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목사(청암교회)

온 세대가 함께 예배하고 사역하는 것이 다음세대 위한 최고의 교육

세대분리형 교육에서 세대통합형 교육으로 방향 전환하고 교육 주체는 부모가 돼야
어른들 사역에 아이들 동참하는 형식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하는 방식으로 세팅 필요

미국의 많은 교회는 이미 20년 전부터 주일학교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주일학교를 비롯한 다음세대 사역이 안 되도 너무 안 되었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기독교 인구가 50% 아래로 떨어졌고, 청소년세대라 하는 Z세대 중에 기독교세계관을 소유한 학생들은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가장 큰 교단인 남침례교단의 경우 연간 침례(세례)를 받은 청소년들의 수가 1971년 약 13만명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8만명도 채 안 되게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 전체 인구수는 1억 가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2000년대에 들어와 남침례교단 안에 주일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일어났다. 그 핵심은 바로 온 세대를 통합하는 주일학교로 전환하는 그림이었다. 실은 이러한 변화가 교회 교육에 처음 시도된 혁신적 변화는 아니다. 원래 교회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일 뿐이다.

우리는 막연히 주일학교가 교회에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여기는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지금처럼 각 학령별 부서가 있는 세대분리형 주일학교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주일학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레이크스(Robert Raikes)의 활동기인 1780년대에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미국에서 주일학교 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1800년대 중반 이후의 현상으로 본다. 그러니 실제로 교회 안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주일학교가 활성화 된 것은 채 200년이 되지 않은 셈이다.

산업화·근대화의 물결과 전쟁 후 아이들 출생률 증가, 공립학교 시스템의 시작 등 사회 구조가 전면적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도 연령별 신앙교육이 확산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교회들이 모두 세대통합적 예배와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세대통합 교회교육은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을 가장 안전한 방식의 다음세대 사역이다.
세대통합 교회교육은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을 가장 안전한 방식의 다음세대 사역이다.

미국교회는 영적대각성운동과 부흥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 초반 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그 부흥기 당시 미국교회의 주일풍경은 이러했다. 주일 오전이 되면 일가족이 함께 마차를 타고 동네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렸다. 교회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집에서 가정예배가 있었다. 주일학교가 따로 없었다. 그냥 온 식구들이 함께 교회당에서, 가정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게 주일예배의 전부였다.

당연히 유년부, 초등부 등을 따로 담당하는 사역자가 없었다. 청소년 사역자도 없었다. 아이들은 그냥 부모랑 같이 예배했고, 오늘날과 비슷한 역할을 당시 교회에서 굳이 찾는다하면 평신도 사역자들이 전부였다. 최초의 주일학교 풀타임 사역자는 1937년이 되어서야 세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주일학교 전문사역자들이 본격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였다.

교회의 다음세대들, 곧 자녀들은 주일학교 교사가 아니라 부모가 직접 성경을 가르쳤을 때 더욱더 영적인 수준이 높았다. 실제로 주일학교만 열심히 다닌 학생과 부모와 함께 예배 드리는 학생의 향후 신앙 양상 차이를 연구해 봤는데, 부모와 함께 예배 드리는 학생이 끝까지 신앙을 잘 사수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정답이 나왔다고 본다. 이제는 세대분리형 교회교육에서 세대를 통합하는 교회교육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교육의 주체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현 시대 속에서 이 땅의 다음세대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세대분리형 교육에서 세대통합형 교육으로.

필자가 목회하는 청암교회는 74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교회인데, 세대통합형 교육을 실천하면서 괄목할만한 열매들이 나타났다. 참고로 필자가 청암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대통합 목회의 모습들을 소개한다.

1. 말씀의 세대통합-성경묵상(QT)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은 말씀의 세대통합이었다. 이는 교회에서 실행하기에 가장 수월한 일이었다. 미취학부서부터 주일학교 전 부서가 <매일성경>으로 QT를 하고, 주일설교도 같은 본문으로 통일했다. 새벽예배 설교도 <매일성경> 본문으로 나갔고, 목장모임도 마찬가지로 진행했다. 부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전교인들 대상으로 QT세미나를 진행하였고, 온 세대가 같은 말씀을 매일 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가정에서 신앙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일에 어떠한 말씀을 들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주일의 말씀 본문은 이미 부모가 QT를 통해 학습한 것이다. 또한 부모가 새벽기도회 때 들었던 말씀이 자녀들의 QT 본문 말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말씀을 통한 대화가 진행됐다. 이런 방식으로 가정에서 말씀의 대화가 이뤄진다면, 우리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기도의 세대통합-온 가족 새벽기도회

우리 부모세대처럼 기도를 많이 한 세대도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건 이렇게 좋은 기도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계승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기도는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들을 기도의 자리로 데리고 다니면서, 기도하는 법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교회의 교인들 중 약 2/3가 예배당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 특히 젊은 분들은 경기도권에 많이 거주한다. 따라서 주일을 제외하고 온 교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매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첫 주 토요일이 되면 온 가족 새벽 기도회가 열린다. 말 그대로 온 세대가 함께하는 기도의 자리다.

교인들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자리이고, 어린이들도 2/3 이상 참여하는 뜨거운 집회이다. 기도회 마지막 시간에는 담임목사가 아이들을 한명씩 안수하며 기도한다. 그리고 간식을 나누며 헤어진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많은 교인들이 기도회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교회에 완전히 자리잡은 사역이 되었다.

3. 예배의 세대통합-절기 세대통합예배

교회의 주 절기를 중심으로 온 세대가 함께하는 예배를 부임 전에 미리 구상하였다. 부활절, 맥추감사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송구영신예배, 창립기념주일, 어린이주일 이렇게 하니까 대략 7번 정도가 나왔다. 약 2달에 한번 꼴로 세대통합예배가 가능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주일 오전에 한번만 예배드리는 것으로 구상하였다.

보통 교회에서 ‘세대통합예배’라고 하면 주일 오후나 저녁 특별한 시간에 함께 하게끔 하는데, 이렇게 되면 모든 교인이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아예 주일학교예배를 없애 버리고 어른들과 매주 함께 예배하게 하는 교회도 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불만족이 매우 크다. 그런 면에서 교회 큰 절기 중심으로 하는 대가족예배, 세대통합예배가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교회는 본당이 워낙 넓어서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 적격이었다.

세대통합 예배의 세팅은 매우 중요하다. 어른들 예배에 아이들을 동참시키는 예배가 아니라, 아이들도 만족하고 행복한 예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세대통합예배는 축제 분위기 속에 모든 부서 아이들이 예배에 직접 동참케 한다. 심지어 대표기도도 주일학교 학생이 한다. 결과적으로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예배가 되었다.

4. 선교의 세대통합-온 가족이 함께하는 단기선교

온 가족이 함께 선교지에서 땀을 흘리고, 복음을 위해서 고생한 기억보다 더 값진 기억은 없었다. 해마다 방학이 되면 해외여행을 많이 떠나는데, 그림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일가족이 함께 해외여행 가는 경비로, 해외에서 함께 복음을 증거하면 된다. 온 가족이 함께 복음을 증거 하는 것과 해외여행 떠나는 것은 감히 서로 비교가 안된다.

복음을 위해서 온 식구가 한마음을 갖고 한 몸으로 움직이며, 함께 동참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세대통합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우리 교회는 방학이면 세대가 함께 해외와 국내에 복음을 증거하러 떠날 계획이다.

이정현 목사(청암교회)
이정현 목사(청암교회)

누군가 나에게 한국교회 다음세대 사역에 있어서 대안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과감히 세대통합이라고 말할 것이다. 교회는 하나로 가야 한다. 교회 교육은 하나여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의 주체는 부모여야 한다. 세대통합 교회교육. 지금부터 실행하면 주일학교의 미래는 안전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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