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가치관 기반한 교단 ‘통일신학’ 세워라”

통일 준비 정책기구 가동 의미 커 … 전문가 영입
연구·정책수립 단계부터 심도 있는 참여 필요

지난 9월에 열린 제99회 총회에서 우리 교단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위원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 99총회에서는 △남북평화통일 정책위원회 설치 △북한급변사태 시 대량난민과 긴급구호 지원, 북한교회 재건 및 북한 선교 등 체계적인 매뉴얼 준비 △각 노회 예산 1% 통일비용 사용 △북한인권 관련 활동 △북한에 남아 있는 부동산 및 기타 재산 실태 조사 △북한교회세우기연합 가입 등의 헌의안이 상정된 상태였다.

이를 위해 총회는 남북교회교류협위원회를 통일준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위원을 구성해 추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가동 ‘의미 있다.’

교단이 통일준비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한 결의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수성이 강한 교단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정책기구를 가동하기로 한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그동안 교단의 통일 관련 노력은 북한 교회와의 교류와 북한교회 재건 움직임, 인도적 지원 등 사업 중심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한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교단의 대북관련 기초적인 사업마저도 위축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단이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으로 보다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통일준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과 관련한 한국 교회의 일치된 방향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합동교단이 바람직한 통일정책을 수립한다면, 이를 기점으로 한국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일치된 통일철학과 정책을 세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통일’을 매개로 교회간 연합과 일치, 교회의 건강성 회복, 민간차원의 통일 노력 극대화에도 상당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우선 과제는 ‘통일신학 수립’이다.

위원 선정까지 마친 통일준비위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단의 ‘통일철학’을 세우는 일이다.
지난 총회에 상정된 헌의안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차원을 뛰어 넘는 내용들이다. 남북한 통일을 대비한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정책과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과제를 통일준비위원회에 안겨 준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준비위원회의 선결 과제는 모든 정책과 방향성을 조정할 ‘통일철학’ 즉, 교단 차원의 통일신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번 총회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교단 차원의 장기적이고 철학 있는 통일정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남북교회교류협력위원회가 북한에 밀가루를 전달하는 모습.

여기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교단의 통일철학을 수립함에 있어 이념, 경제, 정치와 같은 세상적 논리를 배제해야 한다. 이를 초월하는 기독교적 사상을 통일철학에 담아내야 한다. 성경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는 통일에 대한 교단의 선명한 철학과 개론서를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북나눔운동본부의 이문식 목사는 “힘을 바탕으로 한 선교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사랑과 섬김을 통해서 이루는 통일이어야 한다”며 “평화통일이 되려면 평화정신을 바탕으로 평화적 과정을 거쳐 결과도 샬롬인 통일이 되도록 통일신학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일준비위원회에 ‘전문성’을 가미하라.

통일준비위원회가 자칫 전시행정이나 사업 중심으로 치우칠 경우, 전격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교단의 통일노력이 다시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한 정세변화에 따라 통일사업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체득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철학과 통일신학 수립, 통일교육, 평화통일을 기저로 하는 통일정책 연구, 진영논리와 종파주의를 초월한 보편적 통일운동 전개, 북한에 대한 긍정적 측면에서 영향력 확대 방안 등을 당면과제로 삼고 내실 있게 내용을 채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통일준비위원회는 ‘전문성’을 가져야 하며, ‘대표성’을 갖고 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현재 위원회 구성은 교단의 총대들로 구성된 상태다. 위원들과 별도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통일전문가들을 영입해 전문가 집단을 마련해, 연구와 정책 수립 단계부터 심도 있게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백남선 총회장은 지난 총회에서 남북통일과 관련한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백 총회장은 공약사항에서 “한국 교회가 민족 공동의 목표로서 통일을 바라보게 하고, 북녘에 복음의 자유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여러 교단과 연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을 위해 다시금 의미 있는 결정을 한 교단이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내실 있는 통일철학을 확립하고 전국 교회가 공감대를 갖고 한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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