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족, 약자 품는 정책 부재 아쉬움
“남은 4년 소통으로 반전 이루길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5월 10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맞는다.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30%대로, 당선 당시 득표율(48.59%)에 비해 떨어진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정권 교체와 변화의 바람을 등에 업고 출범한 정부의 모습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지난 1년 본지 시론 코너를 통해 교회가 관심가져야 할 사회 곳곳의 일들을 조명한 필자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체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남은 4년에 반전을 이루기를 기대했다.

대통령과 기독교와의 관계는 과거 그 어떤 정부 때보다 가까웠다. 취임 전부터 주요 교단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당선 감사예배를 드렸고, 며칠 뒤엔 당선인 신분으로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후 교계는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을 향해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한 국민 통합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 성탄절 예배, 국가조찬기도회, 부활절연합예배 등 때마다 교회를 찾았을 뿐 아니라 교계 원로 및 지도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최근 미국 방문 중 있었던 의회 연설에서는 대한민국 근대사에 영향을 미친 미국 선교사들의 공로를 소개하고, 성경을 소지해 처벌당하는 북한  성도들의 인권 탄압 문제를 지적해 기독교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교회와의 친분을 과시한 대통령이지만, 지난 1년 교계가 기대한 기독교적 가치 추구에 힘썼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참석한 자리마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정부의 모습을 약속했지만, 임기 중 쟁점이 됐던 일제 강제 동원 해법과 장애인 이동권, 이태원 참사, 노동자 사망 등 사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약자를 향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는 “어느 정부에서나 실망스러운 점이 있지만, 이번 정부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개별적 사건에서 그것이 확인됐다. 인애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백 교수는 “교회가 추구하는 바는 단순 명쾌하다. 하나님의 성품을 구현하는 정책이 나오는지가 관심”이라면서 “앞으로 정부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여론에 따라 혹은 정무적 판단으로 남은 임기동안 방향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되며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있다면 대북정책일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까지 강대국들과의 관계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김병로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전략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 문제를 대응하는 방식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현재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선 정부가 낙관론에 근거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추진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만큼 현 정부의 한미 확장억제력을 바탕으로 한 북핵 대응 방식이 현실적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반면,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 비핵화가 화두에서 사라져 요원해졌다는 점에서는 비판과 부정적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대북 문제에 있어서 무력 대응이라는 현 정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며, 남북간 강대강 대치 또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바라봤다. 김 교수는 다만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평화와 사랑의 가치를 실현, 실천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측면에서 “정부가 당장 필요한 안보 문제를 다루면서도 북한 주민을 긍휼히 바라보면서 그들이 처한 경제적 난관과 열악한 인권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너지와 환경 정책도 이번 정부가 지난 정부와 차별화한 부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온실가스를 줄이고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세계적 추세인 온실가스 감축에는 책임을 다하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수출 등 원자력산업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이사장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는 “이번 정부가 원자력 확대를 온 힘을 집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온실가스 감축에는 소홀한 모습을 본다”며 “1년만에 실적을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은 오히려 후퇴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40% 줄이기로 약속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5개년계획에는 이를 순배출량 기준으로 바꿔 목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삭감 실행을 상당부분 다음 정부로 미뤄 실현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 것 역시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정부는 정직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약속했으면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인류의 앞날,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태도”라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부분에 분노하며 창조세계를 지키는 일에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은 정부의 소통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대통령이 교회를 포함한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국가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무엇보다 5년 임기 중 이제 1년이 지난 만큼, 남은 4년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세대와 지역 등 갈라진 사회를 봉합함으로써 취임 당시 당부한 국민 통합에 앞장서는 대통령이 돼주기를 다시 한 번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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