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반대서명운동에 교수 대자보까지 … 운영위 조속한 대책 필요
 
총신운영이사회가 지난 9월 18일 “목회학석사(M.Div) 과정 입학 자격을 노회 추천 목사 후보생만으로 한정키로” 결의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금 사당동 총신대학교와 양지 신대원에는 학생들은 물론 동문들과 교수들이 쓴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은 ‘목회학석사 입학제한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총신대와 신대원 학생들은 제99회 총회가 열렸던 광주겨자씨교회까지 찾아와서 시위를 벌였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M.Div 제한 방침이 알려졌기 때문에 총신대는 물론 교단의 이미지 실추도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당장 2015년도 총신신대원 입시경쟁률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총신운영이사장 김종준 목사는 “일단 2015년 입시는 요강이 이미 발표됐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M.Div를 응시할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여론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M.Div 제한이 타당성이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사들도 있는 상황이어서 재론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목사양성을 하는 M.Div 과정에 목사가 될 사람만 노회 추천을 받아서 입학하는 것이 원론적이며 총신의 정체성과도 통한다”라는 입장을 취하는 이사들도 있는 것이다.
 
여학생 M.Div 입학 제한 이유

여학생 M.Div 제한 건은 제98회기에 동광주노회가 헌의했으며 총회가 총신운영이사회에 결정을 위임했다. 동광주노회는 왜 이런 안을 냈을까? 동광주노회 전 임원은 “노회 소속 남학생들이 M.Div에 지원했다가 낙방하는 일이 많았다”면서 “M.Div 과정은 목회자 양성을 위한 것인데 목회자가 될 수 없는 여학생들이 합격하므로 상대적으로 남학생들이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헌의안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체 재학생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여학생들이 남학생 불합격의 이유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과장됐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실제로 현재 총신 M.Div 재학생의 성비율은 남학생이 1063명, 여학생이 119명이다. 또 매년 응시자와 최종 합격자의 비율도 여학생은 남학생의 10% 수준이다. 예를 들어 2014년의 경우 남학생은 727명, 여학생이 76명이 응시했고, 최종적으로 남학생이 279명, 여학생이 31명 합격했다. 2011년부터 따져 보아도 남녀 10:1이라는 비율은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남녀 학생 비율보다 심각한 것은 오히려 해마다 응시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 합해서 M.Div 응시자는 1175명(2011년)-1020명(2012년)-896명(2013년)-803명(2014년)으로 떨어지고 있다.

▲ 총신대신대원생들이 제99회 총회 기간 중 광주겨자씨교회에서 신대원 M.Div 여성 입학 제한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정체성 세우기냐 이기주의냐

한편 이번 여학생 M.Div 입학 제한 조치는 총신의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신운영이사회 서기 고광석 목사는 “M.Div 과정은 노회가 총신에 목회자 양성 교육을 위탁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서 “따라서 노회가 추천한 목사후보생만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고 목사는 “목사가 될 계획이 없거나 할 수 없는 학생들, 특히 여학우들을 위해 별도의 과정을 개설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사들은 MA 과정에 신학과목 및 여성 사역을 위한 시간을 첨가해서 별도의 학위 과정을 만드는 안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M.Div 과정은 목회자를 위한 절대적 코스라기보다 신학 공부를 하기 위한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신학 전반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데 M.Div를 능가하는 과정이 없으며 국내나 국외에서 더 많은 학위를 공부하는데도 M.Div 학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M.Div 과정을 목회자 양성 코스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교단 신학의 정체성에는 부합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국내외 신학 시스템을 지나치게 무시한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자칫 남녀 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켜 사회문제화 될 소지가 적지 않다.
 
여학우 별도 과정은 비현실적

총신신대원 강웅산 교수는 “MA 과정에 신학 및 여성사역에 대한 과목을 보완해 별도의 학위를 만들자는 안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어차피 M.Div 과정에서 정원을 빼와야 하기 때문에 남학생 합격의 문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고, 개설된다고 하더라도 타 대학 진학의 어려움, 타 대학 출신자와 위상 비교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M.Div 여학생 입학 제한 건은 자칫 총신은 물론 교단의 위상에 흠집을 남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총회와 학교 당국이 조속히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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