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을 위한 우리의 자세

통일 돕는 착실한 준비 중요 지속적 교류로 신뢰 쌓아야

 

▲ 최현범 목사
부산중앙교회

우리 교단이 지난 99총회에서 남북통일을 교단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자고 결의를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참 소중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지만, 그동안 교단 내에서는 바람직한 기독교적 통일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조차 논의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우리 교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보수적인 교회들은 탈북자나 북한 내의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북한선교’는 복음증거의 사명을 가진 교회들이 통일의 날까지 힘써야할 중요한 사역이다.

또한 최근에는 북한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를 위한 집회가 열리고, 중국과 북한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인권’은 기독교의 가치이므로, 북한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인권탄압을 받는 이들을 위한 사역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일에 있어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교회의 역할이 있다. 바로 ‘평화로운 통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통일이란 것이 정치, 경제, 이념 등 수많은 변수들과 얽힌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북한정권이 무너져야 한다거나, 북한정권은 마귀집단이라는 식의 사고에서는 교회가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오히려 통일을 위해 합의와 공존을 모색하려하는 국가 정책에 딴지를 거는 집단이 되기 쉽다. 통일을 위한 사역은 단순화된 구호나 감정적 선동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사실 이해와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이 염원하는 통일은 ‘흡수통일’이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그 주권을 남한이 접수하여 평화롭게 통일대국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자원이 합쳐져서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만약 북한의 현정권이 붕괴되고 다른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우리에게 주권을 넘겨줄 리는 없다. 또 무정부상태가 된다면 훨씬 위험한 상황이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통일학자들은 만약에 북한정권이 붕괴된다면, UN군이 파병되어 일정기간 다스리는 것이 가장 현실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하고 있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후, 많은 이들이 북한도 곧 붕괴되고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벌써 25년이 흘렀다. 통일은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차분히 인내를 갖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독일의 통일은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정치인과 경제인, 일반 국민들, 그리고 특별히 독일교회의 착실한 준비가 있었다. 그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민간교류였다.

우리 교단도 이제 통일을 돕기 위한 착실한 준비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기독교적인 통일철학’을 세워가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향성 위에 꾸준히 민간교류의 창을 열어가야 한다.

극심한 기아와 낙후된 의료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길을 교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열어간다면, 교단내의 많은 교회들이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남북통일에 대단히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