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성도들 “애기봉 등탑은 평화 아닌 전쟁 트리” 강하게 반대

▲ 한기총이 애기봉전망대에서 등탑 재건립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홍재철 목사가 애기봉 등탑 재건립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전망대 밖으로 보이는 지역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하조강리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애기봉등탑건립위원장 홍재철 목사가 “애기봉에 예전보다 3배 높게 60미터짜리 십자가 등탑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애기봉 아래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2010년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켠 순간, 마을 주민들은 지하대피소로 숨어야 했다. 애기봉 등탑은 평화의 트리가 아니라 전쟁 트리”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가 14일 오후 3시 경기도 김포 애기봉전망대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사실상 지난 10월 철거된 애기봉 등탑을 다시 세우기 위한 출범식 같은 자리였다.

그러나 기도회는 시작 전부터 반대에 부딪쳤다. 애기봉 등탑 건립에 반대하는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교계 단체들은 애기봉전망대 진입도로 입구에서 ‘등탑은 전쟁이다. 애기봉등탑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한기총을 성토했다. 또한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애기봉전망대로 가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버스를 막아서며 강하게 저항했다.
 

▲ 애기봉전망대로 들어가는 진입도로 입구에서 민통선평화교회 성도들과 교계 단체 회원들이 애기봉 등탑 재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와 성도들은 ‘애기봉 등탑은 성탄트리가 아니라 전쟁트리입니다’라는 호소문을 배포하고 애기봉 등탑 재건립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도들은 2004년 남북군사고위급 회담에서 접경지역 전단 살포와 선전탑(등탑) 등 상호심리전을 중단한 이후, 지겹게 듣던 비난방송이 사라져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2월 21일 갑자기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켰고, 그날부터 열흘 동안 자신들은 북한의 도발위협 때문에 지하대피소에 숨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통선평화교회 성도들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및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소속 회원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등탑을 평화의 성탄트리라고 명명했지만, 우리는 민족참화를 불러올 전쟁트리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며, “애기봉 등탑은 우리에게 공포이다. 이 땅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이런 반대 입장을 “좌파”로 규정하고, 애기봉 등탑을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홍재철 목사는 “십자가는 평화를 상징한다. 군대가 십자가 등탑을 철거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최소한 한기총과 논의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한기총 외에 300여 시민단체가 애기봉 등탑 재건립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17일 10시에 시민단체들과 함께 모금운동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기도회 후 등탑 재건립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전 등탑보다 3배 더 높은 60미터 등탑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김국도 목사(임마누엘교회)는 등탑 재건을 위해 2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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