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분쟁에 성탄 행사 첫 중단
팔레스타인 34년 사역 강태윤 선교사
‘성탄’ ‘평화’ 참 의미 고민ㆍ기도 당부

성탄절을 앞두고 만난 강태윤 선교사가 불빛을 밝힌 트리 앞에서 하나님의 평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가득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성탄절을 앞두고 만난 강태윤 선교사가 불빛을 밝힌 트리 앞에서 하나님의 평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가득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2000여 년 전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종교와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축하와 기쁨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이때, 정작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그 땅은 포탄 소리로 가득하다. 평소 같으면 이 기간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수천수만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몰렸을 베들레헴은 올해 텅 비었다. 매년 대형 트리가 설치되고 조명 장식으로 가득했던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던 성탄절 공식 축하 행사가 취소된 까닭이다. 베들레헴 지역 교회들은 올해 축하 행사 대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베들레헴에서 성탄절 행사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분쟁 중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성탄 행사는 이어졌다.

“성탄절이면 탄생 광장에서 전 세계의 합창단이 모여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큰 음악회를 합니다. 그때는 지역에 사는 모슬렘까지도 다 같이 어울리는 잔치가 됩니다. 매년 그 현장에 있었는데, 올해는 모든 성탄 행사가 멈춰버렸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34년째 베들레헴 분쟁의 한복판에 살며 사역한 강태윤 선교사(GMS 팔레스타인)는 올해 4월 비자 연장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되며 업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려울 때 그들 속에 들어가 위로하지 못하고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강 선교사는 이번에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고민해 보기를 부탁했다.

물론 하나님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우리를 구원해 주시려 오신 그 사실 자체는 놀라운 사건이고 그 어떤 것보다도 더 큰 축복의 시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른바 성경의 성지라고 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그래서 더 안타까운 분쟁을 바라보면서 평화에 대한 의미를,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는 제언이다.

“두 살 이하 어린 생명들이 로마의 권력에 의해 죽어가던 베들레헴의 모습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아이러니컬한 아픔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세상이 말하는 진영 논리나 어느 한쪽에 치우친 평화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으로 그 땅을 바라보며 양쪽을 잠재우고 하나님의 샬롬이 모두에게 임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인간들의 편협하고 자기의 관점에서 보는 사랑이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별치 않고 당신의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우주적인 사랑을 갖기를 요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창조를 하시면서 가장 기뻐하셨던 천하보다 귀한 존재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그 땅을 바라보며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를 품고 계속해서 기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당부다.

“이스라엘도 아프고, 팔레스타인도 고통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정말 주님의 사랑이 필요한 자들을 향해서 우리의 시선이 함께 내려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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