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목사의 섬마을 순례]

통영 산양읍의 달아항에서 불과 2.7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학림도는 면적 0.722㎢, 해안선 길이 7.5㎞의 섬이다. 이전에는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정기 여객선이 1시간 정도 걸려 달려 왔지만, 2011년 12월부터는 미륵도의 남쪽 달아선착장에서 출항해 10분이면 섬에 도착한다. 하루 4번 섬나들이호가 출항한다.

학림도(鶴林島)라는 이름은 섬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날아가는 학의 모습을 닮아서, 또한 배를 타고 섬을 지나다보면 울창한 소나무 숲에 학이 많아서(실제로는 백로와 왜가리가 섞여있는데 그냥 모두 학이라 부른다) 붙여졌다고 한다. ‘새섬’ 혹은 ‘조도(鳥島)’라고도 불린다.

학림도는 구릉의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농경지도 일부 조성되어 있다. 임진왜란 이후 김 씨와 원 씨가 입도하여 정착하였다. 마을의 크기는 작다. 하지만 2007년 3월에 전국 섬마을 중 최초로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 지정을 받은 바 있을 정도로 알찬 동네이다. 남해안 어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주민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한다. 김과 굴 양식이 활발하다.

섬나들이호를 타고 학림도 선착장에 내리면 휴양관, 마을회관, 보건소 등 새로 지은 예쁜 건물들이 육지 손님을 반긴다. 특히 한 가운데 3층 규모의 황금색으로 된 휴양관 건물이 압도적이다. 첫 인상이 놀랄 만큼 깔끔해서 신기할 정도이다.

승선장 맞은편으로는 학림섬마을 표시판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는 우레탄으로 조성된 광장이 나타난다. 바닥에는 이 섬을 상징하는 학을 형상화해 그림을 새겨놓았으며, 바로 옆으로도 철제 상징조형물이 있다. 마을회관 앞 안내도에는 ‘학림 8경’을 소개해놓았다. 큰시미와 작은시미 해수욕장을 비롯해 금사굴 절경, 큰똥뫼, 주라기 해안, 도깨비바위 등 볼거리가 꽤 많다.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해안일주로이고, 다른 하나는 산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변 자전거도로가 근사하다. 무성한 숲길을 끼고 계속 나아가면 하얀색의 조립식 건물 한 채와 ‘바다생태체험장’이라 쓰인 표지석이 나타난다.

조금 더 가면 학림도의 명물인 바지락체험장도 등장한다. 학림도에는 길게 뻗은 해안선을 따라 바지락이 지천이다. 이곳의 바지락은 씨알이 굵고, 해감이 빨라 1시간 내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초보자도 금세 한 바가지를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바지락이 많이 서식한다. 어른들은 바지락을 캐면서 예전의 향수에 젖고, 어린이들은 갯벌에서 자라나는 작은 생명체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다만 어족 자원의 보호를 위해 한 사람당 채취량을 5㎏으로 제한하고 있다. 바지락 캐기는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 수시로 열린다.

또한 학림도는 수많은 섬 들 사이에 있어 조류 소통이 잘 되는 청정 해역으로 가두리 양식장에도 최적지이다. 이 섬의 가두리양식장은 모두 합해 7㏊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섬의 60여 가구 중 절반이 가두리업에 종사할 정도이다. 가두리 양식장 덕분에 다른 섬들에 비해 젊은이들이 많이 살며, 일대 섬들 중에서 부자 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주의보가 발령되는 적조와 태풍으로 인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들이 받는 보상은 실제 피해 금액과 거리가 멀다. 게다가 폐허가 된 가두리 어장 복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치어를 키우는 데 보통 2년 정도 걸리는데 사료값, 인건비, 어병, 태풍, 적조, 중국산 고기 등 각종 위험요인으로 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학림도 새섬교회는 1980년 개척했다. 인근 무교회 섬을 다니며 복음을 전파하는 방주12호가 운항되고 있다. 김치관 목사는 올해로 25년째를 맞은 장기 목회로 섬 사역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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