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신대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2023년 12월 18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선언: 축복의 목회적 의미에 대한 간청하는 믿음>(Declaration Fiducia Supplicans On the Pastoral Meaning of Blessings)이라는 제하의 회칙을 통해 동성혼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동 문서의 입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톨릭교회는 혼례의 공식적 집전과 축복은 정상적인 이성혼(異姓婚)에 한하여 베풀 수 있으며, 동성혼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결합에 대해서는 베풀 수 없다. 둘째, 교회는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하여 자기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혀 교리적이고 치리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 분류하며 검사하고 증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셋째, 목회적 돌봄의 차원에서 사제들은 동성부부가 심각한 실수, 불완전함, 연약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의 성례 곧,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간구,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탄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동성부부를 포용, 연대, 화해하며, 이들도 평화, 건강, 인내의 정신, 대화, 상호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동 회칙은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동 회칙은 동성부부에게 공식적인 혼례성사와 축복을 베풀지 않는다는 예전상의 정책을 밝히고 있을 뿐, 동성애와 동성혼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창 1:27, 28; 2:24)와 도덕질서(레 18:22; 롬 1:26, 27)를 범하는 중대한 죄임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심각한 실수’(serious mistakes), ‘불완전함’(imperfections), ‘연약함’(frailties)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통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비정상적’임을 암시하고는 있으나, 이 용어들은 인간의 존재적 유한성을 가리킬 뿐, 영적이고 도덕적인 죄를 표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동 회칙은 동성애와 동성혼의 도덕적이고 의료적인 문제점 지적을 자기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로 몰아 비판한다.

둘째, 교황청은 세계의 정치적인 사안들에 대하여 항상 발 빠르게 입장을 밝혀 왔으면서도, 현대사회의 성윤리를 붕괴시키고 가족을 해체하며, 동성애와 동성혼의 도덕적, 의학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억압하며, 개신교회를 붕괴와 분열로 몰아넣은 정치적이고 법적인 사안인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허용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셋째, 동 회칙은 사제가 동성애자와 동성부부에게 구원과 돌봄의 축복을 베풀어 주고 이들을 교회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고린도전서 6장 9절은 탐색하는 자(말라코이, 남성 동성애에서 여성역할을 하는 자)와 남색하는 자(아르제노코이타이, 남성 동성애에서 남성역할을 하는 자)는 하나님 나라의 유업을 받을 수 없음을 선언함으로써 동성애자와 동성부부가 동성 간의 성교를 행하는 한 하나님 나라의 축복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교회가 동성애자와 동성부부를 받아들이는 것은 동성애와 동성혼을 떠날 것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동성애와 동성혼을 인정하면서 포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넷째, 동성부부에 대한 진정한 축복은 동성애와 동성혼의 영적, 도덕적, 의료적 문제점을 정확히 알려줘 동성애와 동성혼을 떠나도록 권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님의 징계가 뒤따르는 동성애와 동성혼에 그대로 머무는 상태에서 포용하라는 것은 병원이 암세포를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일상생활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잘못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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