 등과 연결시켜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은퇴교역자들이 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책임지는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홍영식 목사는 “목회와 복지를 이원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약자를 찾아가고 그들을 돌보는 것 자체가 목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진정성 있는 섬김이 있는 목회자의 목양이 있다면 하나님 나라는 아름답게 가꿔질 것입니다. 여기에 많은 목회자 특히 신학생들이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병국 기자 bkkim@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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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는 전주창대교회 사랑의 지팡이 사역은 진정성과 꾸준함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사진은 대표적인 사업인 결식아동 돕기 사랑의 바자회.
 

전주창대교회는 사랑의 지팡이
전문 사회복지기관 운영, 섬김사역 신뢰 얻다
 

“동네에 끼니를 못 잇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없는 살림일지라도 함께 나누어 먹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전주창대교회(조성민 목사)의 역사 속에는 ‘사회복지’라는 단어가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사랑의 지팡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나눔과 섬김의 사역을 통해 전주창대교회는 지역사회 속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고, 지금도 이웃들로부터 큰 신망을 얻고 있다.

특히 개척 초기부터 결식아동이나 가난한 독거노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사랑의 바자회는 올해로 33회째를 맞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 쌀 나눔 사업도 계속되고 있고, 밥 한 끼 차리기조차 고단한 이들에게 피난처가 되어준다.

작은 헌신과 사랑들이 쌓이다보니 장학사업을 필두로 마을 집수리, 어르신들의 틀니와 백내장 수술, 연탄 나눔 등등 다방면의 사업들에까지 손을 대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복지 전문기관인 ‘사랑의 지팡이’라는 조직이 탄생한다.

사랑의 지팡이는 개척교회 혼자만의 가녀린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규모의 사역들을 가능하게 했다. 지역의 병원, 상점, 식당, 미용실 등과 협력해, 힘없는 이웃들을 위해 다각도의 봉사가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한 결과이다.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아끼고, 또 절약하며 한 푼이라도 허투루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주변에 좋은 소문이 나면서 전주창대교회의 규모도 차근차근 자라났다. 교회가 위치한 전주 아중지구에서는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성장세다. 신규 등록자들 중 95%가 불신자들이라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이웃들을 향해 복음을 실천으로 확실히 보여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를 홍보하겠다거나 부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 사역에 힘을 쓴 건 아닙니다. 그저 건강한 교회에 대한 꿈을 꾸면서 이웃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고, 거기에 도움이 되고자 나름 애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방면에서 전문화를 이룰 수 있게 된 것뿐이죠.”

조성민 목사는 그래서 개척과정에 있는, 혹은 자립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역자들을 향해 ‘비전’을 동력으로 삼으라고 일러준다. 건강한 교회에 대한 꿈 그리고 이웃사랑의 마인드가 확고하다면, 비록 돈이며 사람이 부족할지라도 반드시 길을 찾게 된다는 경험이 뒷받침된 조언이다.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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