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기 특집] 세월호를 기억하라 ② 침묵

진상규명을 공의 차원 아닌 금전·정치 가치로 판단

작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안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기도를 드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조광작 목사를 필두로 일부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입방아에 올랐다. 그렇게 5월이 지나고 6월이 됐다. 그때부터 한국 교회 특히 보수적인 교회들은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부분 교회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과 함께 해야 한다는 설교조차 하지 않았다.

가장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소속 O 목사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교회연합사역을 했다. 동료 목회자들을 이끌고 안산 세월호합동분양소로 달려가 유가족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벌써 세월호 1주년이 됐나. 유가족의 아픔은 이해하는데, 이제 좀 지나친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세월호로 경제가 다 죽었다. 또 5000억을 들여서 인양하라고 하는데, 실종자 찾겠다고 그 엄청난 돈을 들이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 그 돈을 더 나은 데 쓸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O 목사는 세월호 1주년을 맞아서 “교회가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장 통합 교단에 소속된 ㄱ교회는 교계에서 개혁적이고 건강한 교회로 유명하다. 그런데 교회 장로들의 반대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진행하려던 유가족 초청 행사를 취소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부담스럽고, 세월호 진상규명과 인양 등 이슈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보수적 신앙을 가진 목회자와 성도들이 바라보는 ‘세월호 참사’는 이렇다. 신앙인으로서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세월호 인양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지 교회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여긴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왜 금전적인 효용성을 따지고, 공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할까.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신앙이 삶과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유가족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그 이후 삶의 문제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분법적 신앙’이라는 것이다.

“유족에 대한 아픔은 신앙 차원에서 이해한다. 하지만 이분법적 신앙을 극복하지 못하다보니, 세월호 인양은 돈의 가치로 판단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좌파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속아서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한다.”

△이분법적 신앙 △배금주의 돈의 우상 △성경적 세계관이 아니라 좌우이념으로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 3가지는 20년 가까이 한국 교회가 지적하고 반성하고 회개했던 바로 그 문제들이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한국 교회는 이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했음을 확인한 셈이다.

“세상의 가치로 따지면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천억원을 사용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 하지만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교회라면,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풀어주기 위해서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외쳐야 한다. 그것이 세상과 다른 성경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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