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80여 년을 이어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중계되는 최고의 연주회다. 빈 출신 작곡가들의 왈츠와 폴카, 행진곡, 서곡 등 비교적 가벼운 곡을 연주한다. 그 중 마지막 엥콜곡으로 유명한 것이 요한 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행진곡>이다. 이 곡은 올해도 변함없이 연주되었는데, 이 때 지휘자는 객석을 향해 지휘하며 리듬에 맞는 경쾌한 박수를 유도한다.

‘클레멘스 크라우스’로 시작하여 세계적 명성을 지닌 지휘자들이 그 연주를 이끌어왔다. ‘보스콥스키’는 생전에 슈트라우스가 했던 대로 지휘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지휘하기도 했다. 그 뒤 ‘로린 마젤’,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주빈 메타’, ‘번스타인’, ‘구스타보 두다멜’ 등이 지휘했다. 올해는 이 연주회를 세 번째 지휘하는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이었다. 80세의 이스라엘 지휘자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며칠 지난 녹화로 연주회를 접했다. ‘바렌보임’이라는 음악계의 전설 같은 지휘자. 그 탁월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나, 개인적 실망 때문에 미루다 결국은 그 연주를 감상했다.

나의 실망이란, 바렌보임이 보여준 비인간적인 흔적이다. 천재 피아니스트요 지휘자인 그는, 역시 천재 첼리스트인 ‘쟈크린 뒤프레’(Jacqueline Du Pre)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피아노와 첼로 협주도 유명하다.

결혼 후 뒤프레에게 첼리스트로서는 치명적인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다. 그는 14년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남편인 바렌보임이 아내의 병을 인지한 후 그녀를 버렸다는 것이다. 뒤프레의 분신 같은 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마저 빼앗아갔다. 바렌보임은 투병 중인 뒤프레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고 무덤조차 찾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로맨티스트’는 아니지만 이런 사연을 알고 나니 바렌보임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음악이 어찌 천재적 실력으로만 만들어진다고 하겠는가? 인간이 없는 음악이라면 감흥도 없지 않겠는가?

난 28년째 한 교회를 섬기는 능력 있는 목사? 이보다는 사람다운 따뜻함을 가진 목사이고 싶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나 역시 차가운 구석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주제에 누굴 비난하나 싶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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