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총신대학교)

전원 스위치를 끄면 생각은 ‘ON’
 

 

급히 조교를 찾다가 연락이 안되면 즉시 문자를 보냅니다. 조교는 수업 중에도 성실히 답을 보내옵니다. 심지어 교실에서 나와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신속한 연락이 가능한 세상이니 정말 편합니다. 하지만 제 수업에서 학생이 문자를 날리거나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면 혼을 냈을 겁니다. 스스로도 이율배반이라는 생각이 들어 민망합니다.
 

기술의 본질

기술은 인간의 특성입니다. 동물 중에도 도구를 만들고 나름대로 기술을 구사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거미는 줄을 쳐 먹이를 잡고 원숭이는 돌로 조개를 깨고 막대기를 이용해 바나나며 망고를 땁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엄청난 정보를 접하게 해주고 무엇이나 저장해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전자기술이야말로 기술의 총화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전자통신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전능한 신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아이갓 iGod’이란 말은 <뉴욕>지가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를 부른 말입니다. 오늘날엔 그 외에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유튜브를 만든 이들 또한 아이갓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기술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벌어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성공의 우상에서 그치지 않고 일종의 신이 되었다는 겁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엘룰은 <기술>과 <선전>이라는 책들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신격화하는 것을 통렬히 비판했습니다. 1950년대에 정보통신이야말로 최상의 기술임을 간파한 통찰이 놀라울 뿐입니다. <테크니폴리>라는 책을 쓴 미국의 비평가 닐 포스트만은 기술은 항상 주는 것이 있으면 빼앗아가는 것이 있음을 잊지 말 것을 깨우쳐줍니다. 문자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기억력을 감퇴시키듯이 말입니다.
 

기술의 명암

기술은 인간의 선함과 악함을 모두 반영합니다. <아이갓 iGods>이라는 책을 쓴 그레이그 뎃와일러는 기술을 하나님의 선물이며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중립적이 아니라 고안 단계부터 선하고 악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삶 곳곳에 넓고 깊게 들어와 의식조차 없이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답니다. 기술은 이제 그것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안경 즉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됩니다.

기술은 본래 특별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따라서 목적을 의식하지 않고 그 자체를 신뢰하거나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과도하게 빠져들 때 중독을 낳고 결국엔 우상이 됩니다. “기술은 세상이 더 빠르고, 더 스마트하며, 더 효율적으로 발전한다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는 일종의 종교”라고 했습니다. 기술에 대한 신뢰가 그것을 맹목적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우상을 만드는 전문가라고 한 요한 칼빈의 말처럼 전자미디어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갑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눈을 보며 대화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내려다봅니다. 어려서부터 하늘을 우러러 예배하거나 어른들을 바라보며 배우기보다 스크린을 내려다보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 눈은 일할 때만 아니라 쉴 때도 디지털 화면을 향합니다. 전자통신기술이 노아의 방주처럼 구원자인지 아니면 바벨탑과 같은 우상인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기술의 회복

창조주 하나님은 아담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며 세상을 다스리고 돌보라 하셨습니다. 인간이 그 일을 하는데 기술은 없으면 안될 요소입니다. 목수이셨던 예수님도 기술을 익히고 그것을 사용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비유들은 빼어난 문학적 기교들로 가득합니다. 기술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해주고 소통을 원활하게 해 우리 삶을 편하고 풍요롭게 합니다. 기술이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 되려면 본래의 목적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학생들과 청중들의 집중을 끌어내기 정말 힘듭니다. 수업이나 예배 중에도 문자를 주고받거나 스마트폰에서 뭔가를 뒤적거리곤 합니다. 예배나 수업 중엔 전자기기를 금지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도 강의는 필기하고 숙제도 손으로 작성하도록 한지 여러 해 되었습니다. <정의론> 강의로 유명한 하버드의 마이클 샌들도 강의에서 노트북 사용을 금지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노트엔 줄이 쳐있어도 자신이 조정할 수 있는 여지와 자유가 훨씬 많습니다. 보다 인간적인 기술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듭니다.

컴퓨터가 빠르고 강력하지만 대신해서 생각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기술을 언제 얼마나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 그 판단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자고 깨면 진화해있는 전자기기는 우리에게 업그레이드와 업데이트를 끝없이 요구합니다. 아이갓 우상들을 멀리하는 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전원스위치를 끄면 됩니다. 끄지 않으려면 도구로만 사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가장 유용한 장치는 전원스위치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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