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기 특집] 세월호를 기억하라 ② 침묵

삭발까지 감행하며 ‘진상규명·안전사회 논의’ 원하는 유가족
한국교회 진영논리에 갇혀 머뭇…고통받는 사람 곁으로 가야


세월호 시계는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다. 참사 1주기를 맞았지만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유가족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더 애가 탄다. 대한민국을 울린 비극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침묵이다. 정부의 침묵, 교회의 침묵 그리고 우리들의 침묵 때문에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예수님의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고난주간에 팽목항을 방문한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을 씻어주며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정부의 침묵

세월호 참사 1년 동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태도를 줄곧 취해왔다. 1분 1초가 아까운 구조작업은 온갖 의혹으로 불거졌고, 세월호 참사의 의미마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주장했지만, 소극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급기야 지난 3월 27일, 정부는 본래 취지와 다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발표하여 원성을 사고 있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업무와 사무의 분리’ 조항을 삭제하고, 특조위원이 아닌 공무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직제를 구성했다. 또한 안전사회국과 지원국은 축소·폐지하고 사무처에 기획조정실과 진상규명국을 두도록 규정해 특조위의 권한을 가로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125명의 사무처 인원을 90명으로 축소했다.

▲ 박종운 변호사

세월호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 박종운 변호사는 “정부의 시행령안으로 특조위가 출범된다면 그동안 검찰과 감사원이 조사한 것을 점검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면서, “세월호 특별법의 목적인 철저한 진상조사와 향후 재난에 대한 대응, 안전사회 건설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부의 시행령안을 두고 논란이 일자, 해양수산부는 그 시점에 배보상 기준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배포하여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세월호 희생자 성우 아빠 최경덕 씨는 “우리 정부가 왜 피해자들을 탄압하는가. 정부가 한 일은 유가족만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라고 비난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목전까지도 정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계속되고 있다. 박종운 변호사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비록 참사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노력한다면 세월호 참사를 세월호 교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박종운 변호사는 “정부가 분골쇄신하는 노력으로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재난재해 예방과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훗날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는 업적이 될 것”이라며 특별법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정부의 협력을 당부했다.
 

교회와 우리의 침묵

세월호 참사 1년 정부만 침묵했을까. 아니다. 교회도 침묵했다. 구세군 등 구호활동에 적극 나섰던 교단도 있었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처럼 세월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아파했던 단체도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 전반을 살펴보면 모두 이들처럼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세월호 이야기 좀 그만하자”는 교회가 있는가하면, 세월호 참사를 진영논리로 이해하는 성도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교회의 침묵이 뼈아프다.

보수교회들도 세월호 참사 직후 구호활동에 참여했고, 성금을 전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부적절한 이념논쟁이 벌어지자 지금껏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회혼란을 두려워하고 진영논리에 약한 한국 보수교회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많다.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는 “교회는 고통당한 사람들과 연대해야 하는 공동체다. 같이 울고 같이 슬퍼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보수교회들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자들과 연대하고, 성도들을 일깨워 가난한 자 곁으로 보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보수교회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어떤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고통당한 사람들과 연대하며 살아왔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최근 들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한국 교회를 향해 간절한 도움을 구하고 있다. 그들의 요청을 저버리지 않고, 연대해야 할 책임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침묵을 거두고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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