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교수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저술, 교회 방향 제시
그리스도인이라면 피조세계 회복에 관심 가져야
열린 마음으로 성경 읽기와 도덕적 권위 회복 필요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푸른 아시아 이사장)가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 (CUP)을 펴냈다. 기독교 세계관의 역사와 내용, 그 구현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고도 쉽게 설명해서 기독교 세계관 입문서이자 교과서와 같다. 저자 손봉호 교수로부터 책의 내용과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필요성을 들었다.  <편집자 주>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푸른 아시아 이사장)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푸른 아시아 이사장)

밀알학교 카페에서 만난 손봉호 교수는 만 85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고 밝은 표정이었다. “참으로 젊어 보이신다”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마도 스트레스를 이전보다 덜 받아서가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대학을 정년퇴직한 이후에는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대외 활동도 이전보다는 줄었고요. 지금도 몇 개의 직함이 있지만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푸른 아시아 등 두 세 개 가량 기관에 좀 더 관여를 하는 편입니다. 다니엘새시대교회 등 협동 설교자로 사역하고요.”

건강 비결도 물었다. “특별한 운동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제 아내와 저녁 시간에 30분 정도 집 주위를 산책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적게 식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 교수는 “이번에 낸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은 과거 한 교회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것”이라며 “책이 절판된 지가 오래 되어 전면 수정해서 다시 독자를 찾게 됐다”고 저술 동기를 소개했다. 손 교수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지부터 질문했다.

“기독교 세계관의 탄생은 20세기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인 19세기는 가히 이성의 시대라고 불렸죠. 인간에게는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과학과 철학이 세상을 해석하는 최고의 도구로 추앙됐고 기독교의 진리는 구태의연한 것으로 치부됐습니다.”

손 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철학계에서 이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타났습니다. 대신 문화의 중요성이 드러났고 이는 문화결정론으로 발전했습니다. 문화에 의해 인간의 사고가 결정된다는 것이죠. 모든 것을 문화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문화상대주의와 다원주의를 탄생시킵니다.”

이전까지 서구는 자기들의 사상이 다른 대륙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으나 문화상대주의와 다원주의가 휩쓸면서 세상의 여러 문화는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사상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뒤로 밀려나 있던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재조명됐고, 기독교 세계관도 하나의 문화로 주목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이 때 재조명된 것이 네덜란드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으로, 그는 기독교적 관점의 세계관을 이론화했다.

“아브라함 카이퍼가 주창한 기독교 세계관은 영역주권이란 말로 상징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의 모든 분야의 지배자시라는 것이죠. 물론 하나님이 만물의 주관자시라는 사상은 성경에 기반한 것이고 칼빈주의의 근간이기도 하죠.”

손 교수는 “여기서 하나 생각해 볼 점이 발생한다”고 이야기를 전환했다. 즉 타 세계관은 자연 발생한 것이지만 기독교 세계관은 계시로 주어진 것이다. 계시로 주어진 것이기에 이를 정립하여 각 분야와 영역을 조명할 필요성이 있다. 조명할 기제인 것뿐만 아니라 가장 옳은 것이기에 기독교세계관으로 세계를 보는 관점을 정립하고 이를 퍼트려 어그러진 세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흐름이 생겼고 이것이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다.

손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개혁교회의 상징이 됐고, 한국장로교회 역시 개혁교회의 전통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교회 부흥과 더불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도록 힘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는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20세기에는 복음주의적 성향이 강했습니다. 선교 초창기 국내에 들어온 서양 선교사들도 복음적 신앙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시대적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6·25전쟁, 경제발전에 치중하던 시기를 거치면서 개인의 구원과 교회의 부흥에 집중했습니다.”

복음주의적 요소가 한국 교회를 지배하면서 교회는 크게 성장했으나 교회와 세상을 구별하여 생각하는 이원론적 의식 역시 똬리를 틀었다. 개인 구원과 전도에는 열심을 내었으나 세상의 회복에 대한 대안 모색과 실천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했지만 교회의 세상에 관한 관심은 많이 증가하지 못했다. 교세는 커져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교회는 이기적이고 세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 앞에 직면하게 됐다. 그 결과 30~40대 젊은 층 기독교 인구가 가장 저조하고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하고는 다음세대가 교회로 발길을 돌리기를 꺼리게 됐다.

손봉호 교수는 “이러한 최근 교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한 방법은 교회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부패한 세상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면서 “이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말씀을 보고 신뢰를 얻기 위해 도덕적인 권위를 세워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기독교 세계관은 세상이 부패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의 틀은 창조-타락-구속으로 단순화시켜 설명된다. 선하게 창조됐으나 인간의 타락으로 부패한 세상의 영역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 개혁이 개인 구원과 더불어 사회 경제 교육 정치 문화 등 각 분야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한 발 더 다가서자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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