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시각으로 바라본 교권 침해 사태와 대안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초임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떠난 젊은 교사의 비극에 동료 교사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국민들도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번에도 본질에서 비껴간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이번 사안을 교권과 학생권의 대립으로 몰아가며 단순한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으로 치부해버린 채 근본적인 대책과는 동떨어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교사 출신의 기독교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논의의 방향을 바로잡아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신뢰 회복,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30여 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뒤 기독교사를 돕고 기독학생을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최관하 대표(더작은재단 스쿨처치임팩트, 전 영훈고 교사 및 교목실장)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교직 선배의 입장으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앞으로가 창창한 젊은 교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기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지 공감한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거리로 나선 수만의 교사들 역시 이번 일을 접한 뒤 대부분 자신도 겪고 있고 겪어왔던 상황이었던 만큼 함께 아파하는 마음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이 있기 얼마 전에는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정당한 지도 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고통받는 교사들의 사례도 심심찮게 전해진다. 이번 사안의 원인으로 지목된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역시 정상적 교육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임계점에 와 있었던 교직 사회가 이번 사건을 도화선으로 폭발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2007년부터 이어져온 기독교사모임 기도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함께 중보하며 기도하는 모습.
2007년부터 이어져온 기독교사모임 기도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함께 중보하며 기도하는 모습.

최 대표는 “매월 기도모임으로 함께하는 기독교사들 중에도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간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우리는 서로의 나눔을 두고 중보하며 기도하는 모임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아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새 힘을 얻어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 역시 가장 힘들 때 주변의 도움이 절실했을 텐데 결국 아무에게도 그 어떤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초임 교사라면 홀로 감당하기보다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듣고 학부모들에게도 격려받으며 성장해나갈 위치인데, 오늘날의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독 교사들의 경우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기 위해 함께 사명을 붙잡고 기도할 테지만, 믿음이 없는 대부분의 교사들은 반복해서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조심하라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조언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법과 제도의 영향으로 교권이 무너져버린 현장에서 언젠가부터 아이들한테 무관심한 선생님들이 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다가 문제가 발생하니 오히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병오 공동대표(오디세이학교 교사)도 최근 웹진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 ‘교실 붕괴’ 담론이 나온 지도 30년가량 된다. 많은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교실이 많아질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고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분노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거나 몇 가지 증상 완화의 대처만 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이 도무지 견딜 수 없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은 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피해는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사회가 당장 법적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부터 풀어가면서 중장기적인 문제 해결 고민을 함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한성준, 현승호)은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세미나 및 토론회 등을 통해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교권 침해 사안과 관련해 정부와 교육 당국이 학생인권조례로 탓을 돌리거나, 현장에서 이미 효용을 다한 상벌점제 부활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것이 교육 주체 간의 신뢰 회복이라는 문제 해결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승호 대표는 “결코 학생인권조례가 완벽하다거나 수정·보완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것이 원인이고 시급한 문제인가 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초점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중장기적 과제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 교사들은 학생의 인권을 ‘제한’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권을 ‘보호’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둘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방지법의 잘못된 학교 적용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대한 학교 내 대응체제 부재 △교사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구체적 권한과 방법에 대한 제도적 지침 부재 △입시를 위한 선발과 경쟁교육을 위한 도구로 만들어 버린 잘못된 교육정책 등을 교권 침해를 불러온 근본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독교사들이 7월 18일 좋은교사운동과 평화비추는숲이 함께 마련한 애도 서클에 참석해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자신만 겪는 고난이 아니라는 데서 서로 위로를 주고 받으며 공동체의 변화를 소망함으로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기독교사들이 7월 18일 좋은교사운동과 평화비추는숲이 함께 마련한 애도 서클에 참석해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자신만 겪는 고난이 아니라는 데서 서로 위로를 주고 받으며 공동체의 변화를 소망함으로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한편 좋은교사운동은 평화비추는숲(대표:박숙영)과 함께 슬픔에 빠진 교사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애도 서클을 진행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네 차례 걸쳐 진행한 모임에는 100명이 넘는 교사들이 참석해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현 대표는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힘써야 할 것은 ‘학교를 다시 배움의 기쁨이 넘치는 안전하고 신뢰로운 공간으로 어떻게 회복해야 할 것인가?’”라며 “분명한 것은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학부모들에게 폭언과 아동학대 신고의 위협을 당하는 자체가 적어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부여하신 교사로서의 권위가 온전히 회복돼 안전한 교실에서 아이들은 배움의 기쁨을, 교사는 가르침의 보람을 누리며 수업하는 그날을 소망한다”고 전했다.

최관하 대표도 “그래도 여전히 학생 대부분은 교사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 기대감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교육 현장에 있겠나”라고 되물으며, “갈수록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이 땅 자체가 황폐해져 가는 게 성경적인 방향이다. 그 가운데 우리를 교사로, 무엇보다 기독교사로 세우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우리 안의 슬픔과 분노를 주님 앞에 내어놓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과 열정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주님이 원하시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기도하기를” 당부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