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도” 이상의 의미 확장 어려워져

증경총회장 ‘한 자리’ 의미 컸지만 교단 합의 없는 행보에 부정적 여론도 커져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증경총회장들이 8월 10일 사랑의교회에서 개최한 ‘한국교회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는 양 교단의 지지를 얻지 못한 가운데 열린 일회성 기도회였다는 평가가 높다.

역사적 기록으로 양 교단 증경총회장들이 1959년 교단 분열 이후 처음으로 만나 한국교회 회복과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는 사실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양 교단의 신학적 차이가 해결된다면 증경총회장들이 선견자적 안목으로 교단 연합운동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관계자들의 말처럼 8월 중순 가톨릭 교황이 방한하여 개신교세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교회를 향한 사회적 지탄의 목소리가 중단되지 않는 때 기도회를 열었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양 교단 증경총회장들은 ‘순수기도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장합동 증경총회장회 회장 서기행 목사는 “한데 모여서 기도하자는데 다른 오해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어려워진 한국교회의 회복을 부르짖고 남북통일을 하나님께서 이뤄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아뢰고자 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김순권 목사도 “양 교단 인사들이 이처럼 여럿이 함께 만나서 기도회를 한 적이 없지 않느냐”면서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도회였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는 명분과 내실 양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먼저 교회 회복이 명분이었을지라도 예장통합과 기도회를 한 것은 무리였다는 비판이 높다.

예장통합과는 역대 몇몇 총회장들이 개인적으로 강단교류를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총회의 결의는 아직까지 통합과 교류를 불허하고 있다. 제84회 총회 때 “교단(통합) 교류는 총회 허락 없이 할 수 없음(제82회 결의대로 개교회 강단교류는 당회장 책임 하에 교류)”이라는 결의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통합 측에 대한 교단적 정서도 고려되지 않았다. 통합측이 국내 유수한 교단인 것은 틀림없지만 1959년 신학적인 차이로 갈라져 나갔고,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국내 개최를 주도한 데 대한 교단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 예장합동과 통합 교단 증경총회장들이 기도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단 분열 후 증경총회장들의 첫 만남이란 의미에도 불구하고 총회적 합의가 부족해 빛이 바랬다.

더구나 증경총회장들은 다수가 지난 두 회기동안 총회WCC대책위원회의 위원들로서 WCC를 반대하는데 앞장섰던 인물들이었다. 또 지금도 예장합동 목회자들은 광주전남지역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WCC반대 연합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합의조차 없이 이번 기도회를 합동과 통합이 분열 55년 만에 연합행사를 갖는다는 식으로 홍보한 것은 문제가 적지 않았다. 더구나 총회 임원회조차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에 오는 제99회 총회에서 증경총회장들이 무리한 행사를 감행했다는 비판을 비켜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총회 임원회(총회장:안명환 목사)는 7월 21일  “증경총회장회에서 예장통합과 기도회를 갖는 것은 교단과 관계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임원들은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더욱이 안명환 총회장은 별도로 “이번 연합기도회를 주관하면서 ‘총회증경총회장회’는 ‘총회’를 삭제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증경총회장회’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면서 “총회에 존재하지 않은 기구에서 주관하는 연합기도회는 총회와 무관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기도회 내용적 측면에서도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증경총회장들의 의미 부여가 달랐으며, 신학적 이견 차이로 애초 계획했던 합의문도 내지 못했다. 예장통합 김삼환 증경총회장을 비롯, 통합측 목회자들은 “양 교단이 하나 되는 시발”이라고 말했고, 예장합동 서기행 증경총회장 등은 “양 교단이 교회회복과 우상종교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기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증경총회장들은 이 행사를 교단연합예배로 드리고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성경의 무오성, 예수만을 통한 구원, 사도신경의 공동 고백에는 합의했지만, 예장합동이 주장한 우상종교 경계 문구 삽입에는 이견이 있었다. 우상종교는 가톨릭과 이슬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예장통합과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예장통합 총회 인사는 “우리 교단은 총회 차원에서 각 노회에 참여 공문을 보내고 참석을 독려한 것은 맞다. 그러나 예장합동과의 격을 맞추기 위해서 통합 총회장은 순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할 수 없었다. 이번 기도회는 일회성일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기도회로 인해 예장합동 교단 내의 증경총회장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증경총회장들의 공직 활동과 예우를 조정하기 위해서 조직한 ‘증경총회장 예우에 관한 연구위원회’가 총회에 제안할 예우 규정안에 대해 총대들은 더욱 야박한 대우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기도회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오는 총회에서 각종 현안을 처리하는데 총대들의 힘을 분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염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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