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아내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추억 하나. 학교를 다녀오다가 문구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귀걸이에 ‘콱’ 꽂혔다. 그게 얼마나 하겠는가? 돈이 없던 아내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졸랐다. 그러나 “귀걸이는 무슨 귀걸이?” 그렇게 단번에 거절하는 엄마 앞에서 시무룩.

이 순간 떠올랐다. ‘그래, 아빠!’ 학교에서 일하시는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가 연결되어 아빠에게 갖고 싶은 귀걸이를 설명하고, 퇴근하실 때 사다 주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너무 좋았던 아내에게 그날따라 아빠의 퇴근시간이 왜 그렇게 늦던지. 드디어 집에 들어선 아빠. 아내는 아빠 손에 들려진 귀걸이에만 마음이 갔던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아빠가 주시는 귀걸이를 받아든 아내는 몹시 실망했단다.

왜? 아내가 기대한 귀걸이는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100원짜리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귀걸이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딸에게 그런 싸구려 플라스틱 귀걸이를 사줄 수 없었던 아빠는 퇴근과 함께 귀금속상가가 즐비한 종로3가로 갔다. 그리고 ‘경보당’이란 곳에서 금으로 만든 귀걸이를 사신 것이다.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아내는 실망을 했고, 그런 딸의 반응에 아빠 역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결국 그것은 “어린 딸에게 무슨 금 귀걸이냐?”며 소리치는 엄마의 손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내의 행복하게 아픈 추억이다. 이런 아빠라니? 물론 초등학교 5학년 때 천국가신 그 아버지는 난 못 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겠고, 아빠의 그 사랑을 읽지 못한 아내 역시 이해가 된다. 그런 아내의 아버지를 직접 뵐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내가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 좋은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런 마음으로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웠다. 좋은 아버지이고 싶었던 나 역시, 최고의 것으로 해준다고 했음에도 내 아이들과 눈높이가 맞지 않았을 때도 많았을 것 같다. 그러나 아, 아버지!

그러고 보니 나 역시 하늘의 그 좋은 아버지가 내가 원하던 것보다 더 큰 배려를 하실 때마다 실망하곤 했다. 지나고 나니 그것이 아버지의 깊고 깊은 사랑이었는데. 올해도 그 좋은 하늘의 아버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그 내미는 손에 들려진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반짝거리는 그 금빛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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