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목사의 섬마을 순례]

매물도는 본섬인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그리고 등대섬으로 이뤄져있다. 면적은 1.406㎢, 해안선 길이는 5.5㎞, 최고점은 섬 중앙에 솟아 있는 해발 210m 높이의 장군봉이다.

매물도(每勿島)라는 이름은 섬의 생김새가 마치 군마의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원래는 ‘마미도’라고 불렀는데, ‘아’를 ‘애’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는 경상도의 언어특성 때문에 결국 ‘매물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일설에는 강한 해풍과 비옥하지 못한 농지사정 때문에 ‘메밀’을 많아 심어서 매물도가 되었다고도 한다.

대매물도에는 대항마을과 당금마을 등에 총 68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은 주로 섬 서쪽과 서북부 해안에 집중되어있다. 사람이 사는 가정집들은 태풍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한다.

여객선을 타면 통영항에서는 1시간 40분, 거제 저구항에서는 30분가량 걸린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비진도 등 한려수도의 수많은 섬들을 구경하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최종 기착지인 소매물도에서 내린다. 소매물도의 높은 인기에 가려져있기는 하지만, 대매물도 역시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탐방로와 해품길을 개설하면서 관광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중국 당나라의 비단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당금(唐錦)마을’은 현대식 펜션과 전통적인 어촌 가옥들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당금마을에서는 질 좋은 미역도 생산된다. 미역철에는 마을에 온통 흑갈색 미역을 말리는 풍경이 연출된다.

매물도 해품길은 바로 이 당금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해 골목길~발전소와 전망대~폐교~옛소풍터~장군봉 군마상~대항마을 섬뒷길~꼬들개~대항마을 안길 코스로 이어진다. 5.2㎞에 이르는 해품길은 새롭게 조성한 것이 아니라, 예전 주민들이 산에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나 이웃 동네로 오가던 길을 활용한 것이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 정다운 산책로이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해안절경이 탐방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백터널을 지나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바다가 펼쳐지고, 앞쪽에는 기암괴석과 낭떠러지 절벽 등이 등장한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을 오르면 예전 이곳에 주둔했던 해군부대 군사시설을 철거한 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있다. 전망대 바로 옆 바위굴은 과거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에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대포진지를 구축했던 곳이다.

1810년경 경남 고성에서 첫 이주민들이 매물도로 들어와 전답을 개간하고 해초를 채취하며 정착한 곳이 노을풍경이 예쁜 꼬돌개마을이다. 그러나 첫 정착민들은 계속된 흉년과 괴질로 1825년 전원 사망하고 만다. 이후 1869년에 2차로 고성과 사천 등지의 사람들이 매물도에 들어와 살았다. 꼬돌개에서는 지금도 1차 정착민이 살았던 집터와 구들장 등 생활도구가 발견된다고 한다.

대항마을로 들어서면 야트막한 지붕의 집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풍경과 함께 ‘매물도 생활민박’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민박집들에는 ‘그림 같은 집’ ‘섬 이야기 듣는 집’ ‘섬 예술가의 집’ 등 재미있는 문패들이 붙어있다.
경남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된 후박나무 서식지도 대항마을에 있다. 이곳 후박나무의 추정 수령은 300여 년으로 둘레는 3.90m, 높이는 약 22m나 된다. 주민들 사이에는 이 나무가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퍼져있다.

매물도교회는 1973년도에 세워졌지만 아직도 성도들이 별로 없다. 섬을 방문할 때마다 교회에 예배당은 있는데, 사택이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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