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칸다하르>

내전에 휘말린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나파스는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고 홀로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여동생에게서 어느 날 편지를 받는다. 곧 있을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날 자살하겠다는 절망적 메시지였다. 나파스는 여동생의 자살을 막고자 칸다하르로 떠난다.

200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고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 영화는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작품이다.

나파스 역의 넬로퍼 파지라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 난민이 된 아프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여동생을 찾아 칸다하르로 향하는 한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며 담담하고도 인상 깊게 그려낸다.

나파스는 칸다하르로 가는 길목에서 적십자 캠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지뢰에 다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1년을 기다려 의족을 받아가고 있고, 또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을 의족의 치수를 재고 진단을 받고 있다. 갑자기 헬기 소리가 들리고 목발을 한 사람들이 벌판을 향해 절룩이며 내달리기 시작한다. 저 멀리 적십자 헬기가 의족들을 벌판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 책 <칸다하르>

책 <칸다하르>에는 마흐발마프 감독이 {아프가니스탄의 불상은 파괴된 것이 아니라, 치욕스런 나머지 무너져 버린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쓴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보고서가 들어 있다. 이 글에서 마흐발마프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이 글을 주의 깊게 읽는 데는 아마 한 시간쯤 걸릴 것입니다. 바로 그 한 시간 동안 14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과 기아로 죽어 가고 다른 60명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난민이 됩니다. 이 글은 이 비극과 죽음과 기아의 이유에 대해 쓴 것입니다. 이 고통스런 이야기가 당신 개인의 행복과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되면 이 글을 읽지 마십시오.}

석불의 파괴에는 분노하면서 아프간 사람들의 죽음에는 침묵하는 세계의 이율배반을 꼬집고, 나라보다 부족을 우선하는 아프간의 뿌리 깊은 종족, 종교간 반목의 문화와 아프간 마약 생산의 국제정치 및 세계 경제 커넥션 등을 날카로운 안목으로 드러내고 있다(정해경 편역/삼인). 


 ◆ 더 볼 수 있는 책들

여성의 삶을 처참하게 짓밟게 부르카로 가려버린 탈레반의 야만성을 폭로한 아프칸 여성 라티파의 수기 <빼앗긴 얼굴>(라티파 지음/최은희 옮김/이레), 어린 나이에 가족을 따라 영국에 망명해 살던 사이라 샤가 전쟁과 절망의 땅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조국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파그만의 정원>(사이라 샤 지음/유은영 옮김/한겨레문화사), 지하드(성전)를 부르짖지만 절대 성스러운 전쟁이 아닌 비영한 전쟁들만이 난무한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추악한 국제정치를 폭로한 <추악한 전쟁>(존 쿨리 지음/소병일 옮김/이지북), 탈레반과 이 집단을 낳은 아프가니스탄 내적 환경과 국제 관계를 분석한 <탈리반>(피터 마스던 지음/아시아평화인권연대 옮김/박종철출판사) 들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릴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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