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합이 ‘봉은사역’ 역명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반대서명운동까지 벌이기로 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양병희 목사)은 3월 24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양병희 대표회장이 봉은사역 명칭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발언에 이어, 이병대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봉은사역명 선정의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했다.

토론회에 앞서 양병희 대표회장은 “봉은사는 문화재도 사적도 아닌 일반 사찰이다. 또한 과거 일제강점기에 주지가 친일 행위를 한 부끄러운 현장”이라며, “이제라도 봉은사역명을 철회하고 시민에게 친숙하고 인정받는 다른 역명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병대 목사는 봉은사역 명칭의 오류와 부당성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이 목사는 “봉은사보다 더 가까운 곳에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랜드마크 코엑스가 있다. 왜 굳이 사찰 이름을 고집하는 것인가?”라며, 역명을 결정한 서울시지명위원회와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봉은사’는 일제강점기에 친일에 앞장선 사찰로, 역명으로 정할만큼 역사성과 전통성이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목사의 발제에 따르면, 봉은사는 역사가 1000년에 이르지만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경기도 선종 대본산으로 친일불교의 대표적 사찰이었다. 또 황민화정책에 부응해 ‘심전개발운동’을 펼치던 인물들이 봉은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불교에서 친일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승려 3명이 봉은사의 주지를 역임한 것은 이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병대 목사는 “서울시는 9호선 완전개통 전에 잘못된 이름부터 바꾸라. 친일 사찰로 보나, 국민통합으로 보나 합당하지 않은 이름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명수 교수는 봉은사역 명칭의 부당성과 함께 역의 명칭을 ‘코엑스’로 해야 할 당위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코엑스는 매일 14만명, 주말은 25만명이 방문하는 곳이다. 봉은사는 연간 방문자가 25만명이다. 어떤 역명이 시민의 편리를 도모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코엑스는 2000년 아셈 정상회담과 2010년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이미 무역 정치 문화의 중심지라며,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코엑스를 역명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 후 봉은사 역명 반대를 위한 백만인서명운동을 전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양병희 대표회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임원회를 개최해서 그 문제를 다루겠다. 지역 교회들 및 다른 연합기관들과 연계해 역명 철폐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교연 임원들은 23일 ‘봉은사역’으로 명명된 코엑스사거리 지하철9호선 현장을 방문해 역명 변경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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