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에 의해 분쟁의 씨앗 잉태
무고한 희생 없도록 함께 기도해야

강태윤 선교사(GMS 팔레스타인)
강태윤 선교사(GMS 팔레스타인)

2000년대 초 베들레헴에서 사역하던 미국 사역자 존(John)이 가자지구에 세운 가자 최초의 개신교학교를 자주 방문했다. 가자 성서공회와 가자지구 유일한 개신교회인 침례교회에서 함께 예배하던 기억, 그리고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봉기) 이후 한국 모 방송국의 취재를 돕기 위해 가자지구를 찾았을 때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에너지 부족으로 아직도 노새가 끄는 달구지가 시내에 짐을 싣고 다니던 모습,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많은 아이들, 전기 공급이 잘 안돼 힘들게 살아가던 주민들, 그리고 곳곳에 부서진 집들….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현대 역사에서 믿기 힘든 초유의 사건이다. 두 민족 간 분쟁의 핵심은 땅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다. 종교적인 이유도 함께 있다. 때문에 단순히 두 민족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양상을 띄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독립하기 전 그 지역을 지배하던 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분쟁의 씨앗이 잉태됐다. 자국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아랍인과 유대인들에게 무책임한 약속(맥마흔 선언, 밸푸어 선언)을 하는 바람에 중동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다. 지금의 중동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최근 일어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도 두 민족 간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중동지역의 정치적인 역학 구도와 복잡한 국제정치 힘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하마스 공격도 국제여론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전쟁으로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고, 앞으로 더 큰 희생이 예상된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믿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더 이상의 피 흘림이 없이 속히 전쟁이 종식되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한다.

성지(聖地)라 여기는 곳에서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주님의 평화가 이 땅에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복음의 땅끝을 품고 기도하는 마음들이 한국교회 성도들 가운데 가득하길 바란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일어나서는 안 된다. 30년 이상 분쟁의 현장에서 전쟁과 야만적인 충돌, 폭력성과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온몸으로 직접 보고 살아왔다. 그러기에 그 누구보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속히 종식되기를, 양측 지도자들에게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더불어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조국 한반도에서 가슴 아픈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단 차원에서 특별 기도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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