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연대, KPI 한반도 평화 역할 고민
현실, 세상 시각 넘어 하나님 마음 당부
대북민간 지원 70% 한국교회 헌신

평통연대가 주최한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에서 김관선 목사(오른쪽 두 번째)가 예장합동 총회의 통일 사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평통연대가 주최한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에서 김관선 목사(오른쪽 두 번째)가 예장합동 총회의 통일 사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움츠러든 몸 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강대강 대치 속에 정부 간 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논의는 물론 민간의 인도적 교류조차 끊어져 버린 이때, 다시 한번 화해와 평화, 통일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교회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평화통일연대(이사장:박종화 목사, 이하 평통연대)가 11월 27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평화통일 운동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기독교 대북지원운동의 역사와 미래 전망’을 발제한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는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와 성도들의 물질적 지원을 통해 북한 동포들의 고난에 함께 참여하고 나누는 운동으로 시작한 남북나눔(이사장:화종부 목사)을 중심으로, 한국교회 대북지원 활동의 역사적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대북인도주의지원이 대북민간지원단체 사업자 지원총액의 70% 이상에 달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이러한 노력이 △북한 주민 생존권 보호 및 삶의 질 개선과 향상 기여 △남북평화구축의 조성자 역할 감당 △탈북 동포 지원과 선교, 그리고 화해와 평화 담론 선포 등의 성과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이 목사는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철저히 막혀 있을 때,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끊임없이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의제를 제시하고 만남을 시도하며, 긴 전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역동적인 기독교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의 입장으로 문제를 조명한 남기평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국 간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 목사는 교회가 먼저 여기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실패하더라도 반복적으로 피스메이킹(peacemaking)에 도전하기를 요청했다.

두 사람의 발제 후에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통일 사역 및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평통연대 이사이자 본지 주필인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총회의 대북사업과 통일을 위한 노력을 전했다. 김 목사는 이날 함께 참여한 예장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타 교단과 비교해 통일 정책에 있어서 예장합동의 운신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북한 당국과의 MOU 체결 △대북사업자 자격획득 △총신대학교 통일개발대학원 설립과 첫 졸업생 배출 △통일준비위원회 △총신대학교 서울통일교육센터 선정 △108회 총회 통일목회개발원 설립 결의 △꾸준한 통일선교 포럼 등 교단 안의 움직임을 알리며,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탈북인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일 기금을 조성하는 등 산정현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역과 더불어 개교회에 북한 및 통일 관련 설교 자료를 지원하고 대북 지원 창구를 개설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캠프를 여는 등 교단적 차원의 정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은 11월 30일 서울 용산동 온누리교회에서 포럼을 열고, 현재의 암울한 한반도 상황을 심화시키는 핵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대해 한국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함께 논의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원곤 교수(이화여대 북한학과)는 그리스도인들이 현재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기독교세계관으로 고민하고 신앙으로 바라보기를 천명하며, 질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자유무역, 법치, 열린 다자주의, 주권존중, 항행의 자유, 힘을 통한 현상 변경 반대, 핵 비확산 등 세계 각국이 공유하는 규칙을 언급한 그는 ”이러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기독교적 세계관에 가장 걸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질서를 훼손하는 핵확산을 막는 것을 핵심적 대응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자리한 정성철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과)는 북핵의 위협 앞에 두려움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기 쉬운데, 적어도 교회 안에서는 사랑의 마음으로 한반도를 바라보고 소망하고,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바람을 표명했다.

한국교회가 두 번의 다른 자리에서 대화를 펼쳤지만 궁극적인 주장은 결국 한곳을 향했다.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현실을 바라보기보다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를, 세상의 시각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을 품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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