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ㆍ부모ㆍ교사 등 7000여 명 함께
어린이도 어른도 “말씀과 찬양 최고”

69회기 전국주일학교연합회(회장:김방훈 장로) ‘2024 전국대회’가 열린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앞에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버스들이 줄지어 섰다. 총회 단일행사 중 최다 인원이 모이는 전국대회에는 이날도 참가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교역자 등 7000여 명이 함께했다. 

지난해 전국대회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지만, 여전히 코와 입을 가로막은 마스크에 아쉬움이 남았다면 올해는 비로소 마스크 안에 감춰져 있던 어린아이들의 환한 표정과 함께 들뜬 친구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본당을 가득 채웠다.

이윽고 시험장 정리를 위해 “부모님과 선생님, 전도사님, 목사님은 밖으로 나가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쯤, 가장 어린 참가자인 유초등부 1학년 푯말 바로 뒤에 앉은 수험번호 1번 8살 강라온 자매(나주남평교회·사진①)가 눈물을 훔쳤다. 전남 나주에서 새벽 6시, 교회 언니 오빠들과 함께 올라온 라온 자매는 처음 대회를 나와 낯선 환경과 더불어 그동안 매일 저녁 엄마와 함께 공부하던 순간들이 떠올라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는 딸을 홀로 남겨두고 나가야 하는 강창영 집사는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수험번호 1번 8살 강라온 양                                     권혁남 집사와 아들 하영 군
수험번호 1번 8살 강라온 양                                     권혁남 집사와 아들 하영 군

그 옆에서는 권혁남 집사(사랑의교회·사진②)가 아들 하영 군을 꼬옥 껴안은 채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에 새겨지도록”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역시 엄마와 함께 매일 말씀을 암송하고 모의고사를 풀며 준비해 온 하영 군도 아빠와 떨어져 혼자 남으니, 얼굴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두 친구는 시험지를 배부받고 펜을 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또렷한 눈으로 마음속에 새긴 말씀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갔다.

지하 본당에서 유초등부 1학년부터 장년부에 이르기까지 고요한 분위기 속에 성경 고사에 집중할 때쯤, 가장 꼭대기 층에서는 유치부 어린이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성경 말씀을 낭송해 나갔다. <하나 바이블> 3과정 공과에 나온 외울 말씀을 4분 안에 암송하는 것이 심사 기준이었다. 말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6~7살 아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 줄줄이 외워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왔다.

고등부 워십.
고등부 워십.

대기실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엄마의 품에 안긴 채 외운 말씀을 서로의 귀에 함께 읊는 아이부터 마치 권투 시합 링에 오르는 선수처럼 입에 물 한 모금 적시고 대회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이까지 복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 앞에 서자 하얘진 머리에 눈물부터 터지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어리고 여린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가는 둘째고 우는 참가자를 달래기 바쁜 심사위원(사진③)과 시험을 마치고 달려 나오는 자녀를 두 팔 벌려 힘껏 안아주는 아빠…, 어느새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오전 내내 암송하고 공부하며 마음에 새긴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껏 뽐낸 학생들은 오후에는 찬양과 율동, 워십 등 목소리와 몸짓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다. 독창과 중창, 합창, 개인 율동과 단체 율동 등 모양은 다양했지만, 하나 같이 해처럼 빛나는 밝은 얼굴에서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양각색의 옷을 맞춰 입고 때로는 절제된 몸짓으로 때로는 일사불란한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무대를 꾸미는 청소년들의 워십 경연은 경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의 무대에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며 다 같이 하나님 나라 잔치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유년부 율동대회
유년부 율동대회
몸짓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다음세대를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몸짓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다음세대를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묵상하며 마음에 새긴 하나님의 말씀이 학생들의 앞으로 삶에 등불이 되고 인도자가 되기를,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목소리와 몸짓으로 은혜를 찬양하며 몸으로 올려드린 모든 시간이 그들의 평생에 찬양하는 제목이 되기를 소망한다.

“대회 못 나온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전국주일학교연합회 김방훈 회장

대회가 한창 진행되던 시간, 곳곳을 한 바퀴 둘러본 69회기 전국주일학교연합회장 김방훈 장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일학교가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오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희망을 품어본다”라며 저출생, 인구절벽 등 여러 염려가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주일학교를 통해서 교회가 일어나고 부흥하는 그날을 꿈꿨다.

김방훈 회장은 “전국대회가 경연대회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행사 당일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아이들이 창조주 하나님으로 기뻐하며 구원자 예수님을 되새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것. 이를 통해 평생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예수님을 찬양하는 다음세대 친구들이 되기를 바랐다.

다만 대회에 참가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대회조차 오지 못하는 작은 교회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는 그는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교회들, 주일학교가 사라져가는 교회들을 기억하며 관심 두고 기도해 주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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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돼서도 할 거예요!”

6살 윤하준 어린이 

성경암송대회 6세 A조(2018년생)에서 가장 먼저 시험을 치른 윤하준 군(맑은샘광천교회)은 나오자마자 엄마와 전도사님의 손을 잡고, 떨지 않도록 함께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공부하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재밌었다는 하준 군. 어머니 서미연 집사는 “하준이가 마이크 잡고 말하는 걸 좋아해 준비했다. 처음 딱 5개만 외운다고 했는데, 하면 할수록 잘 외워지니까 본인이 먼저 끝까지 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더라”라며 “여러 번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에서는 낱말 카드를 이용해 놀이처럼 하면서 고비를 넘겼다”라고 말했다. 물론 외울 때마다 하준이가 원하는 적절한 보상도 뒤따랐다.

이제는 “내년에도 또 할 거예요. 할아버지일 때도 할 거예요”라며 힘차게 말하는 하준 군은 또래의 친구들도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다음에는 함께하자는 독려의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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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사랑에 빠져든 시간”

후암교회 TOV 팀 

전국대회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은 워십 경연이 펼쳐지는 현장이다. 고등부 부문에 출전한 후암교회 TOV 팀(이은하 외 7명, 지도교사:박선미)은 단체로 교복을 맞춰 입고 나와 격렬한 몸짓으로 하나님을 향한 넘치는 사랑을 표현했다.

학업에 분주한 고3으로서 팀에 함께한 맏형 진강민 군은 “우리가 준비한 노래 제목(‘주께 빠져 드네’)처럼 연습하면서 몸보다 마음이 앞서 하나님께 빠져들고, 하나님만 생각했다 보니까 무대에 올라가서도 다른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찬양하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만 준비하는 팀이 아니라 예배의 자리에 친구들을 전도하고 싶어서 모인 친구들”이라고 팀을 소개한 이은하 양은 앞으로도 교회에서 기쁘게 예배하며 모이기에 힘써 하나님을 맘껏 찬양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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