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난 평양냉면을 참 좋아한다. 잘한다고 소문난 집은 찾아다니면서 먹었고 그 중 한 두 곳은 자주 찾는 편이다. 심지어 여러 차례의 평양 방문에서도 냉면을 몇 그릇씩 꼭 먹곤 했다. 물냉면, 쟁반냉면 그리고 따라붙는 녹두전까지 평양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냉면을 먹으면서 관찰한 것은 그것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평양을 경험한 나이든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향민들만 좋아할 것 같은 밍밍한 맛의 냉면을 젊고 또 어린 사람들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손님이 끊이질 않아 점심시간에 맞춰 가면 대기해야 하는 곳도 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이가 든 실향만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깨지는 것이다. 그렇다. 나 역시 평양출신인 부모님 입맛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다. 서울에서만 살아온 내 아내는 평양냉면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나와 함께 몇 번 먹었을 때 별 호감이 안 간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보다 좋아한다. 내가 전도(?)한 것일까?

그런 것이다. 부모님 또는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에 입맛이 맞춰지는 것이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던 실향민들이 이 세상을 뜨면 냉면집은 문 닫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찾는 이가 많다. 그렇게 입맛도 대를 잇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앙의 대를 잇는 것은 평양냉면의 대 잇기보다 어려운 것인가 싶다. 부모 따라 교회 오던 젊은이들에게 그 신앙이 잘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다. 어린시절에는 부모의 열정으로 열심히 교회 출석을 하고 그래서 주일학교가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젊은이들이 꼭 부모의 신앙을 잇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더욱이 교회 열심히 나오는 부모들조차 학교 성적에 매달려 주일에 꼭 교회를 가도록 하지는 않는 현상까지 생겼다. 대학가서 교회 다녀도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보니 주일에 교회 나가는 않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대학가고 나니 젊음을 만끽하고 싶은 그들이 교회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점차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져 간다. 냉면집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신앙이 냉면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냉면집에 앉아서 드는 생각이다. 더욱이 설날을 지내다보니 이 안타까운 현실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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