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지역 의견 수렴’ 결정에 주민 “결단 고마워”

▲ 벌컥 벌컥, 홍재철 목사가 물을 들이킵니다. 애기봉에 60미터짜리 등탑을 재건립하겠다는 호언장담이 공수표가 됐기 때문일까요. 이영훈 대표회장은 조용히 홍 목사가 발언을 하라고 토스합니다. “에…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식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김포 지역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애기봉 점등식을 취소했습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12월 18일 앰배서더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진행하려던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식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애기봉 점등식은 지난 10월 국방부가 안전 문제로 철거한 이후 한기총이 재건립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교계 단체들은 물론이고 애기봉 등탑으로 곤혹을 치렀던 김포 주민들까지 나서서 등탑 재건립을 반대했습니다.

북한은 애기봉 등탑을 선전물로 여기고 있어 거부감이 강합니다. 2010년 애기봉 등탑에 불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애기봉 아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북한의 포격 위협에 지하대피소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기총은 애기봉 등탑이 평화와 화해와 통일을 염원한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와 갈등으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이 애기봉 점등식을 진행하려고 하자, 유영록 김포시장까지 나서서 19일 반대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18일 “김포 주민들이 (애기봉 트리) 설치를 반대하고, 대외적으로 남북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봐 점등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유영록 김포시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유 시장은 애기봉 등탑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한기총이 애기봉 등탑 설치를 철회한 결단을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진행하더라도 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면, 어떤 사역이라도 의미가 없겠지요. 이영훈 대표회장이 일방통행하지 않고 김포 지역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인 것은 좋은 결정인 것 같습니다. 2015년 한국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며 선한 뜻을 펼쳐나가길 기대합니다.

 
박민균 기자(min@kidok.com)가 전해드렸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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