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4초도 아니고 0.4초도 아니다. 0.04초! 이 ‘눈 깜짝할 시간’이라는 표현조차 적절하지 않을 매우 짧은 시간이 메달의 색깔을 바꿨다. 올림픽 이야기다. 도쿄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00m 종목에서 1위를 한 이탈리아의 ‘제이콥스’가 세운 기록은 9초80. 올림픽 육상의 꽃에서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그 뒤를 이은 미국의 ‘프레디 컬리’는 9초84로 은메달, 캐나다의 ‘안드레 데그라세’는 9초89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 위에 선 세 선수의 기록 차이를 일반인의 눈으로 느낄 수 있을까 싶다. 0.04초 차이로 1위와 2위, 0.05초 차이로 2위와 3위가 갈렸으니. 정말 머리카락만큼의 차이를 의미하는 ‘간발의 차이’ 아닌가? 그 미세한 차이를 정확하게 분별해내는 것은, 초당 수백에서 수천 심지어 수만 프레임까지도 찍어내는 초고속카메라의 몫이다.

하나님 앞에서 열심히 산다는 나는 그분의 기준에 얼마나 근접할까? 조금 못 미치더라도 그야말로 0.04초 차이처럼 아슬아슬했으면 싶은데, 너무 두드러지는 차이는 아닐지 슬프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금만 더’라는 다짐을 하지만 어느새 그 간격은 더욱 벌어지곤 한다. 잡힐 것 같은데 놓치고, 올라갔나 싶으면 이내 굴러 떨어지곤 한다.

그러다보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내 속에서 주님은 0.04초 차이인 것처럼 격려해주신다. 그 덕에 다시 일어선다. 그런 내가 누군가의 작은 모자람을 참지 못할 때가 많다. 정말 조금인데도 점수 주기에 인색하곤 하는 나. 내 모자람에는 태평양처럼 관대하고, 누군가의 작은 약점에는 칼끝을 들이대는 나에게 놀라곤 한다.

그래서 난 주님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나 보다. 조금 더 너그럽게 살아가노라면 어느새 훨씬 주님께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주님과 가깝기에 누군가의 약점과 모자람을 너그럽게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초고속카메라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지켜보실 주님 앞에 나의 모자람을 솔직히 고백하며 그 분을 꽉 붙들고 살아야지. 그리고 또 다른 손으로는 다른 누군가의 약함을 잡아 주고 부족함을 채워주며 살아가야겠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0.04 정도의 차이로 좁혀지지 않을까? 그 정도면 충분히 봐주시리라 생각하다보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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